<font color="#008ABD">10.7%. 2017년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 수치다. 전년도에 견줘 12만1천 명이 노조에 새로 가입했다. 조직률 수치의 의미는 2008년 이후 가장 높다는 것으로 쉽게 설명된다. 2016~2017년 ‘촛불 혁명’ 이후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보이는 노조 조직률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가장 높은 조직률을 기록한 1989년과 닮았다. 광장에서 경험한 정치 민주주의는 삶터와 일터에서 직장 민주주의 요구로 이어졌다. 은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조직률을 기록한 2017년을 기준으로, 이후 새로 탄생한 노조에 ‘아무나 노조’라는 이름으로 세대적 특징을 정의했다. 아무에게나 허락된 노조라는 뜻이다. 난생처음 노조를 시작한 평범한 이들은 일상을 바꾸는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지 모른다. 이들이 내건 구호는 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전통적 구호만으로 담아낼 수 없다. 또 전통적 의미의 노동자, 노동조합 틀에 포괄할 수 없던 직종과 노동자들도 함께 연대하기 시작했다. 아무나 노조는 조끼와 머리띠, 구호, 투쟁가보다는 후드 재킷과 가이 포크스 가면, 대중가요에 친숙했다. 농성장이나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구호를 외치거나 토론하기보다는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으로 얘기를 나눈다. 아무나 노조의 출현에 기성 노조도 변화를 고민한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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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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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의 두 번째 노동쟁의가 있었다. 2월20일 첫 번째 쟁의에 이어 15일 만에 열렸다. “투명하게 소통하라” “이해진이 응답하라”고 적힌 ‘포토존’ 앞에는 오세윤 지회장이 공동성명의 ‘굿즈’(기념품)인 초록색 목걸이 사원증을 매고, 초록색 후드 재킷을 입고 서 있었다. 바닥에 앉은 조합원들도 같은 목걸이와 후드 재킷을 걸쳤다. 집회나 시위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흔히 볼 수 있던 빨간 조끼와 머리띠 대신. 이날 이들은 투쟁가와 노동가 대신 동요 에 맞춰 ‘투’ ‘명’ ‘소’ ‘통’을 거듭 외쳤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빨간 머리띠가 아닌 초록색 후드 재킷과 동요로</font></font>
공동성명의 오세윤 지회장과 박상희 사무장을 2월21일 그린팩토리에서 만났다. 2018년 4월2일 만들어진 네이버지회는 노조 이름에 ‘공동성명’이라는 별명을 붙인 1호 노조였다. 기성 노조였던 화섬노조 관계자들은 물었다. “별명을 왜 붙이나? 그동안 우린 별명 붙여본 적 없는데….” 오세윤 지회장은 이렇게 답했단다. “왜 노조가 필요한지조차 모르고 일했던 동료들에게 재밌게 친근하게 익숙하게 노동과 노조를 알려주고 싶어서요.”
이후 네이버지회는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려는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계속한다. 기성 노조가 쌓은 경험을 무조건 부정하지도 않았다. 기성 노조가 했듯 건물 층층이 돌며 동료들에게 노조 가입서를 뿌리고 노보를 돌렸다. 1~2번째 쟁의 때 기성 노조처럼 한자리에 모여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대신 빨간 조끼와 머리띠, 투쟁가가 아닌 초록색 후드 재킷과 목걸이, 동요로.
좌충우돌 난생처음 시작한 네이버지회는 이제 ‘아무나 노조’의 대표 노조가 됐다. “예전에는 특별한 사람만 노조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위장 취업 같은 거창한 혁명이나 거사 같았죠. 저는 학생운동도, 노동운동도 몰랐죠. ‘맨땅에 헤딩’하듯 노조를 만들었어요. 노조에 아무런 관심도 없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동료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실험과 도전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어요. 하지만 기성 노조의 방식을 우리 정서에 맞게 하려는 고민은 우리의 정체성을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을까요?”(오세윤 지회장, 이하 별다른 표시가 없으면 모두 오 지회장의 말이다.)
정보기술(IT) 업계 특성상 서비스를 개발하는 업무도 정해진 규칙이나 질서를 따르기보다는 창조적 활동이 많았다. 전에 없던 서비스를 처음 만들려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가 필요한데도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의사 결정 구조로 흘러갔다. 네이버지회는 2018년 4월2일 발표한 선언문에 ‘투명한 의사 결정 및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초기에는 선언문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동료들도 있더라고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라고 말이죠.”
네이버 노동자들은 왜 자신들의 사업이 변경됐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시키는 대로 일하는 심장 없는 양철 로봇에 불과했어요.” 생활에 직접 관련된 복지도 먼저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내려왔다. 인센티브를 줄 때도 회사 쪽은 노동자들에게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네이버지회를 만들려는 분들이) ‘소통 문화’를 강조하는 데 처음에는 의아했어요. 불평, 불만처럼 들렸거든요. 왜 노조를 만들려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정리해보라고 할 정도였죠.”(네이버지회가 가입한 민주노총 화섬노조의 임영국 사무처장)
<font size="4"><font color="#008ABD">대범한 건가, ‘근자감’인가</font></font>
처음부터 네이버 노조를 같이 준비했던 사람은 15명 정도다. 이들은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서 불평이나 불만을 터뜨리던 이들이었다. “블라인드에서 노조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을 경쟁업체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따로 초대했죠. 오픈채팅방에서만 얘기를 나누다가 직접 만나기로 했죠.” 긍정적 의미의 ‘현피’였다. 현피는 ‘온라인상에서 시비가 붙은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 물리적 충돌을 벌이는 일’을 가리킨다. 익명 게시판에서, 오픈채팅방으로, 실제로 만나 노조를 만드는 일이니 회사 눈높이에서 보면 충돌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올해 1월 드디어 만났다. 밀담을 나누기로 한 장소는 회사 회의실이었다. 약속 시각은 점심시간. “규모가 크니까 회사 안에서 이들을 만나도 회사 쪽에서는 누군지 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범했든가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든가, 어쨌든 예상은 적중했다. 서로가 이날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한 회사라고 해도 교류가 없어 같이 일하지 않으면 아예 몰라요. 운동을 좋아해 같이 운동하고 싶어도 동호회가 없더라고요.”
“농담이지만 첫날 ‘우리는 어렵겠다, 발 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노동운동에는 아예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전형적인 개발자로 보였거든요. (웃음) 아직도 기억나요. 지회장이 회의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우리도 노동조합이 있어야 돼요’라고 큰 소리로 말하더라고요. 옆 회의실에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요. 회사 회의실에서. 회사 심장부에 모여 말이에요.”(박상희 사무장)
네이버지회에는 수식어가 많다. 자칭타칭 IT 업계 ‘1호 노조’. 노조 이름에 별명을 붙인 1호 노조. “노조를 만들겠다고 모였지만 막상 얘기를 나눠보니까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깊더라고요. 학교에서 노조의 역할이나 필요성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요.” 우선 이들은 소비자의 취향,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기존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것처럼 노조의 ‘리브랜딩’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노조의 이미지를 친숙하고 익숙하게 바꾸는 작업이었다.
첫 번째 작업이 별명이었다. 네이버지회가 별명을 붙이자 후속 아무나 노조들도 별명을 붙이기 시작했다. 네이버지회를 따라 넥슨지회는 ‘스타팅포인트’. 카카오지회는 ‘크루유니온’, 스마일게이트지회는 ‘SG길드’를 이름에 붙였다. “외부에서는 노동조합에 별칭을 붙여 신선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내부에선 굳이 한자로 적어 ‘여전히 올드해 보인다(낡았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웃음) 한자를 살펴보면 보통의 공동성명(共同聲明)에서 동과 성의 한자가 달라요. 움직일 동(動)에, 이룰 성(成)이에요. 함께 행동해 네이버를 깨끗하게 성장시키자는 의미죠. 선언문 첫 번째 문구죠.”(박상희 사무장)
<font size="4"><font color="#008ABD">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혁명</font></font>
오세윤 지회장은 원래 박상희 사무장이 첫날 첫인상에서 느꼈던 대로 ‘전형적인 개발자’였다. “스포츠 콘텐츠 개발 업무를 했어요. 대학원을 졸업해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2015년 네이버에 들어왔어요.” 스포츠를 좋아해 스포츠 관련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만들고 싶었단다. “시간을 자유롭게 배분해 일하는 게 좋았어요. 호칭도 자유롭게 했고요.” 하지만 효율성만 강조한 분위기에서 한때 IT 업계의 장점이었던 ‘혁신’ ‘투명’ ‘열정’의 조직 문화는 사라져갔다. “가늘고 길게 조용히 살자는 주의였어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지키며 잘 먹고 잘살자는 생각이었죠.”(박상희 사무장)
오세윤 지회장은 난생처음 노조를 만든 거였다. “학생운동이든, 노동운동이든 전혀 경험이 없어요. 오히려 백지상태였죠.” 노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기본 지식도 없었단다. “마침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에 나와 정의당의 노동 상담 창구인 ‘비상구’를 찾아가 노조를 처음 만드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게 됐죠.” 아무나 노조를 만든 누군가가 지나간 전철을 밟고 또 다른 누군가가 아무나 노조를 만든 셈이다. 이들은 정의당 비상구에 이어 민주노총 화섬노조 쪽 활동가들을 만났다.
한때 영화로 만들어진 을 보면서 오세윤 지회장은 노조를 생각했다. “막연하게 노동자들에게 노조는 필요하구나 싶었어요. 가끔 과격하다고도 생각했죠.” “노조 이미지를 떠올리면 과격하다, 무섭다는 인상이 있었어요. 그런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팟캐스트에 나와 노조 만든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약자끼리 연대가 중요하구나 싶었죠.”(박상희 사무장)
네이버지회는 민주노총 화섬노조에 가입했다. 화섬노조는 파리바게뜨지회가 가입한 상급 단체다. 하지만 IT 업계 노조 가입은 처음이었다. 여전히 일부 동료는 민주노총에 가입한 게 적절한지 네이버지회에 묻는다. “우리를 보호해줄 울타리도 없이 노조를 만드는 게 어렵더라고요. 노조를 처음 만드는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조직력이나, 젊은 사람들과 노조를 만든 경험이 있는지 고려했죠. 화섬노조는 전례가 없지만 우리 방식대로 별칭 등을 시도해봐도 괜찮다면서 지지해줬어요.”
<font size="4"><font color="#008ABD">노조 선배의 말을 나중에야 알게 되다</font></font>
네이버지회는 연대의 가치를 믿었다. 선언문 세 번째에는 “열정페이라는 이름 아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IT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연대할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네이버와 넥슨, 카카오, 스마일게이트는 2018년 12월13일 ‘쉼표’라는 이름의 공동 노보도 제작했다. “촛불의 힘일까요. 시민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 정권을 바꾼 경험이 있잖아요. 직장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거죠. 어떤 사람은 그걸 보면서 뒤좇아 노조를 만들고요. 저도 그 영향을 받았고요. 넥슨과 카카오, 스마일게이트는 네이버를 보고 노조를 만들었죠.”
누군가는 ‘네이버는 임금도 높고 복지 후생도 좋은데 왜 노조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네이버지회가 듣는 흔한 질문이었다. “노동자라면 당연히 노조가 있어야죠. 그런 생각이 오히려 낡고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최근 네이버지회 가입자 수는 전체 계열사 노동자의 25% 수준까지 늘었다. 공동성명이 만들어지고 나서 제보도 들어온다. 누군가는 네이버지회에 건 상담 전화 한 통으로도 작은 위로를 받았다. “(2018년) 7월에는 야근비를 연봉에 미리 포함하는 ‘포괄임금제’ 폐지로 직원들이 그나마 만족할 만한 근무제를 만들었어요.”
“예전에는 회사가 공지하면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서 뒷말만 하던 게 고작이었어요.”(박상희 사무장) 공동성명이 생긴 뒤로는 내부에서 실명을 걸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사내 게시판에는 ‘노조 응원합니다’ ‘이런 것은 회사가 잘못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어요. 7월 근무제를 개편할 때에도 직원들이 스스로 법 조항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직원들의 노동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이 높아졌다.
초기에 네이버 노조는 노조 가입 신청은 구글 독스로, 질문은 카카오의 플러스 친구로 받았다. “노조 가입서를 받을 때 온라인으로만 하면 되겠다고 쉽게 생각했어요.” IT 업계의 상징, 네이버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온라인에 익숙했다. “화섬노조 쪽에서는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동료들을 직접 만나 왜 노조가 필요한지 얘기해보라고 거듭 조언하더라고요. 반신반의했어요.”
실제로 당시 공동성명 선언문을 발표한 뒤 사흘 만에 가입자 수는 1천 명을 돌파했다.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노조 가입자 수는 완만한 오름세를 그렸다. 네이버지회는 화섬노조 쪽의 조언을 듣기로 했다. “신기하게 우리가 건물 층층이 돌며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장 한장 돌리고 왔을 때마다 가입서가 눈에 띄게 쌓이더라고요. 기성 노조들이 쌓아온 업적이나 경험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노조를 해보니까 기성 노조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터득한 요령이 도움되더라고요.”
<font size="4"><font color="#008ABD">모든 것이 새로울 순 없는 법</font></font>
2월20일 1층 로비에 300여 명이 모였다. 네이버지회의 첫 쟁의였다. 전날인 2월19일 출근길에 네이버지회는 직원들에게 네이버를 상징하는 초록색 풍선을 나눠줬다. 답답한 교섭 상황을 풍자해 고구마와 사이다도 나눠줬다. 원래 콘셉트는 ‘네이버 랜드’였다. 가볍고 재밌는 놀이동산 같은 콘셉트였다. “노조가 하는 일이 과격하다는 편견이 여전히 있어요. 우리는 폭력적이지 않다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네이버지회는 최대한 많이 모여 즐겁게 웃고 소리 지르면서 스트레스 풀고, 짧고 굵게 하기로 했다.
“한자리에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내는 집회의 기본적인 틀만 벗어나지 않으면 변주는 괜찮다고 봐요. 다만 노조원들이 입고 두르는 조끼와 머리띠가 사람들에게 주는 선입견은 있었어요. 과격한 이미지를 떠올리더라고요.” 네이버지회는 자신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조끼나 머리띠를 보고 조합원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다른 대안을 고민해야 했다.
대안은 후드 재킷이었다. 네이버지회는 컵, 목걸이도 만들었다. 굿즈 유행에 맞춰 ‘공동성명 굿즈’도 흐름을 탔다. “네이버 직원들은 후드티를 즐겨 입어요. 개발자 행사에서도 참가자에게 후드티를 나눠줄 정도예요. 직원들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복장이죠.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하니까 기성 노조가 했던 구호, 복장, 선전문 등이 어떤 의미와 기능을 가졌는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네이버지회에 가입한 동료들은 물론이고 처음 노조를 만든 이들도 단체행동, 피케팅, 홍보물 제작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다. “처음 하는데, 새롭게까지 해야 하니까 어려워요. 그런데 사람 하는 일이 항상 새로울 수는 없잖아요. (웃음) 외부에서는 첫 쟁의도 신선하다고 높게 평가해줬어요. 그런데 내부적으로는 ‘투명하게 소통하라’ ‘네이버가 책임져라’ ‘이해진이 응답하라’는 구호는 올드했다(낡았다)고 하더라고요.”
신선하다는 기준은 주관적이었다. 기성 노조들의 운동을 꾸준히 지켜봤던 사람들의 눈높이에선 분위기가 전과 다르면 ‘네이버답다’고 한다. 반면 노조 경험이나 기준점이 없는 네이버 노동자들은 여전히 낯설게 느꼈다. “노보에 어떻게 이렇게 과격한 단어나 문장을 쓸 수 있냐는 반응도 있어요. 기성 노조들이 했던 선전문, 구호 등과 견줘봐도 절대적으로 부드러운데도 말이죠. (웃음) 우리보다 더 젊은 20대는 더할 거예요. 학생운동도 경험하지 못한 세대니까요.”(박상희 사무장)
<font size="4"><font color="#008ABD">“우리가 연대해야죠”</font></font>
그래도 누구나 하는 아무나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다른 노조나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월 KB국민은행이 파업하기 전날 은행에 갔더니 한 직원이 다음날 파업 때문에 불편을 줄 수 있다며 죄송하다고 했어요. 그 직원에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어요. 응원한다고요. 노조를 해보니까 혹시나 내 생활에 불편을 겪어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민주주의가 당연한 게 돼가는 것처럼, 직장에서도 민주주의가 자리잡으려면 우리가 연대해야죠.”
<font color="#008ABD"><font color="#008ABD">글</font></font>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font color="#008ABD"><font color="#008ABD">사진</font></font>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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