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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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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멀어진 夢이여

지방선거 뒤 거론되는 대권주자 새정련 박원순·안희정·문재인,

새누리 김문수·홍준표·남경필·원희룡… 정몽준은 지지율 추락 불가피
등록 2014-06-10 05:10 수정 2020-05-02 19:27

지방선거가 끝나면 으레 그렇듯 차기 대권 구도가 출렁인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은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력을 시험받고 그 결과에 따라 대권 반열에 오르거나 혹은 추락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대권의 ‘발판’이라고 불리는 서울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장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그동안 대권 후보 1위였던 정몽준 전 의원은 지지도 하락을 면치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강남좌파 현상’ 실제 득표율로?

박원순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그동안 여권의 텃밭으로 불리던 강남 지역에서도 높은 득표율을 보이는 등 차기 대권주자 1위 후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박 시장은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 4구’에서 52만5578표를 얻어 51만4076표를 얻은 정 후보를 1만1502표 차이로 앞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강남좌파 현상을 실제 득표율로 나타낸 후보로서 새로이 조명받고 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이 전국적으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열세에 머물렀는데 서울 지역은 지켜냈다. 당분간 문재인 의원과 대권주자 선두를 다투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 6월부터 취업 현장에 뛰어들었던 인턴기자들(왼쪽 전다은·강선일·나해리)이 지난 12월1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4층에 모여 독자(오른쪽 김민희·김찬혁)들의 질문에 답하며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탁기형

지난 6월부터 취업 현장에 뛰어들었던 인턴기자들(왼쪽 전다은·강선일·나해리)이 지난 12월1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4층에 모여 독자(오른쪽 김민희·김찬혁)들의 질문에 답하며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탁기형

일부에서는 박 시장이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이번 선거를 통해 존재감을 확 부각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앞으로 잘해보라는 격려, 새누리당에는 일종의 경고를 줬다. 이런 선택이 어떤 균형감이라고 한다면 특정 후보에 쏠림 현상이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박 시장의 재선이 온전히 박원순 개인의 파워와 대중적 기반에 입각한 것이냐는 부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관리형 시장의 모습을 보여왔고 돌파형 시장으로서 임팩트 강한 뭔가를 내놓는 시장은 아니었다. 이 부분에서 아직 2%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박 시장이 대선까지 가려면 ‘박원순표 콘텐츠’를 더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박원순 시장이 이번 선거를 통해 존재감을 확 부각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니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


박 시장을 제외한 다른 야권 대권주자의 경우에도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를 거치며 지지율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의원이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기반을 더욱 굳혀가는 반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한데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론까지 덮어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임상렬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안철수 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았다. 문재인 의원은 적극적 액션을 한 건 아니지만 선거 직전에 문 의원이 안 의원의 지지율을 넘어선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택수 대표도 “세월호 사태에서 문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되는 행보를 보이면서 지지율이 많이 올랐고,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반사이익을 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친박계 차기 대선 후보 아예 없어

6·4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대권 구도를 보면 한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야권의 대권 후보층은 한층 두꺼워진 반면, 여권층은 정몽준 전 의원의 추락으로 대권주자 후보층이 더욱 빈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야권에서는 박 시장을 비롯해 그동안 대권주자 1~3위를 다투던 문재인·안철수 의원까지 여전히 강력한 대권주자에 머물고 있는데다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여권에서도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권에 욕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여당 내 쇄신파로서 입지를 굳히며 긴 기간 동안 정치적 경험을 쌓아온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도 대권주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야권 후보들에 비해 아직 입지가 단단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권 도전을 목표로 일찌감치 경기도지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해온 김문수 지사의 지지율도 여전히 야권 후보들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여권 내 대선주자들의 지지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이유는 당내 기반과 대중성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대선주자로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김문수 지사는 대표적인 친이계다. 정몽준 전 의원도 같은 친이계이지만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지내며 대중성을 쌓아올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나머지 후보들의 경우 친이계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친박’과는 거리를 둔 채 각자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인물들이다. 친박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이들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홍준표 지사는 너무 한쪽으로 쏠렸다. 남경필·원희룡 당선자도 대권주자감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준표 지사의 경우 특히 진주의료원 폐업과 밀양 송전탑 논란 등에서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경필·원희룡 당선자도 대선주자급으로 부상하긴 했지만 아직 행정가로서의 능력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한계다. 이택수 대표는 “남경필·원희룡 두 주자는 행정가로서 역량을 보여줘야 보수 성향인 새누리당 지지층 사이에서 새로운 평가가 내려질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차기보다는 차차기 주자로 분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박근혜 1인 체제’를 유지해온 친박계에서는 차기 대선 후보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차기 대선주자로 정치권 밖의 인물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거론되고 있다. 한 친박 재선 의원은 “반기문 총장의 임기가 대선 기간과 잘 맞는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 반 총장의 영입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6월3일 실시한 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21.5%를 얻어 20%를 기록한 문재인 의원을 따돌리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의사는 아직까지 확인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반기문 총장 21.5% 1위

한쪽에서는 2017년 대선이 아직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현재의 인물 구도로 대권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너무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종배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2012년 대선을 복기해보면 알 수 있다. 그 3년 전인 2009년에 거론된 대권주자 가운데 2012년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누가 있나. 당시 거론되던 사람들 중에는 문재인도 안철수도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당의 안정성이 취약해 그때그때 분위기에 따라 인물 부침이 굉장히 심하다. 새누리당도 당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들의 당내 활동 공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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