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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앞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야권 지지자들은 그동안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종종 ‘2인3각’ ‘공동후보’ ‘러닝메이트’ 등의 단어를 입에 올렸다. 그것은 바람이자 같이 뛰어야 이긴다는 압박이기도 했다. 현실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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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11월2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그동안 자신이 야권 단일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11월21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정도다. ‘말과 글이 그대로 행동’이라는 평을 받아온 것으로 미뤄, 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철수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문 후보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도움’의 강도와 방식은 미지수다. 안 후보가 지지세가 강한 수도권 등지에서 문 후보의 지원 유세를 펼친다면 젊은 층의 표심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편지 전달이나, 4월 총선 때 투표 참여 촉구 동영상 등처럼 간접 지원에 머무른다면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동반자’로서 어떤 역할을 할까
안 후보의 역할을 이끌어내는 것은 오롯이 문 후보의 몫이다. 문 후보는 이날 안 후보의 사퇴 회견을 자택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봤다고 한다. 그리고 “안 후보님과 안 후보님을 지지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는 짧은 트위터 글을 올렸다. 이날 밤 11시께에는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문재인’의 공식 메시지를 내놓았다. “정치 혁신과 새 정치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합니다. 안철수 후보의 진심과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염원을 정권 교체를 통해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그동안 안 후보와 합의한 새정치 공동선언과 경제·복지 정책,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실천하는 데 최우선의 순위를 두겠습니다.”
문제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문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안 후보의 신뢰가 상당히 무너진 상태라는 점이다. 안 후보는 11월21일 야권 후보 단일화 텔레비전 토론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 협상팀에 재량권이 없다”며 공격적으로 문제제기한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국으로 치닫던 단일화 협상을 타개할 최종 결정권자인 두 후보가 11월22일 2시간 동안 담판을 벌였지만, 이 회동은 “한 걸음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났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안 후보의 마음을 잡는 게 중요하다. 마음이 상당히 민주당에서 떠나 있는 것 같다. 안 후보가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설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사퇴 직후 대변인 논평과 후보 메시지에서 거듭 안 후보에 대한 ‘정중한 예의’를 강조했다. 문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와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중하고 겸손한 자세로 안 후보 쪽에 최대한의 배려와 예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선거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동반자’로서 어떤 역할을 요청할지가 관심사다. 두 후보는 단일화 합의 때 ‘국민연대’라는 이름의 연대와 통합을 천명한 바 있다. 문 후보 캠프에서는 안 후보 캠프와의 공동선거대책위 구성, 집권 이후 공동정부 운영 구상 등을 본격적으로 제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안 후보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지만, 공동정부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특히 안 후보는 자신이 정치에 뛰어든 ‘목적’으로 내건 ‘새 정치’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11월14일 단일화 실무협상 중단 선언 때도 “문 후보가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인식의 대전환을 이끌어달라”고 했다. 새정치 공동선언은 11월18일 협상 재개 담판이 끝난 뒤 전자우편을 통해 발표됐다. 11월21일 텔레비전 토론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의원 정수 조정’이라는 합의 문구를 놓고 동상이몽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가치 연대와 정책 합의보다는 ‘둘 중 누구냐’라는 인물 선택 문제가 부각돼, 안 후보만 지지하는 ‘배타적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는 명분을 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사퇴에 대한 메시지에서 정치 혁신과 새 정치를 첫 번째로 강조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후보 쪽 관계자는 “안 후보가 들어낸 정치 혁신이라는 의제를 선거 과정에서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태도와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이탈층’의 규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사퇴 회견에서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단일화 과정에서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주시고, 문재인 후보에게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안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를 지지할지는 불투명하다. 감정의 골도깊다. 11월22일 안 후보 쪽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의 기자회견에는 ‘선거 부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안 후보 캠프는 ‘문재인 필패론’을 종종 거론했다. 문 후보가 단일화 논의 과정의 불협화음과 안 후보의 사퇴로 상처 입은 지지층을 끌어안는 일, 즉 이탈층의 규모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대선 결과가 좌우될 상황이다. 예상치 못했던 단일화 논의의 ‘결말’에 대한 책임을 문 후보가 떠안고 풀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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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 지지층한테는 문 후보 지지 말고도 박근혜 후보 지지, 투표 불참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안 후보 지지층 가운데 절반가량을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다.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을 가진 20~30대 젊은 층, 비민주당·중도보수 성향 40~60대 지지층은 안 후보의 사퇴에 실망해 떨어져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 이탈할 안 후보 지지층은 10%에서 많게는 3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주당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안 후보가 사퇴함으로써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질 수 있다. 안 후보가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다 해도, ‘안철수 현상’에 열광했던 지지층을 문 후보가 온전히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사퇴를 정당한 경쟁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압박 탓이라고 받아 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후보의 사퇴는 순수한 동기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라 자신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며 “안 후보 지지층 일부가 부동층으로 떨어져나가면 ‘콘크리트 후보’인 박근혜 후보와의 대결에서 야권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중에게는 문 후보의 리더십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문 후보는 앞으로 더 많이 끌어안는 행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망 2013·승리 2012원탁회의’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문 후보에게 “진정한 통합을 이뤄낼지 깊이 고민하는 흔적이 잘 안 보인다”며 “문 후보는 ‘안철수 현상’과 안 후보로부터 얼마나 덕을 보았는지에 대한 인식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그에 따른 민주당 쇄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있다.
야권 후보의 가장 큰 과제는 물론 ‘정권 교체’다. 문 후보는 안 후보 지지층을 묶어내는 한편, 박근혜 후보와의 일대일 전선을 쳐야 한다. 그동안 단일화 논의는 ‘블랙홀’로 작용했다. 야권은 안 후보가 11월5일 단일화 협상 회동을 제안한 이후 단일화 논의에 올인했다. 박근혜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45% 안팎까지 상승했다. 안 후보의 사퇴 직전인 11월22~23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박 후보는 44%, 문 후보는 27.7%, 안 후보는 23.2%로 지지율이 나타났다.
박 후보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내치며 경제민주화 대신 재벌 위주의경제성장론으로 회귀했지만, 야권은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문·안 두 후보가 전국적인 캠페인을 선포했던 ‘투표시간 연장’은 11월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무산됐다. 문·안 두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놓고 다투는 사이 박 후보와의 경쟁 고삐가 풀린 셈이다. 박 후보는 “단일화는 이벤트” 단일화 과정은 권력 게임”이라며 두 후보를 싸잡아 공격했다. 공식 선거운동은 11월27일부터 12월18일까지 22일 동안 진행된다. 문 후보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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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협상이 한창 진행될 때도 단일화 효과에만 기대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야권의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는 컸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여론조사 단일화는 과정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짜릿한 ‘승부의 맛’을 만끽하게 했다. 단일화 이후 노 후보의 지지율은 두 후보의 지지율 합계보다 높았다. 여기에 ‘플러스알파’가 얹혔다.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빅이슈를 던져 판을 흔들었다.
이번 단일화 협상은 달랐다. 오랫동안 예고된 단일화였다. 재방송 드라마로는 극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단일화 협상이 파행과 공방전으로 얼룩져 시너지 효과조차 당장 거두기 어렵게 된 마당에 플러스알파가 얼마나 준비되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반MB’만 외치다 새누리당에 패했던 4월 총선 때처럼 네거티브 방식만으로는 승리하기 어려워 보인다. 안 후보 지지층 상당수가 이런 방식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단일화보다 중요한 게 박 후보와의 차별화다. 차별화의 핵심은 민생이다. 경제위기론에 맞서 부자 증세를 치고 나가는 식으로 여야 간 쟁점이 될 의제를 띄워 전선을 쳐야 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단일화 블랙홀에서 제외돼 있던 진보정당·노동계·시민사회 등 박 후보와의 일대일 전선에 쏟아부을 ‘화력’을 어떻게 한곳에 모으느냐도 문 후보에게 남은 숙제로 꼽힌다.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본선에 들어가면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 등의 비전을 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캠페인을 통해 국민적 호소력을 지닌 정책을 선보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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