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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특혜의혹 배경에 드리운 큰 그림자의 주인공은?

이례적·예외적·비상식적인 경남기업 2·3차 워크아웃 과정 중 갖은 특혜 의혹 고 성완종 회장이 뿌린 검은돈과 현 정부 및 금융계 실세들과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아야
등록 2015-05-12 16:41 수정 2020-05-03 07:17
성완종 전 회장에게 경남기업은 분신과도 같았다. 분신을 지키려면 정·관·금융계의 비호 권력이 필요했다. ‘정치인 성완종’을 위해서도 분신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자수성가 성완종’의 성공 스토리가 무너지면 ‘정치인 성완종’의 기반도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검은돈’을 풀었다. 그 흔적이 그가 4월9일 숨지며 남긴 ‘8명의 이름’이다. 검찰 수사는 어디까지 갈까? 성 전 회장이 줬다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 자금(홍준표)과 국회의원 선거 자금(이완구)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 대선 자금(홍문종·유정복·서병수 등)까지 향할까? 정경유착의 환부를 도려낼 순 있을까? 혹시 수사가 어느 지점에서 맥없이 멈추는 건 아닐까? 은 경남기업이 휘청이던 시기에 다시 주목했다. 분신이 위태로울 때 성 전 회장은 가장 분주했을 것이며, 돈·로비·특혜·권력, ‘8인의 이름’이 혼탁하게 얽혔을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이다. 취재 결과, 이명박 정부 시절 경남기업의 2차 워크아웃 조기 졸업,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성 대출, 3차 워크아웃 지원 과정 등에서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보였다. 이번 기사는 정경유착과 검은 정치 자금의 거래가 결합된 ‘성완종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고, 향후 검찰 수사의 진행 방향을 지켜보는 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남기업은 결국 1조3천억원대의 ‘빚더미’에 눌린 회사가 됐다. 1조원대 ‘부실의 괴물’은 누가, 어떻게 키운 것일까?
취재 송호진·황예랑·전진식 기자, 편집 이정연 기자, 디자인 장광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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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과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돈을 준 8명을 지목하며 ‘신뢰’란 단어를 13번이나 썼다. 경남기업 전직 간부는 “성 전 회장에게 신뢰관계는 ‘내가 도움을 주면 상응하는 걸 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해석했다. 돈과 인맥 관리는 경남기업과 ‘정치인 성완종’에 닥칠 위기에 대비한 보험용이란 뜻이다. 성 전 회장은 생전에 경남기업의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결정을 억울해했다. 하지만 오히려 경남기업의 2·3차 워크아웃 과정은 이례적이고, 예외적이며, 비상식적인 특혜 의혹 속에서 진행됐다. 권력 윗선의 개입 여부는 검찰이 추적해야 할 핵심 대목이다.

1. 2차 워크아웃 조기 졸업, 누구 입김인가?

경남기업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1차 워크아웃을 겪었다. 경남기업은 성 회장이 2003년 이 회사를 인수한 뒤 2009년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국제 금융위기 여파와 사업비 1조원대 규모의 베트남 고층빌딩(랜드마크72) 공사 투자 등으로 자금 상황이 나빠진 탓이다. 특혜 의혹의 지점은 2차 워크아웃 조기 졸업에 있다. 경남기업은 2012년 6월로 예정된 워크아웃 졸업 시점을 1년 앞당겨 졸업(2011년 5월)했다. 워크아웃 기간에 매출액 목표액을 90%까지 달성하는 등 재무 상태가 호전됐다는 것이다.

과연 그랬을까.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2011년 3월 회계법인에 맡긴 ‘경남기업 경영정상화 가능성 평가보고서’란 것이 있다. 조기 졸업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보고서다. 이 이 보고서를 단독입수해 살펴보니, 당시 경남기업의 재무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보고서는 “(경남기업이) 2011년과 2012년에 총 5121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3175억원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냥 조기 졸업시키면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보고서는 “2011년 말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신규자금과 사채에 대한 만기 연장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채권단은 보고서대로, 2차 워크아웃 당시 빌려준 신규자금(1741억원) 상환 시기를 애초 2011년 말에서 2012년 6월 이후부터, 회사채(1445억원) 상환을 2012년에서 2015년 12월부터 분할상환하는 것으로 연장해줬다.

한 회계사는 “경남기업의 재무 상황이 워크아웃 기간에 매우 나빠진 건 아니지만 나아진 것도 없다. 조기 졸업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다른 회계사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시키면서 채무 상환까지 함께 연장한 것은 드물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성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정치권력이 금융권을 움직여 파격적인 조기 졸업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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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2011년 5월 경남기업이 2차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할 때 금융권을 관장하는 국회 정무위원장이 허태열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당시 홍준표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이었다. 성 전 회장이 2007년에 7억원(허태열), 2011년 5~6월께 1억원(홍준표)을 줬다고 주장한 이들이다. 특히 성 전 회장은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받은 액수에 대해 “그것(7억원)보다 훨씬 많다”고 말하는 등 허 전 실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음을 내비쳤다.

두 사람(허태열·홍준표)이 워크아웃 조기 졸업 특혜에 관여한 직접적 증거가 나온 것은 없다. 다만 이 국회 정무위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이성남 민주당 의원이 2011년 4월20일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중견 건설업이 도산하자 (허태열 위원장이) 지난 월요일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하며 은행들에게 지원 좀 해달라고 그러고…”라고 발언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허 위원장이 건설사를 위한 은행들의 지원에 관심이 컸다는 걸 보여준다.

2. 2012년 대선 직전, 왜 채무 상환 재연기?
홍준표 경남지사가 5월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8인의 이름’ 가운데 첫 번째 소환 대상자다. 정용일 기자

홍준표 경남지사가 5월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8인의 이름’ 가운데 첫 번째 소환 대상자다. 정용일 기자

한 회계사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시키면서 채무 상환까지 함께 연장한 것은 드물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성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정치권력이 금융권을 움직여 파격적인 조기 졸업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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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시키며 신규지원 자금 상환을 2012년 6월 이후로 미뤄줬지만, 경남기업은 2012년 12월 말에도 이를 갚을 능력이 되지 못했다. 그러자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그해 12월11일 다른 10개 은행에 공문을 보냈다. ‘경남기업이 아직 갚지 못한 1276억원의 신규지원 자금 상환일자를 2015년 6월 이후로 다시 연장해주자’는 요청이었다. 다른 은행도 수용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인사는 “별 조건 없이 다시 유예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당시 공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한은행이 은행들에 2012년 대선 전날인 ‘12월18일까지 회신 달라’고 한 부분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연말에 처리할 다른 업무들이 많아 대선 전에 (상환 재연기를) 결정하려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야당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으니, 여당이 집권할 때인 대선 직전에 채무 상환 재연기를 마무리지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 4월 국회의원이 된 성 전 회장 자신의 권력과, 여권 인사를 통한 영향력 과시가 합작한 결과라는 얘기다. 성 전 회장은 홍문종(2억원), 서병수(2억원), 유정복(3억원) 등 박근혜 대선캠프의 핵심 인사들에게 대선자금 명목의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대선자금 용도뿐 아니라 (재정 위기에 있는)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 조처까지 기대한 돈이 아니었겠느냐”고 했다.

3. 3차 워크아웃까지 특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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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의 당기순손실액은 2012년 말, 232억원에서 2013년 말 3396억원으로 급증했다. 베트남에 세운 고층빌딩 매각이 늦춰지는 등 재무 개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금융권에서는 ‘밑 빠진 독’(경남기업)에 돈을 쏟았다. 신한은행이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돌입(2013년 10월31일) 이전에 수백억원을 빌려준 게 대표적이다.

“새벽 1시가 다 된 시간에 성완종 전 회장, 장해남 경남기업 대표이사가 (경남기업이 있는 지역의) 신한은행 기업금융센터에 와서 ‘자서’(융자신청서에 자필 사인)를 한 뒤에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출이 급박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당시 해당 기업금융센터장인 ㄱ씨는 부실이 예견된 대출을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과의 통화에서 ㄱ씨는 “경남기업은 본점에서 관리한 업체라 영업점에선 대출 의사결정 과정을 알 수 없다”고만 말했다. 신한은행 윗선에서 주도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다. 신한은행 안팎에서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경남기업 사안을 ‘직보’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신한은행 쪽은 “지주회사 회장은 대출이나 사후 관리에 관여하지 않는다. 경남기업 대출 등에 관해선 검찰 수사 중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신한은행과 경남기업의 밀월관계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된다. 김덕기 전 신한은행 충남영업본부장(2013년 3월~2014년 3월), 이영배 전 기업여신관리부장(2014년 3월~)이 경남기업 사외이사로 갔다.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신청일인 2013년 10월29일엔 주채권은행이 수출입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돌연 바뀌었다.

은행권의 한 인사는 “신한은행이 부실기업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 주채권은행의 총대를 멘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경남기업은 주채권은행이 바뀐 날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이틀 뒤인 10월31일 워크아웃 승인을 받는다. 경남기업은 법정관리를 이번에도 피한 채, 한 기업이 세 차례나 워크아웃 관리를 받는 이례적인 길에 들어섰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은 수상한 특혜의 결정판이다. 최근 감사원은 금융감독원이 3차 워크아웃에 들어간 경남기업에 특혜 지원을 하도록 은행 채권단을 압박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애초 채권단은 “대주주(성완종)의 지분축소(무상감자) 희생이 있어야, 신규자금 지원과 출자전환(받을 돈을 주식 투자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진수 당시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이후 퇴직)과 최아무개 팀장이 채권단 관계자를 부르거나 연락해 “(무상감자를 하지 말라는) 대주주의 입장을 반영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경남기업은 대주주가 무상감자를 하지 않는 특혜를 받으며 1천억원의 출자전환, 3433억원의 신규자금 투입 등 6300여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경남기업은 12년간 어떻게 휘청였나

경남기업은 12년간 어떻게 휘청였나

3차 워크아웃 직전에 은행이 거액의 대출을 해주고, 3차 워크아웃 기간엔 대주주의 무상감자 없이 부실기업에 수천억원을 지원한 것은 상당한 혜택이다. 검찰 수사가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이런 특혜가 가능하도록 조종한 ‘큰 그림자’의 실체 여부다. 당시 금감원 선임국장인 김진수 국장은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직보하는 위치에 있었다.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를 보면, 그는 3차 워크아웃 직전인 2013년 9~10월에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최수현 금감원장, 김진수 금감원 국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3차 워크아웃 개시 이후인 11~12월과 2014년 상반기에는 박준우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도 만났다.

김기식 의원은 “금감원 등을 움직인 정치적 작용이 무엇인지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건설사 대주주(성완종)가 자신의 이익과 밀접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도록 여당이 방조한 배경에, 성 전 회장의 대선자금 제공 등이 작용했는지도 궁금한 지점이다.

경남기업의 부실은 세 고개를 넘으며 덩치를 키워갔다. 2차 워크아웃 조기 졸업 당시 채무 상환 유예, 2012년 12월 다시 채무 상환 연기, 3차 워크아웃 직전 금융권의 수백억원 대출과 3차 워크아웃 직후 금감원 외압과 맞물린 6천억원대 지원. 이것이 쌓여 1조원대 부실기업을 만들어냈다.

당장 경남기업 소액주주들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돈을 빌려준 은행권 부실은 장기적으로 수수료 인상과 공적자금(세금) 투입 등 시민들의 직간접 피해로 이어진다. ‘성완종 사태’가 사회 개인들과 무관한 사건이 아닌 것이다. 참여연대는 신한은행 고위 인사들을 배임 혐의(부실기업에 대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금감원 인사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검찰이 경남기업 특혜 의혹을 둘러싼 정치·기업·금융 유착의 실상에 다가가야 한다는 촉구이기도 하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정경유착의 본질에 다가가지 않거나 이런 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성완종 리스트의) 일부 특정인을 징벌하거나 개인 비리로 마감하는 것으로 검찰 수사가 축소돼선 안 된다”고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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