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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을 통째로 돌아보자

핵마피아로 향한 칼끝
등록 2013-06-11 15:47 수정 2022-11-08 18:53

참을 만큼 참았다. 신고리·신월성 핵발전소에서 터져나온 불량 부품 납품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수록 대중의 인내심도 바닥을 보이는 듯하다. 말 그대로 ‘총체적 부실’을 안고 있던 핵산업계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검찰 원전비리 수사단(김기동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은 지난 5월30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제어케이블 납품 계약을 맺은 LS전선 계열사인 JS전선과 검증을 맡았던 새한티이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5일에는 새한티이피의 검증보고서를 검수한 한국전력기술(KEPCO E&C)의 경기도 용인·성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오아무개(50) 새한티이피 대표와 JS전선·한국전력기술 관계자 등을 불러 뒷돈 거래가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앞서 새한티이피는 캐나다 검증업체인 RCMT로부터 받은 제어케이블의 성능 검증 시험 그래프와 시험 결과를 조작해 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새한티이피의 손을 거친 검증 부품이 더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규모도 확대될 듯하다. 한수원은 지난 6월5일 “신고리 3·4호기에 사용한 케이블 가운데 새한티이피가 검증한 우진·두산중공업·JS전선 등 3개 회사가 공급한 제품에서 필수 검사가 생략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새한티이피가 검증에 관여한 핵발전소도 더 있었다. 우윤근 의원실(민주당)이 지난 6월5일 확인한 대한전기협회의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자격 유효성 확인 조사표’를 보면, 새한티이피가 2010년 12월1일부터 지난해 7월27일까지 모두 23건의 검증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으로 나온다. 국내 핵발전소 10기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브라카 핵발전소(BNPP) 1~4호기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뉴텍의 요르단 시험용 원자로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검증도 새한티이피가 맡았다.

한수원-한국전력기술-새한티이피로 이어지는 ‘유착 의혹’도 검찰이 풀어야 할 부분이다. 새한티이피 대주주·이사인 고아무개씨는 한국전력기술 부장 출신이며, 새한티이피 부사장 남아무개씨는 한국전력기술 처장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티이피를 성능검증기관으로 인증해준 대한전기협회에는 한수원(발주처) 사장과 JS전선(납품업체)의 모기업인 LS전선 대표가 임원으로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6일 김균섭 한수원 사장과 안승규 한국전력기술 사장을 면직하기로 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한수원의 지난 12년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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