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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삼성지주회사 출현?

현재 지배구조 합법적 유지·확장 보장한 2009년 7월 ‘개정 금융지주회사법’ 통과 그러나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7.21% 보유한 현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
등록 2013-05-05 19:05 수정 2020-05-03 04:27

늘 삼성이다. 관심의 정점엔 늘 삼성이 있다. 기업 지배구조를 흔들 법제화 논의 때마다 최대 관심사는 언제나 삼성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월2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주회사 전환 촉진을 위한 금융자회사 규제 개편 방안’을 보고했다. 뼈대는 ‘비금융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 허용’이다. 이건 ‘당근’이다. 대기업 지주회사 전환의 최대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조처다. 지금까지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산업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금융자회사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959호 표지이야기

959호 표지이야기

2009년 7월 한나라당 직권상정으로 처리

공정위는 단서를 붙였다.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보험사가 3개 이상이거나 금융보험사의 자산 규모가 20조원 이상일 때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했다. “금융-비금융 간 출자 고리를 단절시켜 금산분리를 강화한다”는 설명을 달았다. 삼성·현대·롯데·한화·동부·동양·태광 등이 해당된다. 이건 ‘채찍’처럼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이번에도 삼성이다. 당장 삼성금융지주의 출현 가능성을 내다보는 보도들이 나왔다. 현재 범삼성가의 금융계열사는 11개다.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활용하면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등 금융사 지분을 처분하지 않고도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 ‘채찍이 아닌 당근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구심엔 배경이 있다. 2009년 7월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한 법 개정은 금융지주회사의 일반 자회사 보유를 가능케 했다. 그때도 삼성이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보유하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합법적으로 유지·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야당은 개정 금융지주회사법을 ‘삼성법’이라고 비판했다.

삼성금융지주는 언제쯤 현실화될까.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상태’를 전제로 한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현 지배구조를 고수하는 한 삼성에 중간금융지주는 ‘무관한 이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삼성이 지금처럼 지주회사 밖에 있는 게 더 행복한 이상 중간금융지주는 지주회사 설립의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 아래에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기업의 금융계열사 보유에 제한이 없고,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증권·보험지주사)의 비금융자회사 보유도 가능하다. 다만 지배구조 전환을 거부할 수 없는 ‘어떤 상황’이 올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간금융지주가 삼성에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전 교수는 “금산분리 원칙을 위배하는” 중간금융지주 도입 자체를 반대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사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제안이 시초였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지배를 허용하되,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중간금융지주를 통해 금융-산업의 상호 출자를 끊는다는 복안이었다. 김 교수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7.21%를 보유한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그 때문에 삼성은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했던 2009년 날치기 법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했고,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전제로 일반지주회사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고자 했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했다”(4월26일 국회 경제민주화포럼 ‘지주회사제도와 금산분리’ 토론회 발제문)고 지적했다. 삼성이 ‘아직은’ 지주회사행을 택하지 않는 속사정인 셈이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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