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복지와 관련한 이야기가 쏟아지다 보니 헷갈릴 만한 개념이죠. 우린 이미 의무교육이라는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 기억을 되살려보세요. 사회보장 정책엔 사회보험과 공적부조가 있다고 배운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실 겁니다.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소득이 있는 사람과 기업이 국가에 매달 조금씩 돈을 내고 필요할 때 되돌려받는 게 사회보험이죠. 공적부조는 저소득층·사회적 약자층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기초생활보장제도,장애인연금, 기초노령연금, 양육수당 같은 걸 말합니다.
복지는 이런 개별적인 정책을 뜻합니다. 사회보장 정책뿐만 아니라 이걸 배울 수 있었던 의무교육, 요즘 ‘대세’인 무상급식 같은 사회·교육정책 등을 포괄하죠. 이런 복지 서비스를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게 보편적 복지고, 저소득층 등만 누리는 게 선별적 복지입니다. 쉽게 말해 ‘온 국민 복지’냐 ‘일부 계층 복지’냐의 차이죠. 복지국가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경제·조세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 모델입니다.
<font color="#008ABD"> 2. 복지와 관련한 주장이 갑자기 쏟아져서 헷갈려요. 정당별로, 정치인별로 각자 생각을 말하다 보니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font>한나라당은 ‘70% 복지’를 내걸고 있습니다.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소득 하위 70% 계층의 0~5살 영·유아 보육료 전액 지원 △같은 계층의 평점 B학점 이상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등록금 취업 후 상환대출 등이 핵심 내용입니다. 최근 한나라당에선 이런 내용이 ‘과잉복지’라며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연말 △소득과 사회서비스의 균형적 보장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한 복지관리 체계 통합을 통한 생애주기별 복지 보장이 주요 내용인 ‘한국형 복지’로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지요.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전당대회에서 보편적 복지를 강령에 포함했고, 최근엔 ‘3+1’ 복지를 주장합니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거죠. 당내 유력 정치인들은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복지국가를 이야기합니다. 정동영 의원은 ‘역동적 복지국가’를 주장하며, 현재 65살 이상 노년층에게 지급하는 월 3만~9만원의 기초노령연금을 월 38만원 선(최저생활비 수준)으로 올리는 노후연금 방안을 내놨습니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가 제시한 것도 ‘역동적 복지국가’지만, 내용은 다릅니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는 존엄·연대·정의라는 3대 가치에 바탕해 보편적·적극적 복지와 공정하고 혁신적인 경제가 결합한 국가 모델을 주장합니다.) 천정배 의원은 라는 책에서 조세재정·교육·보건복지·노동·부동산 및 주거 등 9대 개혁 과제와 복지국가 실천 전략을 제시했고, 꾸준히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복지 원조’ 격인 진보 정당은 당연히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데, 구체적인 그림은 조금 다릅니다. 당 강령에 국가의 사회복지 책임을 규정한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을 넘어서 보편적 복지로’라는 슬로건을 내놨습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보장성을 현재 60%에서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진보신당은 복지국가 건설이 강령입니다. 보편적 복지와 노동연대,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축으로 하는 ‘삼차원 복지국가’를 6·2 지방선거 때 내걸었고, 실업수당 도입, 기본소득 보장 등의 정책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font color="#008ABD"> 3. 복지는 원래 진보 쪽에서 하는 주장인데, 왜 박근혜 의원이 복지를 말하나요? </font>박근혜 의원이오?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였다”잖습니까. 그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국민이 실제 느끼는 복지 체감도와 만족도는 과거보다 낮아졌다”며 “예방적이고 지속 가능한 한국형 복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양극화와 고령화, 저출산 등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대선 주자로서 당연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세를 통한 성장 정책으로 기존 생각(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는 ‘줄푸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진보개혁 진영에선 “선별적 복지의 확대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font color="#008ABD"> 4. 민주당이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여론의 중심에 서다니 세월이 무상한 건가요, 아니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맞는 건가요? 10년 전부터 민주노동당이 주장했지만 현실성 없다고 외면했던 사람들이잖아요. </font>얼마 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더군요. “진보 정책은 독점 사용의 대상이 아니다. 자유이용권이 붙어 있는 거다. 정치인과 정당들이 진보정책에 자신의 이름을 더 위로 올리려고 경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요.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복지를 갈망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건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통계청의 ‘2010 사회조사’에서도 부모의 노후 생계를 가족과 정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47.4%로, 2002년 조사 때(18.2%)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높았습니다. 정당이,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내놓는 건 당연한 일이니 민주당이 지금 ‘복지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탓할 일은 아니죠. 하지만 자유이용권도 돈 내고 사야 하는 겁니다. 민주당이 내야 할 돈은, 자기들 말에 책임지는 일이겠죠?
<font color="#008ABD"> 5. 이명박 대통령도 “대기업 그룹의 손자·손녀는 자기 돈 내고 (급식을) 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 손자·손녀는 용돈을 줘도 10만원, 20만원 줄 텐데 식비를 공짜로 해준다면 그들이 화가 날 것”이라고 했는데요. 정말이지 왜 내가 낸 세금으로 부잣집 아이들까지 공짜밥을 먹여야 하나요?</font>12살 이하 필수 예방접종 무료 실시, 만 5살 이하 아동 입원·외래진료비 본인부담금 완전 면제, 국가의무보육제도 실시…. 바로 이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때 약속한 공약이었습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부잣집에서 화낼까 무서워 어떻게 그런 공약을 냈을까요? 무슨 차이가 있기에 무상 예방접종은 되고, 무상급식은 안 되는 걸까요? 또한 세금으로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시키니, 부잣집 아이들은 못 다니게 해야 하는 건가요? 이들에게만 돈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보편적 복지와 관련해 “국가는 국민에게 기본적인 교육·의료·주거·노후에 대한 보장을 해주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실업보험·재교육 지원 등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복지는 ‘자선’이 아닙니다.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국가가 기본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권리입니다.
정말로 서민 지갑을 털어가는 걸까요? 민주당의 공식 기구인 ‘보편적 복지 재원 조달방안 기획단’은 낭비성 예산 삭감, 복지 전달 체계 혁신,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금을 더 걷자는 게 아니라 현재 조세·재정 체계에서 ‘새는 세금’을 찾아내 복지 재원으로 충당하자는 겁니다.
이걸로 부족하다는 쪽은 “증세 없이 복지 없다”고 주장합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부유세 도입을 주장합니다. 상위 소득 0.58%에 해당하는 30억원 이상 순자산 보유자, 금융감독원이 발표하는 결합재무제표 작성 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1조원 이상 법인(91곳)에 부유세 1%를 내게 하자는 겁니다. 같은 당의 천정배 의원은 부유세보다 사회복지세 도입을 주장합니다. 현재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연소득 8800만원 이상 과세 구간을 세분화하고, 상위 계층에 기존 소득세에 더해 일정 비율을 사회복지세로 내게 하자는 겁니다. 진보신당도 사회복지세 신설을 추진합니다. 1년에 소득세를 400만원 이상 내거나 상속증여세·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 법인세을 5억원 이상 내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들이 내는 세금의 15~30%를 추가로 납부시키자는 겁니다. 소득자 절반이 면세점 이하여서 소득세를 1원도 안 내는 거 잘 아실 겁니다. 소득세 400만원이면, 전체 소득자의 상위 5% ‘부자’입니다. 법인세를 저만큼 내는 기업은 상위 1% 대기업입니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복지 재원 마련 대책은 이 정도입니다. 여기 ‘돈 더 낼 대상’ 가운데 ‘서민’이 있나요? 시민사회 진영에선 소득세의 누진세율을 강화해 중간 계층 이상은 모두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 경우에도 소득자의 절반가량은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면세점 이하니까요. 누진 방식으로 증세를 하기 때문에 중산층의 부담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font color="#008ABD"> 7. 부자에게 증세라…. 반발이 엄청날 텐데요.</font>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보편적 복지를 못박고도 쉽게 증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죠.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분명히 있습니다. 드라마 보셨나요? 어릴 때 부모를 잃은 길라임이 “나라에서 나오는 돈으로” 생활비를 감당했다고 하자, ‘사회지도층’ 김주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낸 엄청난 세금이 다 그쪽한테 갔구나. 더 낼걸 그랬다. 그쪽을 내가 키우는 줄 알았으면.”
드라마에서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가 지난해 5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모든 국민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좋다’는 사람은 응답자의 72.1%나 되는 데 비해 ‘세금을 낮추고 가난한 사람들만 돕는 것이 좋다’는 응답자는 22.7%에 불과했습니다. ‘돈 더 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고소득자일수록 ‘세금 더 내도 보편적 복지’를 선호했는데, 월 400만원 이상 소득 응답자는 77.7%였습니다. 소득과 재산이 많은 사람의 세율과 관련해 ‘올리는 게 좋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80.3%, 월 400만원 이상 응답자의 80.4%였습니다.
물론 여론조사와 실제 정책을 실시할 때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사회지도층’이 좋아하는 국제 기준을 들이대면 좋겠네요.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 1월20일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함께 연 복지재원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봅시다. 명목 최고세율의 경우 소득세는 35%, 법인세는 2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인 34.89%, 26.29%와 엇비슷합니다. 하지만 소득 대비 실제 납부 세금 비중인 유효세율로 따지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소득세 유효세율은 계층별로 9.4~16%로, OECD 평균치인 21.8~32.1%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고소득층일수록 국제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최고 16.1%포인트) 세금을 냈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부자 감세’를 하기 전의 결과이므로, 이후엔 더 큰 격차가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가 2007~2009년 낸 법인세 유효세율은 10.48%로 소니의 43.87%, 애플의 29.26%보다 3분의 1~4분의 1가량 세금을 덜 낸 걸로 나타났고요.
<font color="#008ABD"> 8. 복지, 복지 하지만 사실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돈이 많으니까 복지가 가능한 거 아니에요?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2만달러에 불과한데 말이죠. 게다가 얼마 전 대통령이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국왕이 ‘세계에서 우릴 보고 복지 천국, 세계의 모델이라고 하지만 스스로도 이런 형태의 복지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더라”고 한 것처럼 그 나라들 ‘복지병’ 때문에 경제가 성장을 못한다잖아요.</font>핀란드는 1913년부터 학교급식 보조금을 지급했고, 1948년부터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했습니다. 스웨덴의 무상급식은 1946년부터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로 세계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던 때였죠. 유럽에선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무렵인 1970년대부터 국민소득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15%를 넘어, 무상급식뿐만 아니라 보편적 복지의 틀을 튼튼히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요? 현재 국민소득에서 사회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불과합니다. 복지에 돈이 드는 건 맞지만, ‘아랫목’ 온기가 ‘윗목’에 이를 때에만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얘깁니다.
스웨덴·프랑스·독일에서 예산 대비 복지 지출 비중은 60% 선입니다. OECD 국가 평균은 45%입니다. 우리나라는 “복지예산이 최대”라고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는 올해 기준으로 28%입니다. 보수 쪽 주장대로 이들 나라가 ‘복지병’에 시달린다 하더라도, 복지 지출 비중이 우리나라의 두 배 안팎인데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수준인가요? 또한 ‘신경제’로 미국 경제의 호황이 시작되고,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위기를 겪기 전 시기인 1993~2007년 미국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3%에 그친 반면, 같은 시기 스웨덴은 4배가 넘는 101%였습니다. 이래도 복지병 때문에 경제가 성장을 못한다고 할 수 있나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와 재원 마련 대책은 함께 고민할 문제라고 앞서 말씀드렸죠? 건강보험부터 살펴보시죠. 우리나라는 국민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나 정부 예산 등 공공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3% 수준으로, OECD 평균보다 20%가량 낮습니다. 건강보험이 감당해주는 의료비 비율, 즉 보장성이 62%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서민들은 자기공명영상(MRI) 한번 맘놓고 못 찍고, ‘암 걸리면 집안 거덜난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죠. 이 틈새를 민간 의료보험이 샤샤샥 파고들어, 국민 1인당 내는 민간 의료보험료가 월평균 12만원이나 됩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수 있으니 보장성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할까요? 그러면 지금보다 민간 의료보험은 더 기승을 부릴 테고, 그것조차 감당할 수 없는 서민은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게 되겠죠.
그래서 지난해부터 시민사회에선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1인당 건강보험료를 월평균 1만1천원씩만 더 내면 국가와 기업이 내야 하는 보험료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보장성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보장성이 이 정도가 되면 암, 심장병 같은 중증질환 대부분을 건강보험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무상의료가 가능해진다는 거죠.
국민연금 재정 고갈 위험은 사실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낸 만큼 가져가는’ 민간보험이 아니기 때문에, 만에 하나 기금 고갈이 발생하더라도 국민경제가 보험료·세금으로 충당하는 연금 지급액 총량을 부담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재정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국민연금제도를 운영한 서구에서 이런 방식으로 노인을 부양해왔습니다. 국민연금은 노후 빈곤을 막으려는 것이지, 재정 안정화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더구나 국민연금은 사회연대성 원리에 따라 노인 부양 부담을 세대별로 분담하는 사회보험입니다. 말하자면 재정 고갈 위험 논리는 사회연대 정신을 위협해 국민연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겁니다.
<font color="#008ABD">10.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다면, 진보 정당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거죠? 못 합칠 것도 없지 않나요?</font>그렇죠. 복지를 중심에 놓고 반이명박 야권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주장에 진정성이 있느냐, 복지가 통합정당의 유일한 가치냐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단순화하면 민주당을 통합정당 대상으로 볼 것이냐, 선거 연합의 대상으로 볼 것이냐가 갈리는 거죠.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개혁 세력이나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시민정치포럼’(복지국가 정치포럼) 등은 복지동맹에 기반한 통합정당을 주장합니다. ‘작은 차이’에 매달려 통합을 못하고 2012년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에 패배하면, 다시 정권교체는 물론 복지국가 건설도 요원하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입니다. 물론 민주당이 기존 기득권을 버리고 ‘좌클릭’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보 정당과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등은 보편적 복지를 위한 증세조차 꺼리는 민주당의 주장에 의구심을 갖습니다. 설령 민주당이 증세에 합의해도 통합정당으로는 갈 수 없다는 게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이들은 지난 1월20일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 1차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실현 △비정규직 철폐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민중 생존권 쟁취 △생태환경 보존 등 당면 현안에 공동 대응하고,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진보대통합운동을 전개한다”고 합의했습니다. 비정규직법을 만들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당사자인 민주당과는 ‘진보대통합’이 어렵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하지만 진보통합정당을 만들더라도, 2012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이기려면 민주당과 선거 연합을 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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