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고 타박해도 좋다.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는 당신, 농촌에서 흙집을 짓고 사는 당신이 이미 하고 있는 일, 벌써 누리고 있는 기쁨과 다르지 않다.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이들에 관한 것이다. 물건을 사는 게 삶을 사는 것을 지배하는 도시, 그곳에 돌아온 손노동 말이다. ‘노 핸즈, 노 라이프’(No Hands, No Life). 손노동이 없으면 삶도 없다…고? 의심의 눈초리가 보인다. ‘노 머니, 노 라이프’(No Money, No Life). 네이버 검색창에 ‘머리를 써야’를 치니 ‘돈을 번다’가 자동으로 이어진다. 돈이 없으면 물건을 살 수 없으니 삶도 살 수 없다. 그런 세상이지만, ‘우리의 우주는 시장 안에 있지 않다’(문화연대 청개구리제작소)고 꿈꾸면 어떤가? 오래된 손노동을 오늘에 되살려 인간과 물건, 도시와 자연의 관계를 재정의하려는 이들은 생각보다 여기저기에 있었다. 자율, 생태, 일상, 정치의 맥락을 보는 이들은 기존 자작(DIY) 문화와는 다른 관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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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4일 오후 3시, 서울 통인동 보안여관을 찾아갔다. 오래된 여관을 문화공간으로 재구성한 이곳에 처음 왔지만, 헤맬 필요는 없었다. 문전성시, 사람들이 여관 앞길이 막히도록 가득했다. 삐걱삐걱 나무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갔다. 한켠에 앉아 뜨개를 하는 이들이 보였다. 나무로 가로와 세로 틀을 만들고, 그 위에 못을 박아 만든 자작(自作) 베틀.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누군가 묻자 “씨실이 수평이 되게 걸어주고 날실을 사이에 끼우고요…” 청개구리제작소 요원 최빛나씨가 답했다. 잠시 살피던 사람이 하나를 달라고 했다. 나무와 못과 실과 도끼빗이 들어간 베틀 키트(kit), 단돈 1만원에 팔렸다. 집으로 가져가 나무를 맞추고 못질을 하면 베틀이 나온다. 손뜨개질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로테크’ 기술의 구현이다. 이날 준비한 10개 키트가 완판됐다. 청개구리제작소의 자작 베틀 기술은 두 번의 워크숍을 거치며 참석자들과 함께 진화했다.
손으로 만든 물건을 파는 이들이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세모아’(세상의 모든 아마추어 마켓)에 넘쳐났다. 청개구리 옆에선 아티스트 달불이 한복꽃을, 다른 방에선 섬섬옥수의 ‘뱅’이 팔찌와 목걸이 등을 팔고 있었다. 헌 한복을 재활용한 카네이션, 헌 옷을 찢어 만든 팔찌다. 건너편 방에선 수공예 액세서리, 천연허브 화장품을 파는 인문청년공작단도 있었다. 이들은 “탈학교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들과 함께 무언가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중에 이들의 사이트를 보니,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는 문구류를 던져주자’는 야심찬 문장도 보인다. 문화연대 임정희 대표는 “지위나 직업 같은 대상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무엇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방식”이라고 손노동을 해석했다. 자신을 돌보고 키우는 배려란 것이다. 인문청년공작단은 동영상 ‘보편적 삽질의 기록’으로 ‘앗싸리, 실크스크린’도 웹에 올려놓았다. 실크스크린 틀을 만들고 재료를 풀고 밀어서 티셔츠에 그림을 새기는 과정을 직접 해보고 찍은 것인데, 청개구리제작소의 워크숍 공유물 ‘기적의 실크스크린: 밀어라 찍힐 것이다!’를 참고했다. 기록은 그렇게 공유하고 전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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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유를 떠났다 돌아오니, 아까부터 베틀로 뭔가를 만들던 여성의 천이 슬슬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오늘 처음 베틀을 해본다는 그는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날이 새는 줄 모르고 하겠단 말이다. 베틀 하면 큰 기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면 이렇게 간단한 베틀도 가능하다. 청개구리제작소는 지난해 세모아에서 미싱을 놓고 몸뻬를 만들었다. 텃밭을 가꾸는 이들을 위한 기술 공유였다. 송수연씨는 “몸뻬도 실제로 만들면 어렵다”며 “5천원이면 사는데 왜 만들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무언가 직접 만들며 느끼는 에너지와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만들면서 사회적 관계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재룟값만 5천원이 넘는데 인건비는 어떻게 되나 하면서 봉제 노동자를 생각하게 되고 패스트패션을 고민하게 된다.” 그래픽디자이너로 비트의 세계에 살던 최빛나씨는 “자기를 구성하고 있는 세계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리고 “제작 문화를 시작하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사는 것 자체가 재구성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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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는 노출형광등 만들기 워크숍도 했는데, ‘약한 자급을 위한 생활의 4종 기예’를 연마하기 위해서였다. 노출 형광등을 만드는 과정엔 목공·전기·용접·재봉이 모두 들어간다. 그래서 자신의 손으로 기초 생활을 해결할 4종 기예 연마다. 그런데 4가지 기술을 구현할 멤버가 없었다. 그래서 청개구리는 협업을 좋아한다. 폐자재를 활용해 가구를 만드는 ‘노네임노샵’과 함께 노출형광등 워크숍을 열었다. 다음엔 무려 ‘박스기타’도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이틀이면 되겠지 했는데 나흘이 걸렸다. 막상 기타를 만들려 하니 작업 전체를 아는 이가 없었다. 공장도 분업화돼 있었던 탓이다. 8년째 문화연대가 콜트·콜텍과 연대해왔지만, 잘 몰랐던 사실이다. 그래도 부분에 정통한 노동자들이니 금방 전체를 아우를 수 있었다. 그렇게 기타를 만든 송수연씨는 “소리가 나느냐”고 묻자 “연주도 한다”고 답했다. 다음엔 다루기 쉽게 줄도 세 줄로 하면 어떨까, 자신에게 맞는 변형도 고민하고 있다. 기타의 기능을 의심한 기자처럼 문제는 두려움이다. “물론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먼저 만든 사람의 자료를 모니터링하고 경험을 들어보면 두려움이 깨진다.” 송수연씨가 답했다. 어쩌면 기술은 어렵지 않다. 기술이라는 말이 어려운지 모르겠다. 여기에 기록되지 못한 기록들이 청개구리제작소(fabcoop.org)에는 있다.
지난 5월14일, 투쟁 2천 일을 맞은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 아래 재능교육 농성장에선 나무를 자르는 톱과 못을 박는 망치 소리가 들렸다. 투쟁에 지친 이들이 쉬어갈 나무 벤치를 만드는 ‘게릴라 목공’이 한창이었다. 버려지는 목재로 가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문화로놀이짱’에서 가져온 재료로 벤치와 칠판을 만드는 ‘물체주머니’ 사람들이다. 이날 망치 소리와 함께하는 촛불문화제를 만든 이들은 또 누구인가?
서울 대한문 쌍용자동차 농성장, 유심히 보면 보인다. 인쇄된 펼침막 아래에 행과 열이 맞지 않는 글씨의 펼침막이 보인다. ‘쌍용차 정리해고, 우리의 문제, 함께 살자’ 세 줄로 이어진 뜨개질 펼침막이다. 한자한자 따로 뜨개질을 해서 만든 손노동의 집합체다. 그 옆에 늘어선 가로수 밑동도 이런 천들이 감싸고 있다. 공공 기물을 손으로 직조한 천으로 감싸는 ‘얀 바밍’(Yarn Bombing)이다. 공권력이 사람을 몰아내고 화단을 만들자 물체주머니, 청개구리제작소 그리고 이름 모를 사람들이 모였다. 이름하여 ‘뜨개농성단’. 주말에 모여 하염없이 뜨개질을 하고, 농성 화단도 꾸몄다. 여기서도 청개구리제작소가 만든 베틀이 요긴했다. 최빛나씨는 “이렇게 베틀은 하나의 미디어가 됐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의 주옥같은 경험담을 덧붙인다. “제작을 하다보면 사물의 이면이 보인다. 과정을 경험해보면 매번 다른 형태로 이면이 나타난다.”
물체주머니는 경기도 과천에 ‘농성 칠판’도 세웠다. 여기에 지나가는 시민들이 외로운 농성을 벌이는 최일배 코오롱 해고자를 응원하는 문구를 하나씩 채웠다.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때가 2007~2008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꿋꿋이 계시네요….’ 손으로 만든 칠판에 육성 같은 손글씨가 빼곡하다. 그동안 쌓인 손기술로 농성 칠판은 ‘목공+실놀이+그림’ 3종 세트로 진화하고 있다. 콜트·콜텍,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농성장 등에는 이들이 뚝딱뚝딱 만든 목공품이 한두 개씩은 있다. 이제야 작명의 이유가 보인다. ‘물(건)과 체(몸)가 만나고 섞이는 주머니’란 뜻이다. 4대강 사업에 저항하기 위해 두물머리에서 농사도 짓는 달군은 “만드는 동안에 느끼는 기쁨과 물건에 새겨진 이야기가 있어 물건의 의미가 풍요로워진다”고 말했다. 역시 이들의 페이스북(facebook.com/groups/makepocket)에는 더 많은 손노동의 기록이 있다.
햇살이 좋아지면 작은 냉장고 하나는 돌린다지구를 걱정하는 손들이 모여 도심에 태양열 온풍기를 만들었다. 지난 5월14일 오전 11시, 서울 수유리 마을예술창작소 ‘다락방’ 옥상에 철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수유시장이 내려다보이는 옥상엔 낯선 물건이 놓여 있다. 나무로 만든 틀 안에 검은색 연통이 빼곡하다. 연통 위를 특수 비닐로 덮었는데, 삐뚤빼뚤 바른 내연 실리콘이 틈새를 막고 있다. 가로 1m, 세로 2m 크기의 태양열 온풍기다. 이진숙 다락방 운영위원은 “내부 온도가 90℃까지 올라간다”고 전했다. 이날 봄볕에 데워진 공기를 송풍기가 아래로 내려보냈다. 작업실로 연결된 연통에 손을 대니 따뜻한 바람이 나왔다. 이진숙씨가 “순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전기난로의 온기와 질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진보신당 당원인 이씨는 지난 4월13일, 동료 당원들과 함께 태양열 온풍기와 태양광 발전기를 만들어 다락방 옥상에 설치했다. 진보신당 적정기술 세미나와 실습을 위해 모인 손들이었다. 하루 종일 연통에 페인트를 칠하고 온풍기 틀을 만들고 옥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이날 함께 만든 태양광 발전기는 봄햇살이 좋자 집전기에 159W도 찍었다가 161W도 찍었다 했다. 이씨는 “작은 냉장고 하나는 돌린다”고 말했다.
‘다락방’에는 공방도 있고, 봉제 작업실도 있다. 페인트 묻은 옷들이 걸린 공방에는 작업이 끝나지 않은 수납장이 보인다. 이씨는 “4·19탑 근처에서 장사하는 엄마가 잠깐씩 와서 다리 하나 만들고 가고 그런다”고 전했다. 공방 옆에는 텃밭이 있고, 항아리도 보인다. 올해 처음 된장을 담근 그는 내년에 콩도 길러 장을 담가볼 참이다. 그는 “된장 담그기와 태양열 온풍기 만들기가 다르지 않다”며 “원리는 단순한데 모르면 어렵다”고 말했다. 누군가 경험을 알려주면 된다는 것이다. 온풍기 설치도 적정기술협동조합같이 지식을 공유하는 이들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그 역시 “나의 생활이 내가 모르는 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에서 벗어나 손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자유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되었을 핵에너지 소비자 위치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됐다.
상품 소비로 분절된 노동의 틈새를 손으로 메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절된 관계를 손으로 잇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에서 생활예술과 창작활동을 함께하는 ‘연남마예스트로’ 회원들은 함께 벽화를 그리고 바느질을 하고 마을 벤치를 만든다. 연남마예스트로를 운영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 신문자 교육팀장은 “어떻게 보면 쓸모없는 것을 만드는 사람들, 자기 손으로 뭔가를 직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모임에서 손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이 아주 중요하지만은 않다. 연남마예스트로 회원들은 손노동을 매개로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를 확인하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에서 “어쩌면 우리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보호막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처럼 됐다고 말할 수 있다. 점점 더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동료로부터 느끼는 활기참과 기운을 북돋아주는 따뜻한 온정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라고 썼다. 바우만은 현대의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사람들은 하이테크에 기대지만 그럴수록 공허감은 더 깊어질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손노동에 기대 관계를 만들어가는 연남마예스트로 회원들은 하이테크 이전의 것에 기대 활기와 기운을 얻는 이들인 셈이다.
총 6주 과정인 연남마예스트로에는 만들기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다만 조금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모임은 마을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바느질 모임 사람들은 함께 모여 커다란 천에 연남동 지도를 완성하기로 했다. 벽화 그리기 모임 사람들은 연남동 주민센터에 그려진 벽화를 보수하는 작업을 맡았다. 벤치 만들기 모임 사람들은 동네에서 필요로 하는 2곳에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벤치를 만들어놓기로 했다. 사람들은 모여 동네 산책을 하고 자신이 생활하는 동네의 일상적 흐름, 미묘한 변화 등을 확인한다. 세 모임 중 가장 활발한 모임은 바느질 모임이다. 아무도 바느질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들은 모여 앉아 손을 움직이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눈다. 사람들은 커다란 천에 스케치된 지도 주변에 그날그날 자신의 일상 혹은 떠오르는 느낌을 바느질로 새겨넣는다. 예정된 모임이 한 번밖에 남지 않았지만 바느질 지도는 여전히 완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작품의 완성을 향해 매진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수다하며 이미 다음 모임을 계획하고 있었다. 신 팀장은 “바느질을 하다가 누가 문득 피클을 잘 담근다고 얘기하면 금세 새로운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큰 듯하다. 아주 잘 쓸 물건을 만들겠다면 학원에 가는 게 맞고, 이곳은 손을 움직이며 뭔가 재미있는 걸 해보는데 결과물이 나와도 되고 아니어도 상관없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대학 교수는 사람들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 경향을 “생태공동체 형성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하며 한편으로는 “단순한 재미에의 몰두를 통해 거기서 즐거움을 얻는 과정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남마예스트로 사람들은 목표로 한 것이 완성되지 않아도, 비록 결과물이 조금 조악하더라도 물건보다는 그 안에 깃드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며 삶의 풍요를 찾고 있었다. 이렇게 상품이 가져온 삶의 분절을 넘어 무언가 만드는 과정을 통해 몸과 사물이 이어지는 경험을 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손노동이라는 오래된 미래의 재발견, 송수연 청개구리제작소 요원은 “새롭게 시작되는 게 아니라, 새롭게 발견됐다”고 말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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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 공급하는 물건으로 지탱되는 삶에서 벗어나는 ‘노 머니 라이프’도 실험했다. 이를 위해 ‘생활 생산’에 나섰다. 먼저 생활의 기초로 집이 보였다. 집을 ‘사는’ 것으로 여기니, 집에서 ‘사는’ 삶이 없어졌다. 그는 집 안과 밖을 이어주던 ‘중간’으로 거실에 주목했다. 그는 “집을 소유물로 보니까 밖과 구분되는 안만 생겼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중간이 사라졌다. 그는 자연과 사람의 접촉을 막는 집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거실 장판을 파고 시멘트 바닥에 색을 칠하고 난로를 놓았다. 그는 “나무가 떨어지면 나무를 구해야 하고, 해놓은 나무로 겨울을 나려면 하루에 몇 개를 때야 하는지 생각하다보니 보일러 스위치만 누를 때는 몰랐던 에너지와 ‘관계’가 생겼다”고 말했다. 난로를 좋아하는 부모님이 땔감으로 동네에서 버려진 나무를 이따금 주워오는 것처럼, 에너지 재생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효과도 생겼다. 이렇게 되도록 자신의 손으로 생활을 생산하는 삶을 그는 ‘직접 생활’(다이렉트 라이프)이라고 부른다.
돈으로 매개되지 않는 경험은 점점 쌓이고 있다. 얼마 전 그는 블로그에 고양이 그림을 올렸다.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를 어떻게 살릴까 고민도 적었다. 그림을 본 이들에게 고양이 사료를 보내달라고 했다. 다들 꼭 보내야 할 이유가 없었지만, 그는 “사료가 막 왔다”고 전했다. 일종의 ‘노 머니 교역’이다. 그는 “이런 비물질적 관계는 이미 우리 안에 있다”고 말했다. 참, 그는 촛불소녀 캐릭터도 만들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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