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노무현의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과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한 뿌리에서 나온 사람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나고 자란, 그리고 퇴임 이후 생태공동체의 시민으로 살려 했으나 결국 비극적으로 몸을 던진 봉하마을이 속한 경남 김해가 싸움터가 됐다. 4월27일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김해을 선거구.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 선거지만, 친노의 ‘성지’인데다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 이전에 치러지는 마지막 전국 단위 재·보궐 선거 지역 가운데 핵심 지역이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서로 야권의 단일후보를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됐다.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고 치유하기 힘든 후유증이 예상된다.
서로를 향한 비난, 패악질·분열주의…
민주당 추천으로 출마가 유력시되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노무현 정부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 2월16일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봉합되는 모양새이긴 하나, 민주당 쪽 친노 세력과 국민참여당 쪽 친노 세력이 서로를 겨누던 말은 날이 서 있었다. 그들이 ‘공적’으로 규정하는 이명박 정권을 향한 것보다 더 날카로웠다. 패악질, 분열주의 책동….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승리를 쟁취하고도 분열한 김대중·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과 ‘비판적 지지’와 ‘후보 단일화’로 갈린 당시의 열성 지지자처럼, 한국 사회의 성격 및 운동노선을 두고 민족해방(NL)과 민중민주(PD)로 나뉘어 반목했던 1980년대 민주화운동 진영처럼.
김경수 국장은 불출마선언문에서 “제가 출마해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싸움의 불쏘시개로 쓰이길 원했으나 아닌 것 같다. ‘꽃’이 되기보다는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고 싶다”고 밝혔으나, 당분간은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파인 두 진영 사이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 같다. 겉으로는 잠잠해졌지만 물밑에서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 바쁜 형국이다.
<font color="#C21A8D">“제가 출마해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싸움의 불쏘시개로 쓰이길 원했으나 아닌 것 같다. ‘꽃’이 되기보다는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고 싶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font>이번 반목과 갈등의 씨앗은 지난해 7·28 서울 은평을 재·보궐 선거 때 뿌려졌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노무현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이 야권 단일후보로 경기도지사로 나선 2010년 6·2 지방선거, 그리고 그해 1월 국민참여당의 창당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정치 연합 혹은 선거 연합의 경험이 일천한 한국 정치 풍토에서 사실상 첫 야권 연대의 시험장이었던 6·2 지방선거에서 유 전 장관은, 민주당의 김진표 후보와 단일화 경쟁에서 이긴 뒤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의 양보를 얻어내면서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현 경기도지사)와 1:1 구도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졌다. 유 전 장관이 얻은 표는 경기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얻은 표의 합보다 적었다. 민주당은 충남(안희정 지사)·강원(이광재 지사)·경남(김두관 지사)에 비해 경기도의 선거 지형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패배한 것은 유 후보의 경쟁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였다. 국민참여당은 달랐다. 야권 단일후보가 됐으면 다른 정당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했어야 하는데, 국민참여당과 유 전 장관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돕지 않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동상이몽그로부터 50여 일이 지난 뒤 서울 은평을에서는 상황이 역전됐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렸다. 민주당에서 장상 후보, 국민참여당에서 천호선 후보, 민주노동당의 이상규 후보가 나섰다. 어느 후보도 단독으로는 한나라당의 이재오 후보(현 특임장관)를 이길 수 없어 야권 연대로 지방선거 승리의 재연을 시도했다. 이때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는 후보 단일화에 앞서 다음과 같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번에 단일후보를 내지 못한 정당은 향후 재·보궐 선거에서 단일후보를 낼 수 있도록 우선 배려한다.”
합의문을 작성할 당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계산은 달랐다. 그해 10월 재보선이 유력한 곳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경기 분당을이었다.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의 지역구였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다른 정당의 세가 약한 곳이어서 “우선 배려”하더라도 다시 양보받을 가능성이 크고, 한나라당이 승리를 하더라도 크게 아픈 곳은 아니었다. 국민참여당의 얘기는 다르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이 진행 중이던 최철국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김해을도 가시권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최 의원은 12월9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분당을 보궐선거는 여야 합의로 올 4월로 미루는 바람에 7·28 합의서의 ‘유효기간’도 이때로 자동 연장됐다.
1월28일 ‘박연차 게이트’ 관련 대법원 판결로 강원도(이광재 전 지사)와 전남 순천(서갑원)이 4·27 재보선 지역에 포함되는 바람에 이번 재보선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단위 선거로 확대되면서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졌다. “우선 배려한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최소 두 곳의 야권 단일후보를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에 양보해야 하는데, 약속을 지키면서 실리를 챙길 묘책이 마땅치 않았다. 창당선언문에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삶을 당원의 삶과 당의 정치적 실천을 규율하는 거울로 삼을 것”이라는 문구를 담은 국민참여당은 김해을을 “배려”받고 싶어했다. 또 신생 정당인 국민참여당은 의석 하나가 절실했다. 야권 연대의 협상 테이블에서 영향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6·2 지방선거에서 17%의 지지율을 얻은 순천을 양보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지난해 7·28 은평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뼈아픈 경험을 한 국민참여당은 야권의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에 김해을을 ‘선점’했다. 은평을에서 배운 교훈은, 시한에 쫓겨 전화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룰 경우 신생 정당 혹은 군소 정당에 비해 민주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 출신으로, 지난 6·2 지방선거 때 김해시장에 도전한 적이 있는 이봉수 전 특보가 지난해 12월 예비후보로 발 빠르게 등록했다. 유시민 전 장관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유 전 장관은 3월12일 김해에서 열릴 전당대회에서 국민참여당 대표로 선출될 예정인데, 전당대회 장소와 날짜를 보면 국민참여당이 이번 선거에 얼마큼 당의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는지 알 수 있다. 3월12일은 2004년 국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날이다.
지지자도 둘로 갈라져 서로 비난
민주당의 친노 인사들은 국민참여당의 김해을 선점을 노무현의 유산을 독점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였다. 김해을은 국민참여당만의 선거가 아닌 만큼 정치권 안팎의 친노 진영 전체의 지지를 이끌어낼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문재인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이사장,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 봉하마을을 지키고 있는 김경수 국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에 뜻을 두지 않았던 김 국장이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싸움의 불쏘시개”가 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으나, 현실은 그의 바람과는 거꾸로 움직였다.
유 전 장관은 2월13일 발행된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의 복지 공약을 “선거용”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그런 비판이야말로 선거용이라고 반격했다.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은 2월16일 범민주진보개혁진영 집권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은평을 선거 당시 세 당의 합의와 다가올 김해을 선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야권이 통합이 아니라 (더 높은 단계인) 연합을 하려면 목적의 일치와 신뢰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자꾸 후퇴하면 통합은커녕 연합도 어렵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양쪽의 지지자는 지지자대로 갈라져 노무현재단 인터넷 홈페이지와 친노 성향의 정치평론 사이트 ‘서프라이즈’ 등에서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논쟁을 벌였다. 김 국장이 2월16일 불출마를 선언한 뒤에야 김 국장뿐만 아니라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를 향하던 날선 비판은 수그러들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7·28 은평을의 약속은 ‘이번에 단일후보를 내지 못한 정당은 향후 재·보궐 선거에서 단일후보를 낼 수 있도록 우선 배려한다’만이 아니었다. ‘야권 연대를 위해 상설협의기구를 둔다’는 약속도 있었다. 하지만 책임과 권한이 가장 큰 민주당은, 그리고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 역시 합의를 이행할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상시적으로 협의할 테이블이 있었더라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정치권 바깥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친노 인사들의 불필요한 감정 노동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민주당에서 김해을 선거를 책임져온 백원우 의원은 “정당 간 공식적인 협의 테이블이 아니더라도, 국민참여당이 김해을의 상징성을 고려해 대표적인 친노 인사들에게, 예를 들면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이사장, 안희정·이광재·김두관 지사와 미리 상의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참여당의 천호선 최고위원은 “교감 정도라면 몰라도 선거에 관한 정당의 프로세스를 생각해보면 사전 논의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민주당 내에 국민참여당과 유시민에 대한 강력한 비토 그룹이 있고, (김경수 국장을 비롯한) 정치적 중립지대에 있는 분들을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위험한 일을 민주당 지도부가 방임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봉수 예비후보에 대해서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인데, 선거구의 특성을 고려하면 최강의 후보로 보기는 어렵다”(백 의원)와 “손색이 없는 후보이며,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 민주당과 친노 인사들이 도와 당선시키면 될 것”(천 위원)으로 엇갈렸다.
“차이 없는데 갈라지면 더 감정 쌓여”
문제는 이같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불화, 친노의 분열이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2012년 총선의 여러 지역구에서, 그리고 대선에서 사람만 바뀌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정책과 노선이 다르면 서로 비교하고 맞춰보는 게 가능한데, 별 차이가 없으면서 정치 행태나 문화, 상대의 태도가 싫어서 갈라선 경우 서로 마음을 열고 쌓여 있는 감정의 응어리를 풀지 못하면 합쳐지기 힘들다”며 “결국 양 당이 내년 총선 성적표를 받아본 뒤에야 어떤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민주당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애초 국민참여당이 따로 출현하지 않도록 했어야 하고, 지난해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맏형 노릇을 하면서 국민참여당의 신뢰를 얻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국민참여당의 공간을 오히려 넓혀줬다”고 덧붙였다.
<font color="#C21A8D">문제는 이같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불화, 친노의 분열이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2012년 총선의 여러 지역구에서, 그리고 대선에서 사람만 바뀌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font>민주당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85석의 ‘거대 야당’임에도 아직까지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고 국민참여당은 원내 의석이 없는 신생 정당임에도 야권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묘한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4·27 총선에서 원내 정당이 되고 내년 총선에서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한다는 참여당의 목표가 달성될 경우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연대의 협상 테이블에서 참여당은 유리한 지위를 점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김경수 국장의 불출마로 참여당의 이봉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졌는데, 4·27 재보선과 내년 총선 성적이 신통치 않을 경우 참여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민주당의 경우 손학규 대표를 포함한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높아지거나 ‘장외 우량주’ 영입에 성공해 집권 세력과의 대등한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 된다면 야권 연대 내에서의 주도권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정치권 인사는 “참여당의 이봉수 후보와 민주당 혹은 무소속의 김경수 국장이 경쟁을 통해 단일화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유시민 전 장관과 참여당 쪽이 다소 무리를 해가며 김 국장의 출마를 막은 데는 다른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국장이 당선될 경우 친노 진영으로부터 끊임없이 대선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이 급부상해 걍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타깝다, 미안하다, 분열한다
국민참여당과 유 전 장관의 지지자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던 백원우 의원도 비슷한 맥락에서 아쉬워했다. “여야를 통틀어 현재 거론되는 대선주자 가운데 유시민 전 장관만큼 국가 운영에 관해 명확한 콘텐츠와 비전을 갖추고 있는 분은 없다고 본다. 물론 아쉬운 대목도 있다. 만약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친노 인사들이 그를 꺾어 누르지 말고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유시민으로 합의했다면 어땠을까.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참여당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 당직자 가운데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꼽히는 김현 부대변인도 “이해찬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이 탈당하지 않았더라면 민주당의 모습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한 사람들이 민주당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친노 진영이 분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쪽 친노 인사들이 ‘만약에’를 빌려 갈라짐을 아쉬워한 반면, 유 전 장관은 “국민참여당은 2002년 시민정치운동(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개혁당 세력에 2008년 촛불 세대와 두 대통령 서거 뒤 슬퍼하던 시민들이 모여 만들어진 정당으로, 기존 야권 세력에 새로운 힘을 더하는 의미 있는 정당”( 1월25일치)이라며 갈라짐으로써 파이가 더 커졌다는 데서 창당 명분을 찾는다. 이는 민주노동당에서 갈라져 나온 진보신당의 논리와도 닮았다.
김경수 국장의 불출마선언문은 “우리 모두는 대통령님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똘똘 뭉치는 모습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습니다. 저의 결심이 범야권 연대를 통한 재보선 승리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로 끝난다. 어쩌면 그의 바람은 희망에 그칠지도 모른다. 미안하고, 안타깝고, 고맙고, 환영한다는 ‘말’은 넘쳐나는데 범야권 연대를 통한 승리를 위한 ‘행동’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요즘 들어 그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인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color="#1153A4">출마 접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font>
<font size="4"><font color="#008ABD">“노무현한테 정치를 배운 사람들은 다르다”</font></font>
노무현 전 대통령을 늘 ‘대통령님’이라고 말하는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아직 탈상(脫喪)을 하지 못한 사람 같다. 떠난 이를 보내지 못하는 애통함, 혹여 그에게 누가 될까 조심하는 처연함 같은 것. 경남 김해을 재보선 출마 고민도, 불출마 결심도 ‘노무현’에서 시작되고 끝났다. 불출마 선언 다음날인 2월18일 봉하마을에서 그를 만났다.
-선거에 나설 것처럼 보이다가 불출마 선언을 한 모양이 됐는데, 개인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 것 아닌가.
=개인적인 이미지 타격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번 논의도 개인 문제로 접근하지 않았다. 친노 진영이 이번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가 중요한 것이고, 그 결과 내린 결정이다.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얼마든지 감수해야 한다.
-출마설이 나돌 때 국민참여당은 대변인 논평으로 강하게 비판했더라.
=제대로 안 읽어봤다. (웃음) 그런 거 보면 오히려 감정적으로 되니까. 개인적으로 받는 상처보다 대통령의 사람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단결하라는 게 국민의 마음인데, (단결하지 않을 땐) 그분들에게 상처를 주는 게 더 큰 문제다.
-결정에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의 영향이 얼마나 컸나.
=권 여사는 지금까지 선거나 출마와 직접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언론에 나온 “손가락처럼 단결해 한나라당을 이겨달라”는 말은 어느 분이 곡해해서 전달한 것 같다. 특정 정당을 지칭한 적이 없다. 손녀들이 얘기 하나 해달라고 할 때마다 차이를 인정하고 각각 제 역할을 해야 전체적으로 잘된다며 항상 해주는 얘기인데, 이번에도 민주·친노 진영이 힘을 합쳐서 잘되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말씀하신 거다.
-국회의원이 되려고 마음먹었다면 이번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었는데.
=김해을은 상징적인 지역이고, 대통령님의 뜻을 지켜나가겠다는 마음으로 단결해야 한다. 의원이 되고 안 되고는 결과일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과 유지를 받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 생각은 없나.
=출마를 접으면서 그런 고민은 개인적으로 일단락됐다. 지금은 봉하재단 사무국장으로서 봉하마을에서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대통령님을 추모하려고 찾아오는 분들에게 기억이 남도록,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가도록 만드는 걸 잘해내는 게 과제다.
-김해을은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 진영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 같은 곳인데.
=이번에 범민주 진영이 단결하고 연대해 승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경험이 내년 총선, 대선에서도 단결·연대해 승리하는 데 밑거름이 될 거라는 데 추호의 의심도 없다. 내가 출마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단결·연대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김해을 선거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충분히 중요성을 알고 계실 거다. 대통령님의 사람들은 그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데 확고한 동지적 관계를 맺고 있다. 방법에서 생기는 차이를 극복하고, 연대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궁극적으로는 하나가 될 거다. 믿고 기다려달라. 노무현한테 정치를 배운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김해=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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