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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여의도 정우빌딩에선 무슨 일이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결과 발표 앞둔 2012년 12월11~16일

청와대·국정원·새누리당·경찰 핵심 인물들의 수상한 발신 기지국
등록 2017-11-20 14:23 수정 2020-05-02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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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의 한 단면을 날카롭게 잘랐다.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엿새 동안 있었던 ‘그들의 통화 기록’을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했다. 핵심 인물만 따로 뽑아 연결망을 그렸고 시공간적으로도 분석했다. 분석하면 할수록 더 절감하게 된다. 아직 밝혀낼 사실이 많이 남았다는 것.

표지이야기(청와대·국정원·새누리당·경찰 4각 통화 커넥션 드러났다)에 실린 전체 연결망에서 주요 인물만 추려 연결망을 다시 그렸다. 경찰과 국가정보원, 청와대와 새누리당 관계자 21명이 주고받은 문자와 통화 기록이다. 시각화 프로그램 ‘게피’(Gephi)를 이용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원의 누구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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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물 10명이 총 3295번 주고받았던 문자·통화를 시간별로 정리했다. 민주통합당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불법 선거운동을 경찰에 신고한 2012년 12월11일 저녁 6시40분부터 연락 횟수가 급증했다.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93회, 8시부터 9시까지 165회의 연락이 오고 갔다. 국정원 직원이 제출한 컴퓨터를 서울지방경찰청이 분석하기 시작한 12월14일 19시20분께 등 주요 고비마다 연락 횟수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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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내역에는 발신자의 위치 정보가 담겨 있다. 정확히는 발신자와 가까운 이동통신 기지국의 위치가 표시된다. 이를 바탕으로 통화가 있었던 위치를 구분하면 두 장소가 눈에 띈다.

첫 장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정우빌딩이다. 새누리당 대선캠프와 국가정보원의 핵심 인물들이 등장한다. 정우빌딩은 새누리당 당사에서 불과 140m가량 떨어져 있다.

‘국정원 여직원 셀프감금’ 사건이 벌어진 2012년 12월11일을 보자. 이날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 사이에 정우빌딩 기지국 근처에서 차문희 국정원 2차장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의 이정현 공보단장,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의 발신 기록이 차례로 나타난다. 이들이 만났거나 특정 사무실을 연달아 방문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만한 정황이다.

통화 기록을 검토한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한 장소에서 회합을 가졌다고 단정짓기엔 정보가 부족하다. 다수의 사람이 각자 다른 지역에서 한 장소로 이동하는 경로가 파악되고, 그 장소에서 통화가 오갔을 때 대개 범죄 현장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렇게 잦은 통화가 있었던 경우 이들이 모였을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 뒤에도 원세훈 국정원장, 이종명 국정원 3차장, 민병주 국정원 심리전단장, 하경준 국정원 대변인 등이 정우빌딩 기지국을 통해 전화한 기록이 있다. 이들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대비하러 여의도에 왔을 가능성이 있긴 하다. 정보위원회는 12월12일 오후 2시41분부터 4시50분까지, 12월13일 오후 2시11분부터 자정 무렵까지 열렸다.

한 기지국이 최대 500~1천m까지 전파를 잡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국회나 정우빌딩 등의 거리를 고려하면 확정적으로 이들의 동선을 그리기는 어렵다. 다만 새누리당 인근에 국정원 직원들이 있는 정황상 이들이 새누리당 관계자와 접촉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정우빌딩 반경 500m 안에 100여 개의 3G 이동통신 기지국이 있는데 유독 정우빌딩 기지국에서 통화 기록이 다수 잡힌다는 점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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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장소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청와대부속청사 주변이다. 종로구 신교동 신우빌딩과 통의동 대양건설 사옥이 포함된다. 여기서는 대통령비서실과 경찰, 국정원의 핵심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 예로 12월12일 아침 청와대부속청사 기지국에서 하금열 대통령비서실장이 박원동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뒤이어 원세훈 국정원장, 하경준 국정원 대변인,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이 같은 기지국에서 전화를 걸었다. 대통령비서실과 국정원, 경찰이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 긴밀하게 접촉하지 않았나 의심해볼 만한 정황이다. 다만 김용판 청장의 경우 청장 관사와 서울지방경찰청이 근처에 있어 우연히 기지국이 잡혔을 가능성도 있다. 김용판 전 청장은 과 한 통화에서 “관사에서 전화하면 청와대로 (기지국이) 잡힌다”고 밝혔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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