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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국 편을 들지 않는다”

1964년 한-일 협정 반대시위에 나섰던 송철원 현대사기록연구원 이사장 인터뷰
등록 2016-01-05 17:52 수정 2020-05-03 04:28
유효부당론(有效不當論). 도덕적으로는 식민 지배에 문제가 있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다는 태도다. 일본은 유효부당론을 ‘2015년 12월28일 합의’에서도 고수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얻었는가. 12·28 합의가 ‘부당’한 것은 물론 ‘무효’라는 야당과 시민단체, 다수 국민의 반발에 부닥쳤다. 반세기 전 체결된 한-일 협정의 재탕으로서 ‘신 한-일 협정’이라는 비난도 맞닥뜨렸다.
51년 전인 1964년 6월3일 박정희 정권은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듬해인 1965년 12월18일, 박 정권은 한-일 협정을 최종 체결했다. 1964~65년 2년간 이어진 학생들의 한-일 협정 반대시위를 일컬어 ‘6·3운동’이라고 한다.
은 당시 반대시위에 나섰던 이들 가운데 이부영 전 의원과 송철원 현대사기록연구원 이사장을 12월31일 전화 인터뷰했다. 1942년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 동기인 두 사람은 하나같이 말했다. “이번 합의는 1965년 한-일 협정과 마찬가지로 굴욕적이다.” _편집자

“당사자한테 묻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하는 법이 어딨나. 아버지가 그랬잖아. 딸도 그러네.” 송철원 현대사기록연구원 이사장의 첫마디다.

송 이사장은 ‘6·3운동’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한-일 협정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었다. 시민들이 볼 적에 타당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했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은 의견 수렴도 안 했다. 그때 후유증이 지금까지 남아 있지 않나.”

국민은 내용을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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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합의가 국가 대 국가로서 조약이나 협상을 할 때 당사자와 국민의 양해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50년 전과 비슷하다고 했다. “한-일 협정 때문에 비롯된 문제가 강제동원·사할린 등 수없이 많다. 특히 위안부 문제가 가장 예민하다. 인권 문제를 훨씬 넘어선 것인데…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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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합의의 핵심 문제를 두 가지로 보았다. 하나는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 또 하나는 돈의 성격이 배상인지 보상인지 규정하지 않은 것. “돈을 주려면 돈의 명세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일본에서는 법적 책임을 인정 안 하는 거다.”

박정희·박근혜 정권의 공통점으로 송 이사장은 ‘소통 부재’를 첫손에 꼽았다. “국민 여론을 먼저 물었어야 했다. 근데 발표 전까지 국민은 내용을 전혀 몰랐다. 1964년에는 김종필-오히라 메모가 알려져 야단이 났다. 개략적 내용이 이렇다 하면 국민이 뒤에 있으니 협상력도 강해지는데, 무엇 때문에 쫓기듯이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와 똑같다. 국민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데, 언론에서 타결됐다고 나오고, 불가역적이라고도 하고.”

정부의 무리한 합의를 두고 그는 미국의 영향을 추측했다. 이것 또한 50년 전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알려진다. 비밀문서도 공개된다. 가쓰라-태프트 협정(1905)을 보라. 미국은 필리핀을 먹고, 일본을 조선을 먹는다는 비밀협정이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미국은 일본과의 역학관계에서 단 한 번도 한국 편을 든 적이 없다.” 그는 “미국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유언비어를 생산하는 건 일본

청와대에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사회혼란을 야기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거꾸로 비판한 것을 두고 송 이사장은 잘라 말했다. “애당초 자기들이 잘못해놓고 그걸 왜 유언비어·사회혼란으로 보나. 유언비어를 생산하는 건 일본이다. 거기서 소녀상 철거 안 하면 돈(10억엔) 안 준다거나 불가역적이란 식으로 보도가 나오지 않나. 국민 입장에서 화가 나는 건 당연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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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박정희와 박근혜 정권의 공통점? 초록은 동색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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