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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마다 냇가에선 가재가 끓었다. 품 넓은 산이 마을을 넉넉히 감쌌다. ‘가재울’에서 조선시대 군사들은 무예시험을 치렀다. 한자로는 ‘가좌’라고 읽었다. 맑은 물이 모래 밑으로 스며 흘러 ‘모래내’라고도 했다. 가난이 다스리던 땅이었다.
가재울에도 뉴타운 바람이 불었다. 그 이름, 이금열이 등장했다. 가재울은 시행·시공 사업에 실패(973호 표지이야기 참조)한 다원그룹 이 회장이 재건축·재개발로 회귀하면서 만난 ‘기회의 땅’이었다. 그가 발을 디디면서 가재울 4구역은 재개발조합 비리·분쟁에 휩싸인다.
이 단독으로 확인했다.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무마시키려다 옷을 벗은 경찰서장이 현재 다원그룹 계열사에서 활동하고 있다. 퇴직 직전엔 이 회장의 도움을 받아 구명운동을 벌였다. 1년 넘게 ‘가재울 TFT(태스크포스팀)’를 꾸려 활동한 경찰은 검찰에 송치한 피의자 명단에서 이 회장 이름을 뺐다. 철거왕 로비의 꼬리가 밟히고 있다. 이 회장은 악명 높은 철거 폭력과 건설사업 확장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탈법을 정·관계 로비로 무마시켜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제, ‘가재울 드라마’를 시작한다.
중학교 10회 선배 권 전 서장이 회장이 한 남자를 대동했다. 2012년 2월 말 전후의 어느 날이었다. 그가 남자의 ‘구명’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남자는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에게 선처를 부탁해줄 사람과 만나고 싶어 했다. 이 회장은 남자가 복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남자에게 미안한 눈치였다. 그가 남자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남자는 힘들게 이룬 모든 것을 이 회장 때문에 잃을 처지에 놓였다. 이 회장도 남자도 조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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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2월22일 인사 명령에서 네 글자를 확인했다. ‘대기발령’. 자신을 대상으로 한 표현이었다. 남자는 광주 광산경찰서장 책상을 비워야 했다. 2011년 12월22일 서장 취임 뒤 정확히 두 달 만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그가 부적절한 일에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억울하다’는 심정을 언론에 전했다.
권아무개 전 서장은 전라남도 완도군 금일읍 출신이다. 금일중학교를 4회로 졸업했다. 그가 2010년 초 총경 승진 뒤 고향을 찾자 동기생들이 축하 현수막을 걸고 환영했다. 이 회장은 금일중 14회 졸업생이다. 이 회장은 재경향우회 체육대회에 “거금을 쾌척”해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2004년 향우회장은 그를 “이립에 뜻을 세워 30대의 나이에 실행”하는 청년사업가로 소개했다. 권 전 서장은 다원 계열 골프장을 이용하기도 했다. 한 다원 관계자는 기억했다. “(권 전 서장은) 경찰 재직 시절 이 회장이 충남 천안에서 운영하는 마론뉴데이CC에 종종 들러 골프를 쳤다.”
2011년 10월 중순 권 전 서장(당시 광주경찰청 홍보담당관)은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이 회장과 만나기로 한다. 이번엔 그가 이 회장의 부탁을 받고 만든 자리였다. 권 전 서장은 서대문경찰서의 최아무개 경위를 같은 자리에 불렀다. 이 회장과 함께 만나자고 요청했다. 이 회장보다 먼저 온 최 경위에게 그가 말했다. “내가 조만간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으로 가면 나와 일하게 될 수도 있으니….”
최 경위는 수사를 중단시키려는 상급자의 압력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그는 가재울뉴타운 4구역에서 이 회장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쫓고 있었다. 최 경위는 “협박하지 말라”며 자리를 떴다. 최 경위가 호텔을 떠난 뒤 이 회장이 도착했다.
권 전 서장은 이날 일이 밝혀져 대기발령 뒤 경찰을 떠난다. 경찰은 사표를 받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지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은 “본인이 사직한 것으로 안다. 사표 수리가 됐다는 것은 비위 사건으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광산경찰서장 취임 직후 한 지역 언론은 “(그가) 수사 경찰의 청탁 수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첩보사건 사전 검토·승인제’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아이러니다. 청탁을 차단하겠다던 사람이 청탁 끝에 경찰을 그만뒀다.
입주 조합원 선물용 납품회사로이 회장은 권 전 서장의 ‘위기’에 책임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한 지인은 “권씨가 경찰을 그만둔 뒤 골프장 사장을 맡기려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했다. 골프장 대신 권 전 서장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따로 있다. 권 전 서장은 이 회장이 지난해 12월11일 설립한 ‘쿠엘’이란 회사에서 ‘모종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방검찰청 관계자는 “권 전 총경이 지난 4월 이후 쿠엘에 관여해 일을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권 전 서장에게 맡긴 ‘보은용’ 일일 가능성이 높다. 등기이사 명단엔 권 전 서장 이름이 포함돼 있지 않다.
쿠엘의 회사 주소지는 다원 계열사인 삼무개발(이주관리)이 다신경비시스템이란 상호를 쓸 때 사용하던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올라 있다(975호 줌인 참조). 다원이앤씨가 한때 주소를 등록했던 건물이기도 하다. 이 회장도 등기이사는 아니다. “쿠엘은 시스템에어컨 업체다. 이 회장이 돈을 대주면서 등기이사들에게 이름만 올려달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사들은 출근도 하지 않고 월급도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다원 쪽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이 회장이 재개발 쪽에서 돈 되는 건 다 손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쿠엘의 사내이사 중 한 명은 이 회장의 친누나다.
검찰은 “쿠엘 일이 (권 전 총경에 대한) 보은용인지는 확인하는 중이다. 권 전 총경이 이금열씨를 위해 수사 무마에 나선 정황은 있다. 이씨가 그에게 돈을 줬는지는 추가로 수사할 부분”이라고 했다. 쿠엘이 재개발 뒤 입주 조합원들에게 주는 선물용 전자제품 납품회사일 것으로 검찰 쪽은 보고 있다.
권 전 서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그는 퇴직 당시 쓰던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장면은 2012년 1월31일로 넘어간다. 권 전 서장이 대기발령 나기 20여 일 전쯤이다. 가재울 4구역 주민들이 경찰청과 서대문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하루 전날(1월30일) 붙은 인사 명령에 반발하고 있었다. 이날 인사로 서대문경찰서의 한 경찰이 용산경찰서 산하 파출소로 전출된다. 권 전 서장이 3개월 전 만나 이 회장 수사 중단을 요구했던 최 경위다. 경찰은 최 경위 인사를 “조직 화합 차원에서 상사의 건의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의혹을 제기했다. 최 경위의 직속 상관이던 조아무개 수사과장에게 이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의 말이다.
“최 경위가 이금열과 조합의 불법행위를 밝히고 있었는데 조 과장이 수사를 막았다. 계속 조합만 수사하고 철거업체는 수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수사과장이 막아도 최 경위가 멈추지 않자 위기를 느낀 이금열의 부탁으로 권 전 서장까지 나선 것 아닌가.”
잠깐 2011년 11월 초로 거슬러 가보자. 서울 은평구 갈현 1구역 조합원 이아무개씨는 연신내역 6번 출구 옆에서 이 회장을 목격한다. 그는 “다원이앤씨의 실제 사주인 이 회장이 철거 수주를 위해 재개발추진위와 대책위원회 사무실을 찾아온 적이 있어 얼굴을 기억한다”고 했다. 이씨의 주장을 옮기면 이렇다.
조 과장, 다른 뇌물 사건으로 대기발령
“이 회장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간엔 잘했는데 이번엔 내가 꼬리를 잡혔다. 돌아이한테 걸렸다. 내가 (돈을) 제대로 지원해 줄 테니까 검·청 윗선 모두 확실하게 처리하라. 이번에 잘 안 되면 여러 사업에서 문제가 생기니까 잘 처리하라’고 하더라. 또 ‘위에서 오더가 서대문서까지 다 내려가서 이미 수사과장까지 작업이 완료됐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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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가재울 4구역 조합원들과도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였다. 가재울 조합원으로부터 서대문서의 한 형사가 이 회장의 불법행위를 수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사과장의 인적 사항도 이 회장이 언급한 부분과 일치했다.
“2012년 1월 말일자로 담당 형사가 발령이 나서 철거업체 수사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됐다는 말을 듣고 이 회장이 수사 무마 명목으로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씨는 당시의 정황을 일기 형태로 상세하게 기록했다. 이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단언하긴 어렵다. 다만 이씨의 ‘목격담’이 가재울 쪽에 전해지면서 최 경위의 인사 조처와 경찰 인사권자들을 바라보는 조합원들의 불신은 급격히 증폭됐다.
가재울 조합원들은 최 경위의 복귀를 요구하며 3개월간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최 경위는 파출소로 발령나면서 수사 경과에서 해제돼 어떤 수사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는 인사 발령 이튿날 권 전 서장의 수사 무마 압력과 조 과장의 수사 방해 등을 주장하며 경찰청에 진정을 낸다. 경찰청 감찰에서 권 전 서장과 최 경위가 마주 앉는 일도 벌어졌다. 권 전 서장이 대기발령을 받는 계기가 됐다.
1년 뒤 조 과장에게도 대기발령(1월6일)이 내려진다. 전혀 다른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윤아무개 전 용산세무서장이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육류 수입가공업자로부터 2천만원 등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였다.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검경 갈등으로까지 비화된 ‘윤아무개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이다. 조 과장은 윤 전 서장에게 뇌물을 준 동일한 업자에게 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대기발령을 받는다. 그는 8개월째가 다 돼가는 지금까지 대기발령 상태다. 수차례 기각된 영장을 재청구하면서까지 윤 전 서장 구속에 공을 들이는 경찰이 조 전 과장은 기소하지 않고 장기간 대기발령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소가 되면 보통 직위해제된다. 대기발령인 것으로 봐서 기소를 안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재울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경찰은 10여 명을 참여시켜 TFT를 구성(지난해 2월8일)한다. 서대문경찰서는 “일부 조합원들이 전 담당자(최 경위) 교체와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한 점 의혹 없도록 전력을 다해 조기에 수사를 마무리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과장 대신 형사과장에게 팀장을 맡겼다. 서울경찰청 금융정보분석팀과 청문감사실 직원까지 참여시켰다. 보도자료를 내며 언론 홍보도 했다. 최 경위 혼자 하던 수사에 10배 이상의 인력이 투입된 셈이다. 하지만 TFT에서 이 회장의 불법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재울 4구역으로 들어가자.
레미콘 차량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해병대 전우회가 진입로를 통제했고, 거대한 크레인들이 하늘을 사선으로 분할했다. 지난 8월22일 가재울뉴타운 4구역은 공사 소음으로 귀에 이명이 울었다. “건물 올라가는 것 보면 모르나. (조합 비리로) 시끄러웠던 것 다 정리됐다. 조합원 분양 물량이 많으니까 빨리 사라. 1억은 오른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대표가 재촉했다.
청약률은 부산한 공사장 분위기와 정반대다. 4구역(2015년 입주 목표) 일반분양 물량은 1550여 가구(전체 4300여 가구)다. 538가구만 청약했다. ‘재개발 최대어’의 개봉 결과는 초라했다. 4구역은 2007년 4월 뉴타운 사업구역으로 지정됐고, 6월 조합설립인가, 9월 사업시행인가, 2008년 6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1~3구역이 입주를 시작할 때도 4구역은 조합을 상대로 한 소송과 경찰 수사로 사업이 지체됐다. 불법·탈법 논란이 유독 많았다는 뜻이다.
이 회장과 함께 가재울 4구역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박아무개씨다. 주민들 사이에선 박씨가 정비업체 ㅎ사의 실질적 사주란 주장도 있다. 반면 ㅎ사 쪽은 “유언비어다. 박씨는 우리와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이 회장과 박씨는 친구 사이다. 박씨는 경찰의 조직폭력 계보도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박씨는 모래내파 부두목이다. 이금열과 친구인 것도 맞다”고 했다. 1980년대 고등학교 시절 복싱 미들급 선수였던 이 회장과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박씨가 전국체전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ㅎ사는 회사 설립도 하기 전 가재울 4구역의 정비사업체로 선정됐다. 조합은 2005년 9월8일 에 정비사업체 선정 공고를 낸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나흘 뒤인 9월12일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5개 업체 중 ㅎ사는 없었고, 다시 이틀 뒤(9월14일) 입찰에 참여한 4개 업체 중에도 ㅎ사는 확인되지 않는다. ㅎ사는 이듬해 1월23일 주민총회에서 공동 컨소시엄 2개 업체 중 하나로 등장한다. 총회 자료를 보면 조합은 정비사업체를 2005년 9월23일 선정한 것으로 돼 있다. ㅎ사가 서울시에서 사업자로 등록한 건 2005년 11월18일이다. 정비업체는 재개발 전반을 컨설팅하고 주도한다.
2007년 8월10일 임시총회에서 이 회장의 다원이앤씨는 또 다른 업체 ㄷ사와 철거업체로 선정된다. 가재울 사업에 이 회장 공식 개입의 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관리처분인가도 되지 않은 상태였고, 미리 업체를 선정해둔 상태에서 추인만 받는 식이었다. 정식 철거 및 이주관리 계약은 같은 해 10월9일 체결됐다. 실제 계약 땐 회사가 다원이앤아이로 바뀐다. 철거 면적에 해당하는 건축물 면적 30만6642㎡ 대신 땅 면적인 37만3376㎡로 부풀려 계약서에 기입하고 철거 금액도 수십억원을 과다 계상했다. 한 주민의 주장이다.
“최 경위가 ‘철거업자’ 이금열의 불법 입증을 위해 지목했던 대목이 철거비 과다 계상 부분이었다. 위기를 느낀 이금열이 도움을 청하면서 권 전 서장이 등장한다. 최 경위가 인사 조처 되지 않았다면 이와소종합건설이 가재울에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리발주 했는데 계약금은 늘어나
최 경위가 용산서로 옮겨간 뒤 이 회장 ‘가재울 횡령’의 핵심 고리인 이와소건설이 등장한다. 이와소건설은 이 회장이 지배하는 회사다. 조합은 지난해 3월 대의원대회와 4월 총회를 거쳐 이와소건설을 토목공사 업체로 선정한다. 2007년 10월29일 관리처분 총회 자료를 보면 토목공사는 시공사(SK건설·GS건설·현대산업개발)와의 계약 사항에 포함돼 있다. 4월 총회에선 토목공사와 정비기반시설공사를 별도로 떼어 이와소건설과 각각 160억원과 505억원에 계약한다. 합쳐서 665억원이고, 부가세를 더하면 731억원이 넘는다. 거액의 토목공사비가 이 회장 손에 들어가는 과정이다. 당시 조합은 소식지에서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분리발주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소건설로 분리발주한 금액만큼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에서 차감돼야 하지만 시공사 계약금은 거꾸로 늘어난다(2010년 10월9일 총회 7796억원→2013년 5월12일 총회 7906억원). 이와소건설이 빼간 금액 이상으로 조합원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다원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철거에서 번 돈으로 시행·시공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이 회장이 사업에 실패한 뒤 빚을 많이 졌다. 재건축·재개발에 다시 손대면서 활용한 방법이 이와소건설을 통한 횡령”이라고 했다. 지난 7월 검찰이 발표한 이 회장의 주요 범죄 중 하나가 이와소를 통한 횡령이었다. 수원지검은 “공사비 횡령을 위해 재건축조합이 부담할 공사대금을 실제보다 과다하게 책정함으로써 결국 조합원들의 분담금 가중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이 주도한 범죄로 봤다. 가재울 4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반박했다. “이와소건설 공사비는 견적 받아서 지급한 것이므로 아무 문제 없다. 수원지검 발표는 검찰 시각일 뿐이다. 사실이 아니다. 청약 부진도 비리 논란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검찰의 발표는 경찰 수사 결과와 크게 대비된다. 서대문경찰서의 ‘가재울 TFT’는 4구역 조합 비리를 수차례 서부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지난해 6월엔 철거업체와 짜고 철거 면적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조합비 39억원을 과도하게 지불한 조합장 박아무개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합 면적을 부풀리는 데 공모한 이 회장의 철거업체 쪽은 포함되지 않았다. TFT는 지난 5월20일 조합 관계자들을 추가 송치한 뒤 공식 해체했다. 1년 이상 팀을 운영했지만 이 회장은 송치 대상자에서 빠졌다. 경찰은 이와소종합건설을 통한 횡령 사실도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발표 내용과 비교하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의 말이다.
“이금열에 대해선 직접적인 범죄 단서를 잡을 만한 게 없었다. 이와소건설도 동생이나 지인을 내세웠기 때문에 이금열과 직접 연결짓진 못했다. 지난해 수사 배치표에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밝혀낸 건 없다.”
“정관계 로비는 안 맡기고 직접 한다”
지난해 TFT 실무자로 활동했던 또 다른 경찰은 “지난해 6월 송치 때 이와소건설은 가재울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조합과 계약했을 땐 TFT 수사가 끝날 무렵이었다”고 했다. 사실과 다르다. 조합 총회가 이와소건설을 토목공사 업체로 승인한 때는 지난해 TFT가 구성된 뒤 두 달 시점인 4월9일이었다. ‘경찰이 이 회장 수사를 무마시키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재울 주민들이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유들이다.
8월23일 수원지방법원에선 이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로비는 정·관계 고위층까지 뻗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다원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철거사업에 매진하던 20대 시절부터 수사기관 조사를 많이 받았다. 정·관계 로비는 남한테 안 맡기고 직접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다원 관계자는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공권력이 다 눈감아주지 않나. 시공사라는 거대자본도 뒷배가 돼준다.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거다.” 다원 직원 스스로가 말하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공모 구조’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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