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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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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아빠’라고 놀렸다

젊은 아빠들의 딜레마…아이들과 시간 보내면 놀림받고 못 보내면 아내 잔소리

아이 낳아도 하루밖에 안 쉬는 남자들이, 양육 스트레스는 여자보다 더 높아
등록 2012-06-22 14:39 수정 2020-05-03 04:26
5월5일 어린이날 피곤한 모습의 한 아빠가 아이가 노는 사이 잠시 쉬고 있다. 성평등을 지향하는 아내와 전통적 성역할에 갇힌 한국 사회의 분위기 사이에서 젊은 아빠들은 갈등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5월5일 어린이날 피곤한 모습의 한 아빠가 아이가 노는 사이 잠시 쉬고 있다. 성평등을 지향하는 아내와 전통적 성역할에 갇힌 한국 사회의 분위기 사이에서 젊은 아빠들은 갈등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맞벌이 부부의 하루 가사노동을 비교해보면, 남편이 집안일에 30.94분을, 자녀 양육에 56.43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아내는 집안일에 95.28분, 자녀 양육에 111.90분을 써서 남편보다 두세 배 많은 가사노동을 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통계다. 새로운 내용은 지금부터다. 일과 가정생활을 함께 하는 데 더 심한 갈등을 겪는 쪽은 아내가 아니라 남편이라고 한다. 갈등지수를 1점(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4점(매우 그렇다)으로 표시하라고 했더니, 남편의 평균은 3.11로 아내(2.95)보다 높았다. ‘직장일로 인해 가사 및 자녀 양육에 소홀’하며(3.52), ‘일과 가족생활을 병행하느라 자주 스트레스’를 받고(3.72), ‘수면부족·만성피로 등 건강 문제를 자주 겪는다’(3.71)고 남편들은 호소한다. 가사노동을 아내의 절반밖에 하지 않는 남편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더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니 무슨 이유일까?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다. 집안일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한 일에 감사함을 표시해야 한다. 괜히 못하는 부분만 강조하면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도 잔소리를 듣는다는 생각에 표기해버린다.”-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이현주 책임연구원

집에 빨리 가려면 거래처 술자리 핑계

연구를 수행한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KWDI) 연구위원은 “가사노동을 많이 하는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며 더 많은 갈등을 겪는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가정일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미안함, 직장일에 총력을 다하지 못한다는 불안감 등 심리적 스트레스를 남편도 아내만큼이나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위원은 12살 이하 자녀가 있는 남녀 노동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유한킴벌리 가족친화경영본부 김경신 차장은 남성의 역할이 변화하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1970~ 80년대 한국 남편은 돈만 벌어오면 자신의 몫을 다했다는 만족감을 얻었다. 장시간 노동, 잦은 술자리도 가족 부양을 위한 노력으로 가정에서 이해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일찍 퇴근하고, 주말에도 자녀 양육에 아빠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아내가 바란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가정일을 하지 않으면 ‘좋은 남편, 좋은 아빠’라는 얘기를 듣지 못한다. 직장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가정의 요구가 커지니까 당연히 과거보다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대기업의 영업부서에서 일하는 8년차 직장인 이승민(34·가명)씨의 경우가 보수적인 회사 문화 탓에 아내(33)와 갈등을 겪는 전형적인 사례다. 캠퍼스 커플로 만나 2005년 12월에 결혼한 부부는 직장생활을 같이 시작했지만 아들(4)과 딸(2)이 태어나자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아내는 ‘칼퇴근’을 원칙으로 한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가고 데려오는 걸 아내가 도맡다 보니 직장일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린다.

반면 남편은 아침 7시30분까지 출근해 저녁 8시에 퇴근한다. 윗사람이 퇴근하지 않으면 일이 없어도 아랫사람이 남아 있는 회사 분위기 탓이다. 게다가 팀워크를 강조하는 영업부서라서 회식이 잦다. 거래처 사람과도 술자리를 해야 유능한 사원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일주일에 2~3일은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다. 하물며 출산휴가도 챙기지 못했다. 법령에 따라 사규에는 배우자가 출산하면 3일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그걸 활용하는 남성 직원이 없어서다. 첫아이 때도, 둘째아이 때도 연차로 하루 쉬었다. 오는 8월에 정부가 출산휴가를 3일에서 5일로 늘린다지만, 이승민씨는 회사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편이 없는 동안 일과 가정 사이에서 전쟁을 치르는 아내는 거세게 항의한다. 화가 나 현관문을 잠그거나 며칠 동안 대화를 끊기도 한다. 이혼하자는 말도 나왔다. 괴롭기는 이씨도 마찬가지다.

“늦게 들어와 잠자는 아이들을 보면 굉장히 미안하다. 아내에게도 그렇다. 하지만 집안일이 있다고 퇴근을 일찍 하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찍힌다. 윗사람이 직무성과에 이를 반영해 경쟁하는 동료들에게 밀릴까봐 불안하다. 가장이 실직이라도 하면 어떡하나. 그래서 집에 빨리 가야 할 일이 있으면 거래처와 술자리가 있다고 거짓말하고 퇴근한다.”

한 남성이 여성단체가 연 ’평등한 일·출산·양육’ 캠페인에 참여해 결혼 뒤 육아를 함께 하겠다고 서약하고 자신의 이름을 쓴 깃발을 종이판에 꽂고 있다. 한겨레 자료

한 남성이 여성단체가 연 ’평등한 일·출산·양육’ 캠페인에 참여해 결혼 뒤 육아를 함께 하겠다고 서약하고 자신의 이름을 쓴 깃발을 종이판에 꽂고 있다. 한겨레 자료

자녀 돌볼 시간이 없으니 적게 일하고 싶다 84.9%

지난해 3월 실시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맞벌이 부부의 근로시간과 가족시간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일과 가족생활이 불균형하다고 답했다. 이들의 85%가 ‘가족생활보다 일에 더 치중’돼 있다고 밝혔다. 다수가 현재보다 적게 일하기를 희망(66.9%)했고, 그 이유로는 응답자의 84.9%가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다. 연간 2193시간.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인 네덜란드(연간 1377시간)의 1.6배에 이른다. 노르웨이(1414시간), 덴마크(1559시간), 스웨덴(1624시간) 등 북유럽 나라들은 물론 미국(1778시간)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1위다.

당연히 가족 시간은 적다. 스웨덴·영국·한국의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빈도를 살펴봤더니, 스웨덴에선 거의 매일이라는 응답이 81.1%로 나타났다. 영국도 67.8%였다. 한국은 28.3%로 한참 뒤처진다. 홍승아 연구위원은 “가족 시간을 위한 절대적인 시간과 여건이 매우 부족한 한국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문화적 편견도 남성의 양육 참여를 가로막는다. 대구에서 공기업에 다니는 김승기(36·가명)씨는 집안일하는 걸 어머니에게 숨긴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어머니에게서 부엌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교육을 받았다. 결혼한 뒤 내가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걸 어머니가 아시면 아내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실 거다. 우리 부부는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엄기웅(34·가명)씨도 친구들이 흉을 본다고 했다. “남자답지 못하다, 속칭 ‘쪽팔린다’고 말한다. 엄마의 양육은 사회적으로 우대를 받지만, 아빠의 양육은 놀림거리다. 자녀를 돌본다고 친구 모임에 나가지 못한다고 하면 술자리 안주로 바로 씹힌다. 자상한 남편, 다정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는데, 주변에서 자꾸 핀잔을 주니까 위축되고 억울하고…. 마음이 복잡하다.”

남성의 자녀 양육을 대하는 엇갈린 시선이다. 성평등을 지향하는 아내는 남편이 자신과 똑같이 가사노동을 하길 바란다. 맞벌이 부부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가사노동은 여성의 일이라는 한국사회의 고정관념이 여전히 뿌리 깊다. 따라서 동료 집단은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남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남성은 가사노동을 안 해도 욕먹고 해도 욕먹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아내는 대기업에 다니고 자신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수현(33·가명)씨도 비슷한 경험을 고백한다. “같이 무거운 짐을 들고 먼 길을 가는데 나만 힘을 덜 쓰는 것 같은 미안함이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일찍 귀가해 두 아이와 함께하려고 하지만 선배들은 아내가 공부하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지금 당장 돈벌이를 못하지만 나중에 가장 노릇을 할 텐데, 집안일 같은 시시한 일을 굳이 맡겨 기를 죽이냐는 식이다. 하지만 난 선배들과 의견이 다르다. 세대 차이도 느끼고 불쾌해질 때도 있다.”

아이와 노는 게 그다지 즐겁지 않고, 아무리 노력해도 아내의 잔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도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박수현씨는 “분명히 아이를 사랑하는데 놀아주는 게 참으로 고되다. 어떤 선배가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30분 이상 아이와 진심으로 즐겁게 놀아줄 수 없다’고 했는데, 정말 동의한다. 선천적으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지 육체적·정신적으로 양육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주말부부로 살고 있는 엄기웅씨도 매주 경험하는 25개월 된 아이와의 거리 좁히기가 버겁다. “토요일 오전에 만나면 반나절은 어색하게 보낸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나를 좋아하는지도 자신이 없다. 아내는 교감을 하라는데 막막하다.”



“선배들은 아내가 공부하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지금 당장 돈벌이를 못하지만 나중에 가장 노릇을 할 텐데, 집안일 같은 시시한 일을 굳이 맡겨 기를 죽이냐는 식이다.”-박수현씨
유한킴벌리에서 일하는 정대근씨는 저녁 7시30분쯤 퇴근해 아들 우석·우주, 딸 우진이와 어울려 논다. 정씨는 2009년 둘째가 태어났을 때 4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다. 탁기형 선임기자

유한킴벌리에서 일하는 정대근씨는 저녁 7시30분쯤 퇴근해 아들 우석·우주, 딸 우진이와 어울려 논다. 정씨는 2009년 둘째가 태어났을 때 4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다. 탁기형 선임기자

아이랑 놀아주지 말고 놀아라

전문직으로 맞벌이하는 이수영(42·가명)씨는 의욕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과거 우리 아버지나 현재 친구들과 비교하면 나는 집안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일찍 퇴근해 두 딸을 씻겨주고 주말도 항상 같이 보낸다. 그런데도 아내는 다른 친구의 남편과 비교하며 불만만 얘기하니까 피곤하다. 자녀 양육에 발을 더 깊이 담그기가 싫어진다.”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에서 아버지 교육을 전담하는 이현주 책임연구원은 “롤모델이 없고 주체의식이 부족해서”라고 진단했다. “30~40대는 어려서 아버지와 놀아본 적이 없다. 배운 게 없으니 아빠 역할이 낯설고 힘겹다. 또 자녀 양육을 나의 일이라고 여기지 않고 아내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의 일을 대신 해줬는데 칭찬도 받지 못하니까 짜증나는 것이다.”

이현주 연구원은 아이와 ‘놀아주지’ 말고 ‘놀라’고 조언했다. “남성은 목표지향적이라서 아이와 놀 때도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려고 애쓴다. 승패를 가르니까 결국 아이와 싸우게 된다. 아빠가 놀이를 주도하지 말고 아이의 요구를 따라가보라. 똑같은 책을 수 십 번씩 읽어달라고 반복해도 참아내다 보면 아이만의 놀이 방식을 터득할 수 있다. 그러면 아이도 아빠와 노는 게 재밌다는 걸 인정한다.”

엄마의 잔소리는 아빠의 양육 참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현주 연구원은 지적했다. “나만 우리 아이를 잘 안다고 고집하고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으면 갈등이 심해진다. 둘 다 아이가 행복하게 잘 크기를 바라고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부모 간의 행동 차이는 다양성을 경험하도록 해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현주 연구원은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는데 효도가 당연하다며 부모님이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하면 섭섭한 마음이 든다. 집안일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한 일에 감사함을 표시해야 한다. 괜히 못하는 부문만 강조하면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도 잔소리를 듣는다는 생각에 포기해버린다.”

가족친화 경영에 앞장서온 유한킴벌리는 올해 아버지학교를 시작했다. 김경신 차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는데 대부분 일하는 여성에 집중돼 있고 남성은 소외돼 있음이 발견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5월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2시간 동안 미취학 아동을 둔 아빠 11명이 모여 양육이론과 아동의 발달 특성부터 부부 갈등 해결법, 자녀를 알아가는 과정, 나를 돌보는 방법까지 다양한 내용을 배웠다. 강의에 참여한 김영일 홍보팀 과장은 “자녀 양육의 고충을 남성 직원들이 터놓고 얘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며 용기와 지혜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앞으로 취학 자녀를 둔 아빠를 대상으로 하는 강좌도 열고 자녀 양육에 아빠가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도 확대할 방침이다.

유한킴벌리에는 육아휴직을 한 남성 직원도 있다. 5살·4살짜리 아들과 2살짜리 딸을 둔 정대근씨는 2009년 3월부터 4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다. 고등학교 미술 교사인 아내는 학기 중이라 휴직이 어려웠다. 정씨도 아이 돌보기에 능숙한 상황이어서 큰 고민 없이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정씨는 신생아 때부터 분유 먹이기, 목욕시키기를 맡았고 밤에도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주곤 했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 새벽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는 일이 그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씨는 설거지를 전담하고 매주 토요일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이나 영화관에 다녀온다. 아내에게 쉴 시간을 주려는 것이다. 정씨는 “아이들과 유대관계를 잘 형성해 청소년이 돼도 혼자 고민하지 않고 아빠와 터놓고 얘기했으면 한다”고 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은 2%대로 매우 낮지만 증가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신청자는 1402명으로 2010년의 819명보다 71%나 많아졌다.

아빠만의 육아휴직 등 제도를 보완해야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을 일하는 여성에만 초점을 맞춰 추진하면 보육은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화되고 여성의 이중 부담만 늘어난다”며 “자녀 양육에 일하는 남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아빠만의 육아휴직 등 제도를 보완하고 보수적인 직장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유럽의 출산·육아휴직 제도
여성 육아휴직자의 3%도 안 되는 남성 육아휴직자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가족 휴가제도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2007년 ‘일·가정 양립지원법’이 개정돼 남성에게만 별도로 1년간의 휴가 권리를 부여했다. 2010년부터는 육아휴직급여를 정액제(50만원)에서 정률제로 바꿔 통상 임금의 40%(상한선 100만원)를 지급한다. 오는 8월부터는 배우자가 출산하면 남성이 최대 5일까지 쉴 수 있고, 그중 최소 3일은 유급화된다. 현재는 3일 무급 휴가다.
문제는 이용률이다. 정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여성 육아휴직자는 5만6735명이었다. 출산휴가 사용자와 비교해보면 여성도 절반 정도만 육아휴직을 사용한 셈이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1402명으로, 전체의 2.47%에 그친다. 이 수치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2009년 현재 정규직의 82.4%, 비정규직의 37%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여전히 극소수의 노동자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얘기다.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 해보면, 남성의 출산휴가(3일)도 제도 시행률이 49%, 제도 이용률이 23% 정도로 매우 낮다.
남성의 출산·육아휴직이 가장 발달한 스웨덴에서는 이용률이 80%를 넘는다. 부모가 함께 쓸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을 480일(16개월)로 정하고, 이 가운데 120일은 아빠와 엄마가 각각 60일(2개월)씩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한 덕분이다. 나머지 360일은 사정에 따라 아무나 쓸 수 있다.
1974년 스웨덴은 한국의 현재 제도와 비슷한 육아휴직 제도를 제정했다. 하지만 참여율이 저조했다. 1995년 아빠만의 육아휴직이 30일간으로 강제 할당되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시간 단위로 쪼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주효했다. 하루 8시간 근무를 2시간씩 단축해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되자, 경력 단절 없이 자녀 양육에 참여하려는 남성이 늘어난 것이다.
아이슬란드도 2000년부터 양도가 불가능한 3개월간의 남성 육아휴직을 만들었다. 노르웨이는 아이가 생후 1년 미만일 때 4주간의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하는데, 이용률이 85%를 웃돈다. 이탈리아에서는 10개월의 부모 육아휴직 기간 중 3개월 이상을 아버지가 쓰면 휴직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해준다. 남성의 육아휴직은 노동시장에서 성평등을 촉진하고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당장은 육아휴직으로 비용이 발생하지만 지속 가능한 사회로 가려면 필요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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