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하 지원관실)이 박용현 전 편집장을 비롯한 언론인과 언론사, 재벌, 금융계 인사 등 사회 각 분야를 무차별적으로 불법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지원관실이 불법사찰한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으며, 불법사찰을 덮으려는 증거인멸은 물론 ‘윗선’을 보호하려고 청와대·검찰 등이 한 몸이 돼 진실을 은폐했다는 증언이 나온 터다. 그런데 검찰의 1차 수사 결과와 달리 불법사찰 피해자가 ‘전 국민’일 수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가늠하기 어려운 폭발력
야당은 “범국민적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이 대통령이 하야하는 게 마땅하다”(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라며 일제히 이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박은지 진보신당 대변인도 “이명박 정부는 한 나라의 정부였나, 아니면 전 국민 파파라치였나”라며 “이 대통령은 책임 있게 해명하고 자리에서 내려오라. 9개월가량 남은 임기도 국민은 인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청와대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분별한 정치 공세는 자제해야 한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당장 총선이라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새누리당에선 당혹감과 위기감을 감추지 못한 채 이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통령은 박 위원장이 나가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나가야 한다. 또한 (무차별적인) 불법사찰이 사실이라면, 이 정권 최고 책임자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도 “선거 쟁점으로 안 떠오를 수가 없다. 이제는 대통령이 탈당하고, 당과 선을 그어줘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건 ‘핵폭탄’이 터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폭발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을 내세우고 이름을 바꾸는 등 ‘신장개업’을 해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이 때문인지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심판론도 아직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총선 전에 지원관실 직원들의 추가 증언이 나오거나,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이 새로운 사실을 하나라도 확인한다면 부동층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선거가 ‘부동층 잡기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박빙 지역이 많고, 중앙정치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수도권 총선은 한 치 앞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대통령 탄핵은 당위의 문제”
설령 총선을 어찌어찌 넘긴다 해도 더 중요한 문제는 그 이후다. ‘하야’ 카드를 꺼내든 야당이 가만히 있을 리 없는데다,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까지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건 당위의 문제로, 이 대통령 탄핵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국정 안정을 위해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행위를 그냥 넘어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야당은 19대 국회를 새로 구성하면 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공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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