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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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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병원이 응급 환자를 잘 살리나

응급의료 수준 지표인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관상동맥우회술 등급 공개…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강북삼성병원, 중앙대학교병원, 서울백병원 등 내로라하는 병원들 저조한 등급 받아
등록 2011-10-12 15:19 수정 2020-05-03 04:26


서울백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는 유일하게 뇌졸중 병원 평가에서 2등급을 받는 불명예를 졌다. 이 병원은 응급환자에 대해 병원 이송 1시간 이내에 뇌영상검사를 실시한 비율이 66.7%에 불과해 상급종합병원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병원들의 중증도보정사망비를 질환별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단 응급구조와 관련한 일부 지표는 공개해 병원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급성심근경색 치료 부분에서는 경북대학교병원 등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 대학병원 수술실의 모습. 한겨레21 정용일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병원들의 중증도보정사망비를 질환별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단 응급구조와 관련한 일부 지표는 공개해 병원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급성심근경색 치료 부분에서는 경북대학교병원 등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 대학병원 수술실의 모습. 한겨레21 정용일

급성심근경색은 심장근육에 피를 보내는 관상동맥이 막히는 증상이다. 사람의 몸에 피가 돌려면 심장근육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장의 ‘펌프질’에 장애가 생긴다. 이 증상을 오래 방치하면 바로 심장마비로 이어진다. 따라서 급성심근경색의 증상이 나타난 환자에게는 빠른 응급조치가 생명이다. 보통 첫 증상이 나타난 뒤 늦어도 3~4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뒤집어 말하면, 환자를 맞은 병원의 응급처치도 그만큼 중요하다. 병원 쪽의 시설·인력 수준에 따라 환자의 생명은 명하고 멸한다. 다만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환자는 병원의 응급처치 수준을 알 도리가 없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그저 운명에 맡기는 도리밖에 없을까. 민주당 최영희 의원실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지난해 주요 병원 평가 자료를 넘겨받았다. 자료는 급성심근경색, 급성기뇌졸중, 관상동맥우회술 등에 대한 병원별 등급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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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60곳 중 12곳 최하 등급

먼저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응급 서비스 등급을 평가한 자료를 보면(표1 참조), 평가 대상이 된 44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경북대학교병원과 길병원, 삼성서울병원, 이화여대목동병원 등 9개 병원이 1등급을 받았다. 평가 기준은 ‘혈전용해제 60분 이내 투여율’ ‘경피적 관동맥중재술 120분 이내 실시율’ 등과 같은 응급처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그리고 환자가 최종적으로 살아남았는지를 알리는 ‘생존지수’ 등이 참고사항이 된다. 9개 ‘모범 병원’의 반대편에는 서비스 수준이 ‘바닥’인 5등급 병원들도 있었다.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강북삼성병원, 중앙대학교병원 등 내로라하는 대형 병원들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응급 서비스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고신대학교복음병원의 경우 심근경색 환자의 실제 생존율에서 예측 생존율을 나눈 생존지수가 93.82%로 전체 44개 병원 평균인 100.39%에 견줘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대학교병원은 생존지수가 110.42%로 전체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심평원 관계자는 “생존지수는 지표를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어서, 아직은 병원의 등급을 측정하는 데 부분적인 평가요소로만 다루고 있다. 따라서 생존지수는 병원별 응급의료 수준을 어림잡는 자료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편 상급종합병원보다 한 단계 규모가 작은 종합병원 60곳 가운데에서는 전주예수병원과 목포한국병원 등 12곳이 1등급 판정을 받았다. 반대로 최악의 5등급 판정을 받은 병원도 12곳이었다. 이 가운데는 주요 대학병원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해당 병원은 삼육서울병원, 중앙대학교용산병원, 을지병원, 침례병원, 부산성모병원, 동수원병원, 샘안양병원, 충청북도충주의료원, 대전선병원, 목포중앙병원, 울산대학교병원, 조은금강병원이었다.

급성기뇌졸중(이하 뇌졸중)에 대한 병원 평가에서는 44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43곳이 1등급을 받았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을 포함하는 병명이다. 서울백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는 유일하게 2등급을 받는 불명예를 졌다. 이 병원은 응급환자에 대해 병원 이송 1시간 이내에 뇌영상검사를 실시한 비율이 66.7%에 불과해 상급종합병원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종합병원 157곳 가운데서는 53곳이 1등급을 받았다. 5등급 판정을 받은 종합병원은 8곳이었다. 우리병원, 동해동인병원, 서산중앙병원, 예산삼성병원, 석천재단고창병원, 나주종합병원, 삼백의료재단상주성모병원, 진해연세병원 등이 해당 병원이었다.

관상동맥우회술에 강한 ‘빅5’

관상동맥우회술에 대한 평가 결과에서는 이른바 ‘빅5’ 병원들이 약진했다(표2 참조). 관상동맥우회술은 앞서 설명한 급성심근경색 등의 문제로 관상동맥이 막혔을 때, 환자의 다른 신체에서 혈관을 떼어 혈관을 우회하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주는 외과적 수술 방법을 가리킨다. 의료진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술이다. 관상동맥수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3등급을 받은 상급종합병원도 8곳이나 됐다. 단국대학교병원과 이화여대목동병원이 여기에 포함됐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심평원 누리집의 ‘병원 평가 정보’
우리 동네 병원 성적이 보이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누리집(www.hira.or.kr)의 ‘병원 평가 정보’를 통해 전국의 모든 의원과 상급종합병원까지 포괄한 병원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 제시한 병원 평가 정보도 심평원에서 누리집에 담긴 자료를 재가공한 것을 에서 넘겨받는 것이다. 이곳을 방문해 관심 있는 병원을 검색하면 해당 병원의 수술 및 처치에 대한 통계와 항생제·주사제 같은 약제 사용 정보 등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자료를 찾기가 힘들고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관심 있는 병원의 정보를 다른 병원과 수평적으로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누리집이 제공하는 정보의 질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이재일내과의원’을 누리집 검색창에 입력하면, 이 병원의 2011년 상반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17.0%로 전국의 동일 규모 병원(49.6%)보다 매우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사제 처방률도 22.1%로 전국 평균(24.0%)보다 낮았다. 여기에 대형 병원의 이름을 입력하면 급성기뇌졸중 치료 결과 등 조금 더 복잡한 정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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