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2012년 12월11일부터 16일까지 국정원과 경찰의 핵심 인물 10명이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은 내역을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핵심 인물 10명은 휴대전화 번호 14개를 사용해 다른 524개 번호와 총 3295번 연락을 주고받았다.
시각화 프로그램 ‘게피’(Gephi)를 이용해 연락연결망을 만든 결과, 전체 구조의 허브가 드러났다. 댓글부대를 운영했던 국정원과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수뇌부를 연결하는 이들이 있었다. 대중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차문희(국정원 2차장), 박원동(국정원 국익정보국장), 최현락(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김병찬(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다시 국정원의 서울지방경찰청 연락관인 안▵▵와 ‘주황색 점’(경찰·국정원 요원으로 추정)을 거쳐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양쪽 수뇌부는 2단계를 거쳐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 과정에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새누리당과 청와대 핵심 인물들의 연락처도 나왔다. 새로운 점은, 새로운 선을 예고한다. 이 점과 선들은 세상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실에 가닿을 수 있을까. _편집자</font>
여론 조작,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운영, 특수활동비 상납 등 국가정보원의 부끄러운 과거가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매일 아침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일들에 대한 충격적인 뉴스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혹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제18대 대통령선거 3차 토론회가 끝난 직후인 2012년 12월16일 밤 11시에 이뤄진 경찰의 기습 기자회견이었다.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는 국정원 요원 김아무개(28)씨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비방 댓글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씨의 노트북에서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 및 박근혜 후보 지지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경찰의 이 발표는 결국 그해 대선판을 흔들었다. 박근혜 후보를 오차범위 내까지 따라잡았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막판 뒤집기에 실패한 것이다. 이날 이뤄진 이례적인 심야 발표를 둘러싸고 청와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 쪽에서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이달곤 청 정무수석-차문희 국정원 2차장 6차례 통화</font></font>우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경찰이 발표하려던 수사 결과와 발표 시기를 미리 파악한 정황은 뚜렷하다. 김무성 당시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심야 수사 결과 발표가 있던 12월16일 오후 2시30분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 직원 컴퓨터 1차 조사에서 아무런 댓글을 발견 못했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 2차 조사 진행 중인데, 중대 사안인 만큼 조사를 빨리 끝내서 오늘 중 국민들에게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밤 10시40분, 박선규 캠프 대변인도 “오늘 중 수사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말이 끝나고 20분 만에 경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심이 가는 것은 새누리당뿐이 아니다. 12월16일 밤 11시에 경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국정원은 불과 11분 만에 보도자료를 만들어 누리집에 올렸다. “국정원 직원 개인의 인권이 철저히 짓밟혔음은 물론이고 국정원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 국가정보기관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수사 결과를 미리 알지 않고서는 11분 만에 보도자료를 써서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정원-경찰-새누리당이 한 몸처럼 움직인 배경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권력의 끊임없는 수사 방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시작된 직접적인 계기는 2012년 12월11일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 공작을 벌이던 국정원 요원 김씨의 원룸을 기습한 사건이었다. 은 이후 경찰의 한밤 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던 12월16일까지 엿새 동안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 차문희 2차장, 이종명 3차장, 박원동 국익정보국장 등 국정원의 주요 간부 6명과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 최현락 수사부장, 이병하 수사과장, 김병찬 수사2계장 등 당시 수사 라인에 있던 4명의 통화 내역을 단독 입수했다.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 예상대로 국정원-경찰-새누리당을 잇는 통화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등장한 또 하나의 실체인 청와대다. 기존에 알려진 국정원-경찰-새누리당 말고도 청와대가 추가돼 사각 커넥션이 있었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그 밖에 당시 국정원과 통화를 주고받은 박근혜 캠프 쪽 관계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핵심 관계자의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2월11일부터 16일까지 엿새 동안 하금열 청와대 비서실장,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 이아무개 청와대 비서실장 선임행정관이 국정원 주요 간부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다.
가장 통화가 많았던 이는 이달곤 수석이다. 이 수석은 차문희 2차장과 엿새 동안 6차례 통화했다. 사건이 벌어진 12월11일 밤 10시14분, 10시23분 10초 이내의 짧은 통화가 있었으며, 12월14일에도 오전 9시26분(29초), 10시4분(3분49초) 등 두 차례 통화했다. 이날은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로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급기야는 한 여성을 집에 가둬놓고 부모님도 못 만나게 하고 심지어 물도 밥도 끊어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말 참담하기만 하다”며 국정원 댓글 사건의 대응을 공세로 전환한 날이었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던 12월16일, 낮 12시53분(3분20초)과 오후 5시53분(52초)에도 두 차례 통화가 이뤄졌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대통령비서실이 ‘댓글사건’ 직접 챙긴 정황 </font></font>청와대 정무수석실은 경찰을 관할한다. 당시 이 수석은 경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의 진척 상황과 내용 등을 보고받을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국정원을 관할하는 것은 민정수석실이다. 이 때문에 직제만 놓고 본다면, 이 수석과 차 차장이 연락을 주고받을 이유가 없다. 대선판을 뒤흔들 수 있는 긴박한 시기에 석연찮은 통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 수석이 직제와 무관한 국정원 2차장과 수차례 통화한 점은 당시 자신이 관할하는 경찰과는 수시로 수사 관련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수석은 국회와 여야의 소통·협력 업무를 하고 있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도 긴밀히 연락을 했을 수도 있다. 경찰 수사 내용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통해 국정원과 새누리당으로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국면에서 청와대가 조율자의 역할을 했다는 것은 최소한의 추정일 뿐이다. 총기획자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물론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에 확정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당시 청와대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사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이 수석은 과 한 통화에서 “나는 그런 사람(차문희) 모른다. 통화한 기억이 없고 (국정원과) 통화할 이유도 없다. 국정원은 우리(정무수석실)와 업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총 6번의 통화 중 5번을 이 수석이 먼저 걸었음에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이 수석은 당시 새누리당과 접촉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는 복잡한데, 바빠서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차문희 차장은 12월11일 통화 사실 등을 묻는 의 질문에 “(이 수석과) 한두 번 통화한 것 같긴 하다. 그분이 정무수석이고 내가 2차장인데…”라며 통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대선 기간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정치인 접촉이나 통화를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고, 그때 도와줄 것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금열 청와대 비서실장도 국정원 쪽과 직접 연락했다. 하금열 실장은 최근 구속된 박원동 국정원 국익정보국장(1급)에게 12월12일 아침 8시22분(2분43초)과 15일 오후 5시8분(2분25초) 두 차례 전화를 건다. 박 국장은 당시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다. 은 당시 통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하금열 실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 밖에 당시 이아무개 청와대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이 박원동 국장에게 12월13일 오후 1시43분(25초)과 1시44분(3초)에 잇따라 전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선임행정관은 당시 하금열 실장의 일정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었다. 하금열 실장과 이 선임행정관이 박원동 국장에게 연락했다는 것은 이 사건을 청와대 비서실장 차원에서 직접 챙겼음을 방증한다. 이 선임행정관은 과 한 통화에서 “오래전 이야기라 전화한 것 자체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이정현 당시 캠프 공보단장-차문희 통화 새롭게 확인 </font></font>의 이번 분석으로 기존에 알려진 권영세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 윤상현 후보수행단장,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외에 다른 정치인이 국정원과 통화한 정황도 새로 드러났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이정현 당시 캠프 공보단장(현 무소속 의원)이 차문희 차장과 통화한 것이다. 이정현 단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12월11일 서울 여의도 정우빌딩 기지국에서 저녁 8시25분(48초) 차문희 차장에게 전화했다. 차문희 차장은 이날 저녁 6시25분 통화에선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기지국이 잡혔지만, 7시께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진 뒤에는 여의도에서 기지국이 잡힌다. 그는 최소 저녁 7시33분부터 밤 10시까지 이정현 단장이 있던 여의도 부근에 머물렀다. 이날 두 사람의 통화는 밤 10시19분(49초), 10시23분(2분32초)에도 추가로 이뤄졌다. 다음날인 12월12일 밤 9시54분(47초)에도 이정현 단장은 차문희 차장에게 전화를 건다. 12월13일에는 각각 한 차례씩 문자를 나눴다.
이와 관련해 이정현 단장은 “당시 통화 사실이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그때 내 위치라는 게 전혀 그럴 위치가 아니었다. 그분(차문희 차장)이 대학교 선배라 예전부터 알아서 아마 가끔 통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댓글 사건이 처음 불거진) 12월11일 만나지도 않았다. 서로 엄청 바쁜 상황이어서 누구를 밖에서 만나고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차문희 차장은 11일 통화에 대해 “(이 단장과) 동문이라 12월 말 동창회 참석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통화를 하긴 했다. 만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엿새 동안 국정원 쪽과 가장 통화를 많이 한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권영세 실장이다. 권 실장은 12월12일과 14일 박원동 국장과 총 14번 전화를 했고 1번 문자를 보냈다. 권 실장은 과 한 통화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당당하다. 그날(12월11일) 뉴스를 보다 깜짝 놀라서 원세훈 원장과 통화한 기록도 있을 거다. 전화해서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며 화를 냈다. 원세훈 원장이 ‘잘 모르니까 기다리라’고 하더라. 그런데 기다릴 상황이 아니라서 국정원 국내 파트가 개입한 것이라는 생각에 예전부터 알던 박원동 국장에게 전화했다. (그랬더니) ‘그게 지난 정부부터 통상적으로 이어온 대북 심리전 활동’이라고 하더라. 며칠 동안 상황이 계속 이어져서 ‘당당하다면 수사에 협조하라’고 이야기한 것이 전부다. 그다음에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데 경찰에 전화했다가는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당사자(국정원)들에게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전화한 게 한두 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당시 새누리당 쪽에서 수사 결과와 발표 시기 등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과 관련해서는 “기자들과 직원들 통해서 (12월16일) 밤 10시쯤에 발표가 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래서 그때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건 오해받으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려다 경찰 쪽에 (직접) 말하면 수사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오해가 있을 듯해 (캠프 관계자에게) 한 통의 전화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서상기·권성동·윤상현-원세훈·박원동 당시 수차례 연락 </font></font>이 밖에 서상기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이 박원동 국장과 총 3차례(12월15일), 원세훈 원장과 총 1차례(12월15일),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가 원세훈 원장과 총 3차례(12월13일), 윤상현 박근혜 캠프 후보 수행단장이 박원동 국장과 총 2차례(12월12일, 13일) 통화한 것이 확인됐다(2차례 이상 통화만 포함). 이와 관련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래된 일이라 모르겠다.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서상기 전 위원장은 “정보위원장을 할 때라 공적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도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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