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당원들은 현 정부의 소통, 탈권위 노력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인사·외교 분야에는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이들은 또 다당 체제 아래 협치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양보와 존중을 조건으로 꼽았다. 좌담은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의 사회로 9월1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사무실에서 열렸다. A·B그룹 각각 2시간가량 진행된 좌담회 내용을 요약했다. _편집자
소통은 가점, 외교·인사는 감점
사회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평가해달라.
김승현(정의당, 이하 정) 80점은 줄 수 있다. 전체적인 정책 기조에 찬성이고, (국민을 대하는) 따뜻한 모습이 느껴진다. 정치가 시민에게 다가온다는 개념에 꽤 부합한다. 인사에서는 충격적인 면이 있었다. 엉뚱한 인사가 몇몇 있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는 설득의 메시지가 있어야 했다.
장은세(정) 60~70점 정도. 사회 불평등처럼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정책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는 실망했다.
박도연(더불어민주당, 이하 민) 75점. 공약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특히 복지 정책을 많이 실시하고 있다. 외교·인사 부분은 감점 요인이다. ‘한반도 운전자’ 구상을 이야기했는데 운전대는커녕 차에 탑승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대북 정책은 이전 정부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유호준(민) 60점 주겠다. 합격점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란 메시지를 던져 비정규직 확산에 제동을 걸었다. 가장 훌륭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감점 40점 가운데 20점은 탁현민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때문이다. 포털에 ‘탁’을 치면 탁구보다 탁현민이 먼저 뜰 정도다. 낙마한 조대엽 후보자 인선도 꼬집고 싶다.
나유경(민) 70점 정도 주고 싶다.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부분을 잘하고 있다. 너무 소통을 앞세우다보니 실수가 좀 있는 것 같다.
조혁준(민) 80점 정도?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사드는 대응 부족이 맞다. 인선이 적재적소에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나름 최선이 아니었나 싶다.
사회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참여했나. 두 집회에 대한 느낌과 애국심에 관해 이야기해달라.
김승현(정) 촛불집회는 두 번 빼고 다 갔다. 5~6년 만에 나가니 몸이 후끈후끈하더라. 두 집회 참석자 모두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각자 자신들이 얻은 정보가 완전히 달라서 그런 것 같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도 정말 열심히 하시더라. 애국심은 양쪽 모두에 있는 것 같다.
장은세(정) 촛불집회에서 ‘우리 세대가 세상을 바꿨다’는 성취감을 얻었다. 촛불집회 뒤 정의당에 가입했다. 정치에 관심 없고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들이 뭉쳐 시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애국심이라고 생각한다. 태극기집회 참석자들도 애국심이 엄청난 분들 같았다.
박도연(민) 두 집회 모두 신념을 갖고 한 것이라 높게 평가한다. 특히 촛불집회에서는 ‘시민의 탄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태극기집회를 보면서는 ‘왕정복고를 꿈꾸나’ 생각했다. 내 아버지도 차에 태극기를 꽂고 다니시더라. 말리려다 신념이 있으니 그러시겠지 싶었다.
유호준(민) 지금 촛불집회를 돌아보면 좌절감과 허망함이 크다. 촛불집회에서 성소수자·장애인 문제도 외쳤지만 변화가 이뤄진 것은 없다. 우리 당 강령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내용이 있는데도 (우리 당 출신) 어떤 대선 후보는 노동유연성을 이야기했다. 열심히 해서 대통령만 바꾼 것 말고 무엇이 있을까. 전직 대통령이 그 정도 사고를 쳐야만 이 정도 바뀐 거라면 너무 슬프지 않나. 태극기집회는 ‘어디서 돈 받고 나오시나’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한국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그분들도 인정하고 있었다. 신념이 있고 열심히 사신다고 생각했다.
나유경(민) 각자 살기 바쁘지만 촛불집회에 나온 것을 보며 ‘다들 (사회를) 지켜보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태극기집회는 애국심의 발로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지키려고 나온 것 같았다.
조혁준(민) 태극기집회를 보면 ‘사즉생’, 죽기살기로 한다는 느낌이었다. 애국심의 발원지가 서로 다른 것 같다. 촛불집회의 애국심은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헌법 제1조에서 나온 것 같고, 태극기집회의 애국심은 나라가 있어야 나도 있다는 데서 나온 것 같다.
사드, 실효성 없지만 유용한 외교 카드사회 사드 임시 배치와 대북, 4강 외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혁준(민) 사드 배치는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에 관해 말을 바꾼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적 없다. 전략적으로 판단했다고 본다. 대북 정책에 관해서는 정부가 나를 잘 설득해주면 한다.
유호준(민) 사드 배치를 보면서 과거 경기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 생각이 났다. 노무현 정부 때 미군기지를 만들어주겠다고 군인까지 동원해 민간인을 밀어냈다. 대중외교에서는 중국에 신뢰를 주지 못한 것 같다. 대북 정책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답이 없는 것 같다.
박도연(민) 사드 배치는 찬성이다. 군사적 효용성이 없는 것은 맞는데 외교적 카드로서는 의미가 있다. 중국 견제 효과가 확실하다. 사드를 배치한 경북 성주 주민들에게는 충분히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대북 정책은 굉장히 잘못하고 있다고 본다. 제재를 가한다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었으면 핵개발을 시작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는데, 인정해주고 달래기에 나서야 한다.
장은세(정) 사드 배치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효용성 여부보다 대북·대중 관계에서 ‘우리도 이런 카드가 있다’고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북한은 제재를 해도 핵을 만들어낸다. 손해는 우리가 본다. 모든 걸 올려놓고 협상해야 한다.
김승현(정) 사드 문제에 현 정부는 좀 억울할 것이다. 사실상 이전 정부에서 들여온 것이다. 잘못은 전 정부에 있다.
사회 5당 체제는 어떻게 보나.
조혁준(민) 5당 체제가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당이 좀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유경(민) 5당 체제는 나쁘지 않다. 다만 국회나 시민의 성숙도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상대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
유호준(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특정 정당이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을 한 지난 9년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면이 많다. 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일 수준이 되느냐는 잘 모르겠다. 협치가 제대로 되려면 개헌이 필요한 것 같다.
장은세(정) 1당 체제 독주를 막으려 진행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덜 벌어질 것 같다는 희망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협치보다 무조건 반대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박도연(민) 아주 긍정적으로 본다. 절대다수 정당이나 세 자릿수 의석을 지닌 정당은 협치를 가로막는다. 어느 정도 균등한 의석 배분이 좋을 것 같다.
■B그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청년당원) 좌담회사회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평가해달라.
황민철(자유한국당, 이하 자) 30점을 주고 싶다. ‘오락가락, 내로남불’ 정부다. 일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 “우리나라가 세계 6위의 원자력 강국이 됐고 안전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 했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그 말을 거스르고 원자력발전소는 위험하고 악인 것처럼 만들었다. 사드도 마찬가지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다가 배치를 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소통하려는 모습이다. 진정한 소통은 아니지만.
이은혜(자) 40점 주고 싶다. 소통은 잘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 정책을 보면 5대 인사배제 원칙(병역면탈, 세금탈루,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이 마치 임용 원칙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잘못하고 있다.
이내훈(국민의당, 이하 국) 70점 주고 싶다. 우리 집이 무악산 근처다. 이전엔 검문 때문에 짜증 났는데 요즘은 안 한다. 30점을 깎은 것은 사드 배치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감정을 최대한 누그려뜨리며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교를 못하고 있다.
우원재(자) 0점이다. 탈원전이나 일자리 등은 60년을 내다보고 하는 정책이다. 취임한 지 불과 4개월밖에 안 됐는데 장기 정책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역시 소통을 빙자한 것이라고 본다. 중요한 사업을 결정하면서 전문가 말은 무시한 채 자기 코드에 맞는 사람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굉장히 위험하다. 탈권위인 척하면서 어느 시대보다 권위주의적이다.
김정수(바른정당, 이하 바) 30점 정도다. 실제 소통하지는 않는데 소통하는 것처럼 보여준다. ‘오늘은 잔치, 내일은 빚잔치’가 문재인 정부라고 본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려준다는 등 듣기 좋은 말을 하지만 결국 세금으로 공무원연금이 나가야 한다. 탈원전도 면밀히 검증되지 않은 정책이다.
이윤정(자) 40점 정도다. 국정 운영에 보여주기식 인기 영합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 10년을 딱 잘라 평가한다는데 여론을 등에 업고 보복정치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당 체제에서 중요한 것이 협치인데 자신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무조건 적폐라며 야당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다. (내각에) 여성 인사를 일정 부분 확보하려 한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소통 분야에서 마케팅을 잘한다. 정권 주변에 실무보다 마케팅 쪽에 특화된 사람이 많아 노련하게 여론몰이를 한다.
박민영(바) 비과학적 정책을 너무 많이 펴고 있다. 공무원 증원, 원전 문제 등은 ‘1~2년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지나갔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뒤집을 수 없다.
조금 다른 애국심
사회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참여했나. 두 집회에 대한 느낌과 애국심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이윤정(자)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촛불집회는 목적이 뚜렷한 일부 집단, 즉 선동하는 집단이 있어 다수 국민이 휩쓸려 참여했다. 태극기집회는 ‘나라가 걱정돼 살려야겠다’는 분들이 뚜렷한 목적을 갖고 나온 것 같다.
박민영(바) 참여 여부를 묻는 것은 굉장히 실례다. 태극기든 촛불이든 관심 없다. 촛불집회에는 ‘지금 이걸 해야 깨어 있는 시민이다’라는 요소가 꽤 작용했다. 태극기집회는 ‘박근혜 공주님’이라는 느낌 말고 주장하는 논리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 ‘문빠’나 ‘박사모’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팬클럽식으로 흘러가면 맹목성을 띨 수밖에 없다.
우원재(자) 두 집단 모두 기본적으로 나라 잘되라는 애국심은 있었다고 본다. 다만 촛불집회는 한국을 ‘이 망할 나라’ ‘나쁜 나라’라며 바꾸려 했고, 태극기집회는 ‘자랑스러운 나라’ ‘어떻게 일으켜 세운 나라인데 이렇게 흔들리나’라는 위기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동기가 달랐다.
이내훈(국) 촛불집회는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조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계기로 터져나온 것이다. 태극기집회는 현장에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하는 걸 못 들어봤다.
유광수(국) 둘 다 참여하지 않았다. 각자의 애국심이 있는 것 같다.
황민철(자) 모두 애국심이 있던 집회였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는 나라를 수호해야 한다는 의지를 지닌 사람이 많았고, 촛불집회는 유행처럼 ‘촛불 한번 들어보자’ ‘광화문 놀러 가자’는 사람이 더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정수(바) 집회에 참여함으로써 각각 ‘국가를 수호해야 한다’는 생각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표출했다. 주말에 자기 시간과 돈을 써가며 모두 그 장소에 있었다.
다당제, 협치에 유리사회 현재 다당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협치를 잘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뭘까.
황민철(자) 긍정적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계파가 나뉘어 안에서 싸웠다. 그것보다 각자 당을 통해 경쟁하는 게 긍정적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민주당만 설득하면 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한 정당만 설득해선 안 된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 사태처럼 야당 탓하지 말고 독단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유광수(국) 특정 정당 독점 체제는 싫다.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식당도 뷔페가 좋다. (웃음) 이상적으로 협치하려면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어야 한다. 양당 체제였으면 협치가 더 안 됐을 것이다. 다당제고 여소야대니까 반강제적으로라도 협치의 최소 조건이 구비된 것 같다.
우원재(자) 다당제에 적극 찬성한다. 지금까지 다당제에서 제구실을 하는 정당은 정의당뿐인 것 같다. 나와 생각은 180도 다르지만 가장 이상적으로 이념 정당의 길을 가는 것 같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내 ‘촛불개혁’ ‘적폐청산’ 발언만 했다. 정말 여당이 협치를 바란다면 베풀 줄도 알아야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 때 장외 투쟁은 안 했다.
김정수(바) 다당제는 국민의 선택권이 늘어서 좋다. 단순히 진보, 보수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사안마다 옳은 당에 지지를 보낼 수 있다. 협치를 잘하려면 좋은 정책을 추진해 야당이 수긍하게 만들거나, 야당과 협상을 잘하거나 혹은 둘 다 잘해야 한다.
박민영(바) 양당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사를 포괄하지 못한다. 그런데 다당제가 지금 상황에서는 회의적이란 생각이 든다. 정치인들의 협치 역량을 신뢰하지 않는다. 대통령제와 다당제는 맞지 않는 구조다. 다당제에서 협치와 연정 역량을 조금씩 키워가다 의원내각제로 바꾸는 것이 순서 아닌가 싶다.
이윤정(자) 다당제는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새로운 시도다. 여당 지도부가 좀더 포용하고 양보하는 정치력을 발휘했다면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이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정리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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