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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나서 총수 리스크 없애야”

총수 리스크 겪는 하이마트에 대해 박윤배 서울인베스트먼트 대표 “‘연봉 1원’만 받고 경영 정상화하겠다”…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 박 대표 “기업 정보, 전문성, 지분 가진 기관투자가가 제 구실 해야” 해법 제시
등록 2012-03-15 11:19 수정 2020-05-03 04:26
» <한겨레21> 정용일

» <한겨레21> 정용일

“하이마트 경영 정상화의 책임을 맡겨주면 ‘연봉 1원’만 받고 성공할 자신 있다.”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서울인베스트먼트의 박윤배(55) 대표는 지난 3월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과 만나 “하이마트 사태는 전형적인 ‘총수 리스크’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는 총수의 비리·불법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하이마트는 원래 김우중 대우 회장의 숨겨진 재산이었다는 게 지배적인 얘기”라며 “검찰이 선종구 회장의 비리 혐의는 물론 제1대 주주인 유진과의 거래 내역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 세습 등의 비리를 최초로 검찰에 제보한 당사자다.

검찰이 2월26일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이 1천억원대의 회삿돈을 나라 밖으로 빼돌려 탈세한 혐의를 잡고 본사와 계열사, 경영진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선 회장은 하이마트의 최고경영자이자 제2대 주주(지분 17.4%)다. 최근 들어 하이마트 외에도 삼성의 CJ 불법 미행, SK 최태원 회장 형제의 횡령, 한화 김승연 회장과 태광 이호진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비자금 등 재벌 총수 관련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경영 활동과는 상관없이 총수나 그 일가의 비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모두 전형적인 ‘총수 리스크’ 사건들이다. 하이마트가 위기를 맞은 것은 선 회장의 비리와 불법 때문이지 영업이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하이마트는 원래 김우중 대우 회장의 비자금으로 만든 회사라는 게 대우그룹 사정에 밝은 사람들의 지배적인 얘기다.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 드러났듯 재벌 회장들은 차명 비자금 자산이 많다. 하이마트뿐만 아니라 아도니스골프장, 대우자동차판매 등도 겉으로는 대우와 상관없는 독립회사지만 실제로는 김 회장의 소유였다.

어떻게 대우그룹의 내부 사정에 밝은가.
1992년부터 1999년 대우그룹이 망할 때까지 7년간 그룹 회장실의 인사노무 부서에서 근무했다.

선 회장이 어떻게 김우중 회장 소유인 하이마트의 경영권을 쥐게 됐나.
대우가 망한 뒤 채권단이 김 회장의 숨은 재산을 찾았다. 차명재산의 관리책임자들 중 일부는 채권단에 이실직고를 했고, 일부는 아예 자기가 떼먹었다. 하이마트도 채권단 소유로 전환되는 게 마땅했는데 선 회장이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개인화했다고 본다.

하이마트의 제1대 주주는 유진기업(지분 33.4%)이다. 유진과 선 회장은 지난해 말에도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가 가까스로 봉합한 적이 있다. 검찰 수사 이후 유진의 주가도 급락하는 등 불똥이 튀고 있는데.
검찰은 선 회장의 비리 혐의뿐만 아니라 2007년 이후 유진기업이 하이마트의 지분을 인수해 제1대 주주가 되는 과정에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제2대 주주인 선 회장이 경영권을 보장받는 과정에서 떳떳지 못한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하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해법은.
우선 검찰이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 그다음은 경영 정상화다. 그러려면 먼저 기존 경영진이 물러나고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전문가가 경영을 맡아 사내 비리를 철저히 색출해야 한다. 특히 새 경영진은 전임자의 배임·횡령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선 회장의 하이마트 지분(17.37%)의 가치가 2천억~3천억원 정도 되니까 구상권 행사에는 문제가 없다. 그렇게 하면 경영진 비리로 실추된 하이마트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고 영업권 가치도 상승할 것이다. 그다음에 이번 사태로 중단된 매각 작업을 재개하면 애초 예상한 것 이상으로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이마트 정상화 작업의 적임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나에게 맡겨준다면 성공할 자신 있다. 나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다. 태광 사례를 봐라. 비리를 저지른 총수를 감옥에 보내지 않았나. 만약 주주들이 나에게 하아마트의 경영을 맡겨준다면 ‘연봉 1원’만 받고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일할 것이다. 미국의 리 아이어코카도 크라이슬러의 경영 정상화 책임을 맡았을 때 ‘연봉 1달러’만 받았다. 흔히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직원과 사업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생각하는데, 하이마트는 총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불법과 부정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하이마트가 살면 회사와 직원이 좋고 나라도 좋다.

그럼 박 대표는 무엇을 얻는가.
나는 시장의 명성을 얻게 된다. 나와 내가 하는 일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성공 조건으로 스톡옵션을 받을 수도 있다.



“오너 경영 체제는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이 모두 있다. 과거에는 반반이었다면, 요즘은 오너 체제의 강점보다 리스크가 더 커지는 것 같다.”

총수 리스크의 사례도 있지만, 오너 체제가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강점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오너 경영 체제는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이 모두 있다. 과거에는 반반이었다면, 요즘은 오너 체제의 강점보다 리스크가 더 커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총수 리스크 사례가 빈발하는 이유는.
2006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때를 기억해봐라. 경영을 잘해서가 아니라 자산 몇조원짜리 대우건설을 인수함으로써 덩치가 커져서 재계 순위가 8위로 부상한 것을 마치 큰일을 한 것처럼 자랑하지 않았나. 결국 대우건설을 외부 차입으로 비싼 값에 사들였다가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SK, 한화, 태광, 하이마트, 삼성 등과 같은 총수 리스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총수들이 최근 전횡이나 불법을 더 많이 했다기보다 그동안 숨겨져온 것이 겉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숨겨져온 총수 비리가 지금 많이 드러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 인식의 변화와 경제민주화가 검찰 같은 사정 당국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대주주가 아닌 국외투자자나 소액주주들의 권리 행사도 과거보다 활발해졌다.

총수 리스크를 없애기 위한 해법은.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핵심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중요하다. 연기금은 기업 정보, 전문성, 지분의 3박자를 갖추고 있는데도 제 구실을 안 한다. 국민연금이 최근 하이닉스 주총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에 중립 의견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현행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중립을 표명한 것이 말이 되나.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인 2011년 초 애플의 주주총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잡스가 5명의 이사진 선임 안건을 올리며 모두 자기 마음에 맞는 인물들로 채웠다.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는 이에 맞서 이사 선임은 주주들의 과반수 찬성을 얻도록 하는 정관 개정안을 상정했고,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통과시켰다. 아무리 천하의 잡스지만 자기 멋대로 이사 선임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증권 분야에만 도입된 집단소송제를 좀더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적용 분야를 더 넓혀야 한다. 미국은 소비자 분야에도 집단소송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주주만 소송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고쳐 변호사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집단소송은 공익 소송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 소송 비용이 엄청난데다, 소액주주는 전문성과 돈이 없어서 집단소송을 주도할 수 없다. 현재 허위공시만 소송 대상인 것도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더 확대해야 한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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