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남녀 800명을 상대로 지난 5월7일부터 이틀간 정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5%). 조사는 △역대 정부 평가 순위 △노 전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등 15개 항목에 걸쳐 이뤄졌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응답자의 45.2%가 국정운영이 가장 뛰어난 정부로 박정희 정부를 꼽았다. 2위는 노무현 정부(19.5%), 3위는 김대중 정부(18%)로, 두 정부의 지지도를 더해도 박정희 정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4.0%)는 전두환 정부(3.3%)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노태우 정부는 1.3%, 김영삼 정부는 0.9%에 그쳤다.
박정희 정부와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지지층의 특성에서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박정희 정부는 나이가 많고 학력이 낮을수록,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나이가 적고 학력이 높을수록 지지도가 높았다. 다만 노무현 정부가 20대(27.1%)보다는 30대(31.3%)에서 지지도가 높은 반면, 김대중 정부는 30대(18.2%)보다 20대(37.1%) 지지가 많았다.
20대의 박정희 정부 지지도(23.3%)가 낮은 것은 이들이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1980년대 이후 세대란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20대에서 김대중 정부 지지도가 가장 높은 것은 김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이 세대의 가치관 형성기(10대 후반~20대 초반)와 겹치고, 이 시기에 외환위기 극복과 노벨평화상 수상 등 가시적 업적이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 전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잘했다는 평가(64.8%)가 잘못했다는 평가(26.6%)의 두배를 웃돌았다. 긍정 평가는 광주·전라(84.0%)와 강원(70.7%), 부산·경남(66.0%)에서 평균치를 웃돌았고, 부정적 평가는 대구·경북(34.8%), 서울(30.8)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긍정 평가는 학력이 높고 나이가 어릴수록, 부정 평가는 학력이 낮고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 퇴임 뒤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은 30.6%,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은 9.3%였다. 절반 이상(54.3%)은 별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선 그럴 것이란 예상이 32.9%, 그렇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39.5%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던 30대(63.0%)와 40대(63.1%)에서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무관하게, 높은 학력 수준과 여러 차례 선거에 참여한 이들 세대의 경험이 정치 현실에 객관적 거리감을 갖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위(41.5%)를 지켰다. 2위는 4·27 재보선에서 ‘날개’를 단 손학규 민주당 대표(12.1%)였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5.3%),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3.7%), 오세훈 서울시장(3.7%), 한명숙 전 총리(3.4%)가 뒤를 이었다.
야권의 양대 주자인 손 대표와 유 대표는 지지층의 특성 차이가 뚜렷했다. 연령별로는 손 대표가 20대(11.9%)부터 50대(11.2%)까지 10% 초·중반(30대 13.6%, 40대 15.7%)의 고른 지지도를 보인 반면, 유 대표는 20대(13.4%) 지지율이 두드러졌으나 30대(7.1%), 40대(4.5%), 50대(0.7%)로 갈수록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직업별 지지도 역시 모든 영역에서 손 대표가 유 대표를 앞섰다. 역대 정부 평가에서 노무현 정부를 1위로 꼽은 응답층(156명)에서도 손 대표(26.7%)는 유 대표(11.7%)를 압도했다.
두 사람의 지지도 차이는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한층 크게 벌어졌다. 손 대표(34.8%)의 지지도는 유 대표(11.7%)의 3배에 육박했다.
야권 통합 방향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이 하나의 당으로 합당해야 한다는 ‘민주·진보 단일정당론’(19.9%)과 각자 당을 유지하며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후보단일화론’(20.6%)이 근소한 차이로 경합했다. 단일정당론은 50대(28.9%)와 광주·전라(41.0%)에서 상대적으로 많았고, 후보단일화론은 20대(34.3%)와 부산·경남(29.0%)에서 높게 나왔다. 민주당 지지층(170명)에선 단일정당론(26.8%)과 후보단일화론(22.1%)이 엇비슷하게 나온 반면, 민노당 지지층(35명)에선 후보단일화론(34.9%)이 단일정당론(8.9%)을 압도했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능력’이 요구되는 사안인 까닭에, 응답자의 학력 수준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졌다. 대재 이상(417명)에서는 후보단일화(25.0%)-‘민주당+참여당 합당, 민노당+진보신당 합당’(18.1%)-단일정당(15.2%)-‘민노당+진보신당+참여당 우선 합당’(13.3%) 순으로 지지도가 높았다. 고졸과 중졸 이하는 단일정당-후보단일화-‘민노당+진보신당+참여당 우선 합당’-‘민주당+참여당 합당, 민노당+진보신당 합당’ 순이었다.
대선 투표 기준2012년 대통령 선거의 투표 기준을 묻는 항목에선 일자리(43%)-복지(26.1%)-교육(12.3%)-남북관계(9.9%)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순위가 유독 30대에서만 복지(33.8%)-일자리(30.9%)-교육(23.3%)-남북관계(5.6%)로 바뀐다는 점이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안정된 위치를 확보한 30대의 특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면에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는 일자리(56.9%)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남북관계를 꼽은 응답자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보수적인 60대 이상(21.6%)에서 월등히 높게 나타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세대 특유의 한국전쟁 체험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체포 임박…‘경호처 무력화’ 압도적 경찰력 투입 태세
연천에서 무인기 추락 사실 뒤늦게 확인…대북전단 살포용?
1월 9일 한겨레 그림판
권성동, 김예지에 “당론 지키라” 겁박…김상욱에 “탈당하라”
윤석열 죽마고우 이철우 “민주주의 정면 부정하는 극우 수괴”
오늘 아침 최저기온 영하 18도…올 겨울 들어 최강 한파
‘도피설’ 윤석열, 관저 경비 점검?…대통령실, ‘오마이TV’ “고발”
“비겁한 윤석열…부하들 감옥 갔는데 도망칠 궁리만” [막전막후]
2표 부족…‘내란 특검법’ 재표결서 부결·폐기
동해안 발전소만 16기…‘새 석탄화력’ 강행,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