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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사람’ 황교안 믿을 수 있나

말, 글, 책을 통해서 본 개신교 전도사 황교안…

그의 독실한 신앙은 대한민국 헌법과 일치하나
등록 2016-12-20 20:35 수정 2020-05-03 04:28
2011년 당시 황교안 부산고검장이 한 교회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김대중 정권 시절을 “환란”에 빚댄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한겨레

2011년 당시 황교안 부산고검장이 한 교회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김대중 정권 시절을 “환란”에 빚댄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한겨레

세상에는 그를 다윗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한민족은 태생부터 이스라엘처럼 하나님과 직접 계약을 맺은 제2의 선민입니다. 그리고 이제 한민족의 부르심을 완수할 다윗이 출현했습니다. 바로 황교안 총리입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자 한 기독교계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그의 “발자취”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조명한 이 글은 “황 총리 본인도 전혀 뜻한 바 없었고 지지 세력의 지원도 전무한 상태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이라며 “저는 이것을 하나님의 섭리라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2015년 5월 황교안 국무총리 지명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자 개신교 신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귀도 퍼졌다.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신학대학 다녀

“황교안 총리 후보 지명자/ 그는 자랑스러운 기독인입니다. 어릴 때부터 ○○침례교회를 다녔고, 그 바쁜 공직생활(검사) 중에도 야간신학대학을 나온 전도사입니다. …황교안 후보는 현재 안티 기독교 분자들과 불교인, 종북좌파들의 극렬한 반대를 받고 있습니다./ 황 후보자는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는 일에 다니엘과 같이 쓰임받는 하나님의 일꾼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그에겐 천군만마와 같습니다./ 아울러 여러분이 지인들 20명에게 이 글을 전달하여 우리가 함께 기도한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5. 5.25”

지난 12월11일 그가 다니는 교회 주보에는 ‘교회를 섬기는 분들’로 ‘전도사 황교안’이 올라 있다. 개신교계 신문 12월10일치에는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새삼 조명된 그의 신앙”이라는 기사가 있다. 1998년 11월15일치 에 실린 ‘황교안·최지영 부부가 사는 풍경’을 주로 인용한 기사다. 아내 최지영씨는 남편 황교안을 “남편은 시험에 합격했고 그 약속대로 대학 졸업 후 다시 신학교 3학년으로 편입을 했다. 그래서 교회에 가면 남편은 전도사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신학대학을 다녔다. 글에는 “남편은 50세 전후로 목양지를 닦을 거다. 목회일에만 전념할 것을 위해 예비 목자로 훈련받고 있는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비록 아직 목양지를 닦지는 않았지만, 그는 ‘행동하는 신앙인’으로 살아왔다.


<i>“남편은 50세 전후로 목양지를 닦을 거다. 목회일에만 전념할 것을 위해 예비 목자로 훈련받고 있는 것.” 비록 아직 목양지를 닦지는 않았지만, 그는 ‘행동하는 신앙인’으로 살아왔다.</i>

2007년 7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선교단이 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되는 사건이 있었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곳에 선교를 가서 사고가 났다는 여론이 일었다. 인질 중 2명이 사망했다.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던 황교안 검사는 에 기고한 ‘아프간으로 가자’라는 글에서 “마치 분당 샘물교회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처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납치된 그들은 그런 비난을 받을 일을 한 것인가? 예수님은 이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황교안 검사에게 아프가니스탄은 “병원과 식량원조가 절대적으로 긴요한 극빈국가”이자 “기독교인은 7000명에 불과한, 영적으로 죽은 나라”이다. “최고의 선교는 언제나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법무부 복음화’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부임하는 곳마다 수요예배 모임을 만들었다.

“최고의 선교는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2015년 5월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저지 범종교인 연석회의 출범 기자회견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2015년 5월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저지 범종교인 연석회의 출범 기자회견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그는 기독교계 민영 교도소를 운영하는 아가페재단 이사직을 지냈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차장검사로 재직하던 2004년 1월, 재단법인 아가페 소식지에 기고한 글에서 “재소자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교화해야만 확실한 갱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주장의 근거로 “우리나라 교도소 재소자들의 재입소율은 30%가 넘는다. 그런데 브라질의 휴마이타 기독교 교도소, 미국 텍사스주 교도소의 기독교 교정 프로그램(IFI)을 거친 재소자들의 재입소율은 5% 미만”이라고 적었다. 그런 그가 교도행정을 관할하는 법무부 장관이 됐고 이어서 총리로 지명되자 반발이 나왔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참여불교재가연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등은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 저지 범종교인 연석회의’를 만들고 삭발까지 하면서 임명에 반대했다. 당시 이 단체들은 성명서에서 “지나친 종교적 신념의 표현들이 정교분리 원칙과 공직자 종교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총리 임명 반대 ‘연석회의’가 생기는 일은 드물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규정한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정치와 종교는 분리된다.” 정교분리 국가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관점은 그가 공저한 (2012)에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주일에 공무원시험인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유감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헌재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대법원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한다. 대법원이 교회 산하 유치원 교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부당해고 결정 판결을 내렸다. 그는 책에 “교회의 특성과 종교의 자유에 비추어 심히 부당한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썼다. 이유는? “교회의 주인은 세상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하나님이며… 모든 교회의 직분은 기본적으로 봉사직이고… 교회에서 지급하는 사례비는 근로의 대가가 아니고 교회의 은전의 성격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 “교회를 노동법상의 사용자로, 교회직원을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보는” 판결은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맺는다. 책에서 그는 목회자 소득세, 교회 재산세 등도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박근혜의 정치 기반도 보수 개신교 네트워크

“황교안에게 법규범의 우열 순서는 ‘교회법→국가보안법→헌법’이다.” 2015년 5월 황교안 국무총리 지명에 반대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SNS에 올린 글이다. 그는 황교안 국무총리 지명에 반대하는 7가지 이유를 요약하며 “법지식을 일관되게 기성체제, 기득권, 강자 옹호 및 반대자와 약자 억압에 사용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민주’와 ‘공화’의 나라의 총리라니!”라고 썼다.

조국 교수는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우려를 일찍이 표했다. 조국 교수는 “그는 자신이 섬기는 하나님과 군왕이 지배하는 조화로운 피라미드 속에서 기도와 공부로 한칸 한칸씩 올라온 사람”이며 “지극한 성실성으로 성공한 그가 정치적으로 위험하거나 자신의 도덕적 잣대에서 어긋나 보이는 사람들을 얼마나 이상하게 보겠는가”라고 말했다. 공안적 경험뿐 아니라 종교적 심성에서 4·19 혁명을 ‘혼란’으로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보는 표현이 나온단 것이다. 그는 “헌재 결정이 내년 3월까지 미뤄지고, 만약에 정국 변화가 생긴다면…”이라고 우려했다.


<i>“박근혜의 정치적 기반은 2004년 사학법 반대에서 다져졌다. 보통 이명박 정부를 개신교 정권으로 여기지만 보수 개신교 인맥은 친이, 친박을 가리지 않고 포진해 있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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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교육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 강행 의지를 밝혔다. 배병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처장은 “국민들은 ‘역사 교과서 개정과 개신교가 무슨 상관이야?’ 하겠지만, 역사 교과서 개정은 개신교의 숙원 사업이었다”고 지적했다. 장로 대통령 이승만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는 관점은 보수 개신교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일이 적잖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의 공직가치 조항에 인사혁신처 원안과 달리 민주성·다양성·공익성 등을 삭제하고 애국심 등만 넣도록 지시한 것도 그였다.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남은 권한대행이 개신교 신자라는 것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장은 “박근혜의 정치적 기반은 2004년 사학법 반대에서 다져졌다”며 “보통 이명박 정부를 개신교 정권으로 여기지만 보수 개신교 인맥은 친이, 친박을 가리지 않고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북 강경책, 역사 교과서 개정, 퇴행적 성교육안 등 이들의 정치적 목표는 오히려 박근혜 정부에서 현실화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의 결과가 전도사 권한대행으로 남았단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 구조 신호를 보낸 집단도 보수 개신교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개헌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을 지지”했고, 대통령은 세월호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최성규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여전히 촛불의 효능 필요하다”

“샤머니즘 국가에서 정교일치의 중세 암흑기로 진전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우려하는 시민들 사이에 떠도는 말이다. 개신교 목사인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우려한다. “탄핵 정국 이후 수세에 몰린 보수 개신교 일부 집단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통해 뭔가 반전의 기회가 왔다고 오판할 수 있다. 공공연히 말은 못하지만 벌써 그런 궁리를 하는 듯하다. 시민사회가 대통령 탄핵에 성공한 것처럼 황교안으로 상징되는 세력에게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면 좋겠다. 여전히 촛불의 효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은 전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고. 세속의 정치를 종교적 계시로 해석하면 위험하다. 지금 여기선 촛불이 다윗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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