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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폭발실험 물질을 공개하라



국방부가 공개하지 않은 모의실험 흡착물질의 풀리지 않는 의문…

재실험 통해 의혹 풀어야
등록 2010-11-18 15:03 수정 2020-05-03 04:26

국방부는 지난 5월 천안함 선체와 어뢰 등의 흡착물질을 분석한 뒤, 이 흡착물질과 폭발의 연관성을 증명한다면서 수중폭발 모의실험을 실시했다. 수조안에서 알루미늄이 섞인 폭약을 폭발시킨 뒤에 생긴 물질이 천안함 선체의 백색 흡착물질 성분과 동일하다는 결론을 냈다. 즉, 천안함과 어뢰 부품의 흡착물질이 ‘1번 어뢰’에서 왔다는 주장이었다.
폭발 상황을 재현해 얻은 결과물과 실제 천안함 흡착물질이 동일 성분이라는 ‘극적인’ 결과 때문에 초기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던 수중폭발 모의실험은, 흡착물질이 폭발과 무관하다는 과학자들의 문제제기 이후 더욱 의문을 일으켰다.
더욱이 의 의뢰로 천안함과 ‘1번 어뢰’ 부품의 흡착물질을 분석한 정기영 안동대 교수(지구환경과학)와, 언론 3단체의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이하 언론검증위)의 의뢰를 받아 동일한 작업을 진행한 양판석 박사(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질과학과 분석실장)가 흡착물질은 100℃ 이하의 상온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침전물(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이라는 결론을 내면서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민·군 합동조사단 에너지분광기 분석 결과

» 민·군 합동조사단 에너지분광기 분석 결과

그동안 모의실험으로 만들어진 물질을 검증하기 위해 공개하라는 요구가 일었으나 국방부는 묵살했다. “공개할 만큼의 양이 되지 않는다”는 궁색한 해명이다.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 등 검증 실험을 요구해온 과학자들은 “공개된 사진을 보면 (양이) 충분하다”며 “이미 실험을 하고 분석을 거친 시료도 다시 분석이 가능하니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국방부의 한번 굳어진 방침은 움직일 줄 모른다.

눈길을 끄는 것은 황(S)의 존재다. 민·군 합동조사단 에너지분광기분석 결과, 선체·어뢰·실험 물질에서 모두 황이 검출됐다(아래 그래프 참조). 정기영 교수와 양판석 박사의 분석에서 검출된 황이 국방부 모의실험에서도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정 교수와 양 박사는 이 황의 출처와 관련해 해수에 들어 있던 황이 100℃ 이하의 환경에서 화학작용을 거쳐 흡착물질로 남게 됐다고 주장한다. 순간적인 폭발로 생성되는 물질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폭발 상황을 재현한 국방부 모의실험에서 황이 검출됐다는 점은 이들의 주장과 모순된다. 국방부 보고서에서는 황의 존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고, 그저 황도 있더라는 정도의 언급밖에 없어 궁금증을 더욱 키운다.

남은 해법은 하나다. 문제의 모의실험 결과물을 공개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공개적으로 다시 실험을 하는 것이다. 문제의 모의실험은 학계에 보고되지도 않았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황’의 존재

노종면 언론 3단체 검증위원은 이에 대해 “양 박사 등의 실험을 보면 이론상으로는 국방부가 진행한 수조 폭발실험의 고온·고압에서는 해수의 황이 알루미늄과 반응할 여지가 없다”며 “모의실험 뒤 분석에서 나온 황의 존재에 대해 국방부가 해명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 위원은 “폭발물질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의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질의 분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은 해법은 하나다. 문제의 모의실험 결과물을 공개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공개적으로 다시 실험을 하는 것이다. 문제의 모의실험은 학계에 보고되지도 않았다. 지난 3월26일 밤 서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히기는 어려워도,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는 실험은 국방부의 의지에 따라 논란의 여지를 없앨 수 있다. 그럴 의지가 없다면 끊임없이 의심에 시달리는 수밖에 없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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