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8월 말 유엔 글로벌콤팩트와 전자업계 행동규범에서 내세운 인권과 노동 관련 원칙을 도입한 새 노동정책(Global Labor Policy)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글로벌콤팩트의 인권·노동 관련 6개 원칙과 전자업계 행동규범이 정한 노동기준 등이 반영된다. 그 배경에는 주요 거래처 중 하나인 유럽의 이동통신업체 보다폰·텔레포니카 등의 요구가 있었다. 이들은 노동권이 침해되는 하청업체의 부품이나 분쟁지역의 원재료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또 이나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등이 LG전자에 대해 노동 분야에서 낮은 평가를 한 점도 한몫했다.
이처럼 인권경영 도입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많은 국내 기업은 21세기 들어 유행한 사회책임경영·윤리경영 등에 좀더 익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국내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살펴보면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이 주를 이룬다. 국내 은행 최초로 ‘사회책임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사회책임경영에 적극적인 신한은행은 최근 아름다운재단·사회연대은행 등 시민단체와 함께 나눔교육, 저소득 빈곤층 지원사업과 같은 공익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저소득층 여성의 자립을 돕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 ‘아름다운세상 기금’을 토대로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무담보 소액 대출 제도) 사업을 펼쳐 저소득층 여성 가장에게 자활 교육과 대출을 통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주로 소비자나 사업 관련 분야에서 사회책임경영을 펼치는 사례가 많다. 기업은행은 IBK행복나눔재단을 통해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가족이 희귀병이나 난치병을 앓는 경우 치료비를 전달하고 있다. 2006년 4월에 설립된 재단은 현재까지 335명에게 15억여원을 지원했다. 미국·유럽·중국·몽골 등 세계 각지에 진출한 STX는 다원주의를 존중하는 사회환경 조성을 위해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8년 ‘STX와 함께하는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을 서울 이문동에 세운 것을 시작으로 2009년 8월과 지난 4월에 각각 경남 창원 팔용동에 2호점, 부산 청학동에 3호점을 열었다.
이런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준다는 긍정적 측면과 동시에 인권경영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인권경영 전문가들은 현재 다양한 형태로 진행 중인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이 앞으로 인권경영으로 발전하는 밑바탕이 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사회책임경영에서 인권경영으로 나아가려면 그 차이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회책임경영은 주로 자선, 기부, 환경보호 등 사회공헌 활동으로 나타나는데, 문제는 이런 활동이 기업의 필요나 선택에 따라 이뤄지며 다른 측면의 단점을 가리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셸, 나이키, 월마트 등 (인권과 노동권 탄압으로) 가장 많이 비판받는 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인권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기본적 활동이 전제된 후에 기업 활동의 문제를 시정하는 접근 방식보다 기업의 사업 논리와 상관없이 인권이 절대적으로 준수되어야 한다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책임경영이 하향식이라면 인권경영은 인간을 중심에 둔 상향식 접근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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