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하면 동아건설의 대수로 공사가 떠오른다. 카다피는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을 ‘체어맨 초이’라고 부르며 리비아 대수로 사업을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극찬했다. 대수로 공사로 사막에서 물이 쏟아지자, 카다피는 그 속에서 춤을 췄다고 한다. 1996년 9월1일 트리폴리에서 열린 대수로 2단계 공사 통수식 때 카다피는 최 회장의 손을 번쩍 치켜들며 치하했다.
남북과 모두 돈독한 관계
한국 건설업계는 1970년대 후반부터 리비아에 진출해, 동아건설이 주도한 컨소시엄이 1983년 11월 세계 최대 토목공사인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주했다. 리비아 내륙 사하라사막에 묻혀 있는 지하수를 송수관을 통해 지중해 연안으로 끌어와 식수와 생활·농업용수로 활용한다. 4천km가 넘는 대형 관을 묻어 중국의 만리장성 공사에 비견됐다. 동아건설은 1984년 이후 지름 4m, 길이 7.5m, 무게 75t이나 되는 송수관 25만 개를 땅에 묻어 1단계 1874km, 2단계 1730km를 마무리했다.
리비아는 카다피가 1982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4박5일간 머물면서 양국 간 친선 및 협조에 관한 동맹 조약을 체결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맺었지만, 대수로 건설 등을 거치면서 한국과도 친근한 나라가 됐다.
리비아는 카다피가 1982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4박5일간 머물면서 양국 간 친선 및 협조에 관한 동맹조약을 체결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맺었지만, 대수로 건설 등을 거치면서 한국과도 친근한 나라가 됐다. 카다피는 2006년 한명숙 총리가 리비아를 방문했을 때 “리비아 국민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마다 한국 업체를 연상할 정도로 한국은 친근하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해 중재 노력을 했고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과는 없었다”며 “다시 중재 노력을 시도해보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관계는 수교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5월 말~6월 초 국가정보원 직원이 리비아에서 첩보 활동을 하다가 발각돼 강제 추방됐다. 이어 한국인 선교사와 농장주가 선교 혐의 등으로 체포되고, 6월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가 영사 업무를 중단했다. 리비아는 국정원 직원이 카다피와 아들에 대한 첩보 활동을 한 뒤 정보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직원이 천안함 관련 북한 쪽 기밀을 빼내려다 무리수를 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은 지난해 9월 특사 자격으로 카다피를 만나 “코란에는 ‘용서가 무엇보다 가치 있는 행위’라고 쓰여 있는데 용서을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2일 리비아는 한국인 선교사와 농장주 등 2명을 조건 없이 석방했고,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도 지난해 10월8일 107일 만에 업무를 재개하면서 외교관계가 정상화됐다. 한국은 외교 갈등의 책임을 물어 지난해 11월 장동희 리비아 주재 대사를 조기 소환하고 조대식 대사가 2월6일 현지에 부임했다.
92억달러 공사 진행 중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는 20여 개 한국 건설사가 총 51건, 92억달러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2월24일 현재 한국인 건설업체 직원 등 체류자는 트리폴리 345명, 알칼리즈 158명, 벵가지 116명 등 1351명이다. 정부는 24일 교민 대피를 위해 이집트 항공 전세기(260석)를 보내고, 25일 대한항공 여객기(330석)가 추가로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