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이 벌어진 지 8년이 지났다. 사건 원인을 둘러싼 논란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그 배에 탔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라졌다. 천안함 생존 장병 58명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으면서도 정부와 군, 사회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위로와 도움을 받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겐 이용당했고, 진보 세력에겐 외면당했다. 군대는 이들에게 ‘영웅’이라는 허울 좋은 칭호를 붙여줬지만 뒤로는 ‘패잔병’으로 대우했다. 사회적 낙인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직업군인으로 버텨보려 했으나 결국 옷을 벗어야 했던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의 삶을 견디기 힘들어 떠난 사람도 있다.
상처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과 ,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팀(김승섭, 윤재홍)은 6월5일부터 21일까지 ‘천안함 생존자의 사회적 경험과 건강 실태 조사’(천안함 조사)를 했다. 생존자 중 전역자(32명)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는 총 24명이 참여했다. 그 가운데 8명을 최소 3시간 이상 심층 인터뷰했다. 언론과 연구진이 정부기관의 도움 없이 직접 천안함 생존 장병의 건강 실태 등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미군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병률보다 6.7배나 높았다. 기나긴 진실 공방 속에 휘발된 이들의 삶을 돌아보며, 정부와 군, 우리 사회가 뭘 했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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