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가정보원 예산의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세계 어느 나라의 정보기관도 예산을 통제하는 예는 없다. 예산 통제는 현재 수준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정원의 내부고발자를 법으로 보호해야겠다고 했다. 남 원장은 “현재 공익신고자 보호제도가 있고 관련 법률이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했다. 국정원 직원이 부당한 정치 관여 지시는 거부할 수 있도록 직무집행거부권을 도입해야겠다고 했다. 남 원장은 “현재 국정원 개혁안에 나와 있는 대로 하면 된다”며 반대했다. 여야가 의견을 모았던 개혁 방향을 국정원이 거부한 것이다.
‘장성택 처형’이 일으킨 이상한 파장
대신 가져온 건 국정원의 ‘자체 개혁안’이었다. 국회 국정원개혁특위(특위)가 12월12일 보고받았다. 국정원은 국회·정당·언론사를 담당하는 정보관(IO·Intelligence Officer)들의 상시 출입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보 수집 활동을 그만두겠다는 건 아니었다. 정부기관에는 상시 출입도 존속시키겠다고 했다. 국정원은 전 직원의 정치 개입 금지 서약을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정치 개입 금지는 이미 국정원법에 의해 금지된 일이다. ‘대북 심리전’은 계속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지령과 북한 체제 선전·선동, 대한민국 정체성 및 역사적 정통성 부정, 반헌법적 북한 주장 동조 등 3개 영역을 제시했지만, 자의적 해석이 우려되는 용어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에 자체 개혁안을 주문한 건 지난 7월이었다. 국정원이 다섯 달 동안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 만들어온 개혁안이었다. 여당 간사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상당히 혁신하려는 노력과 고민이 엿보인다”고 했다. 야당 쪽에선 ‘고작 이거냐’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튿날인 12월13일 아침 등 북한 매체들이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 사실을 보도했다. 국정원의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한 일이었지만, 국정원은 어깨도 비밀이라설까, 새누리당 어깨에 대신 힘이 들어갔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장성택 처형 등으로 북한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국정원 개혁에만 매몰되다가 대북 정보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 수집을 잘 수행한’ 국정원에 대한 격려였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정부를 감시·비판할 권리가 있다. 국정원도 정부기관으로서 국회 정보위원회의 감시를 받는다.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특위를 대놓고 비판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어제 특위 한다고 국정원 최고지도부가 국회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눈을 부릅뜨고 북한의 방송과 자료를 수집해야 할 엄중한 시기인데 국민들과 많은 정보기관원들이 국회 특위 중계 방송을 시청했다는 자체가 국가적으로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감시자’의 응원이었다. 그는 애초부터 특위를 반대했고, 특위 구성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아직 논의도 안 된 ‘대공 수사권’
12월 초 여야는 ‘특위 설치, 특검 논의’에 합의했다. 특위는 연말까지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국정원의 자체 개혁안이 시작점이다. 언급했듯이, 여당은 국정원 안이 충분하다 하고, 야당은 부족하다 한다. 시한이 다 되도록 여야 견해가 계속 평행선을 그리면 예산안의 ‘평화로운’ 처리도 어렵다. ‘대공 수사권’은 아직 논의도 되지 않았다.
특위는 12월16·17일 공청회를 연 뒤, 18·19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원법과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안 심사를 진행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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