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전인 1964년 6월3일 박정희 정권은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듬해인 1965년 12월18일, 박 정권은 한-일 협정을 최종 체결했다. 1964~65년 2년간 이어진 학생들의 한-일 협정 반대시위를 일컬어 ‘6·3운동’이라고 한다.
은 당시 반대시위에 나섰던 이들 가운데 이부영 전 의원과 송철원 현대사기록연구원 이사장을 12월31일 전화 인터뷰했다. 1942년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 동기인 두 사람은 하나같이 말했다. “이번 합의는 1965년 한-일 협정과 마찬가지로 굴욕적이다.” _편집자
한겨레 김봉규 기자
“1965년 한-일 협정에 이은 굴욕 협상이다.” 이부영 전 국회의원은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65년 한-일 협정의 재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계를 은퇴한 그는 한일협정재협상국민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과의 통화에서 “1965년 한-일 협정의 큰 특징은 일본이 한반도 식민 지배를 유효 합법이라고 보면서 식민 지배에 대해 사과하지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한 것이었다. 그러니 배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번(위안부 문제)에도 일본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 똑같다. 65년 한-일 협정 체결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며 이번 합의를 비판했다.
그는 “65년 한-일 협정 당시 일본이 (우리에게) 청구권 자금을 주면서 ‘독립 축하금’이라고까지 했다. 그건 일본이 독립을 허용했다는 모욕적인 말이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위안부 명예 회복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면 일본이 10억엔을 내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억엔을 내고 위안부 문제를 때워버린 것과 같다”고 했다. 지금 일본 쪽이 “위안부 문제를 ‘제거했다’”는 식으로 밝히고 있는데, 이번 합의로 “반일 감정의 큰 저수지와 같은 위안부 문제를 제거했다고 일본이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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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합의에 미국의 조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았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위협적 성장을 막기 위해선 ‘한·미·일 군사동맹’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 미국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65년 한-일 협정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적 진출의 길을 열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위안부 문제 합의로)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진출의 길을 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의 한반도 군사 진출은 한반도의 분단을 장기화하고 남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직접적 원인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이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건드려선 안 될 역린을 건드렸다.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내 정치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1965년 한-일 협정을 기본으로 삼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란 점은 익히 예상된 바였다. 그는 이런 일본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우리 정부의 미필적 고의(어떤 결과를 인지하고도 묵인)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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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베의 일본이 합의를 그대로 지키리라고 믿었다면 그동안의 협상 경험은 엿 바꿔 먹은 게 틀림없다. 이제 박근혜 정권은 아베를 대신해 분노한 민심을 달래느라 바쁘게 생겼다. 그러다 1965년 박정희 정권이 그랬듯 탄압으로 표변할 것이다. 그러나 상처받은 할머니, 국민의 마음, 그리고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한 우리 외교는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한-일 관계 정상화 등을 위해 불가피한 합의였다는 국내 일부 기류에 대해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일 관계 회복은 그것대로 진행하고, 우리가 문제를 제기(위안부 문제 등)할 것은 계속 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가 합의되지 않으면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 왜 이렇게 굴욕적으로 협상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1965년 한-일 협정과 이번에 이뤄진 위안부 문제 합의를 되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일본이 1965년 한-일 협정을 악용하고 있다. 그때 우리나라는 (쿠데타로 집권해) 합법성을 갖지 않은 군사독재 기간이었다. 올해 총선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에게 1965년 한-일 협정과 최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그들의 입장이 무엇인지 공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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