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생은 보수적인가. 10개 대학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거칠게 ‘평균’을 정리하자면 ‘머리는 진보, 몸은 보수’라고 할 수 있겠다.
전체 응답자 985명 가운데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335명(34%)이 ‘진보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중도’는 299명(30.4%), ‘보수적인 편’은 174명(17.7%)이었다. ‘매우 진보적’이라고 답한 이들(41명)도 ‘매우 보수적’이라고 답한 이들(23명)보다 많았다. 스스로를 진보라 생각하는 이들만 5명당 2명꼴(38.2%)이다. 113명(11.5%)은 ‘모른다’고 답했다.
이명박 정부 지지는 11%에 그쳐국내 대학의 외국인 학생들(유효응답 133명) 가운데는 보수 성향의 비중이 높았다. 28.6%가 ‘매우 보수적’ 또는 ‘보수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같은 응답을 한 한국인 대학생보다 8.6%포인트 높은 수치다. 스스로를 진보 성향이라고 답한 외국인 대학생 비율은 30.1%였다. 같은 응답의 한국인 대학생보다 8%포인트 낮다.
두 조사만 비교하자면, 한국 대학생은 외국인 대학생보다 진보적이다. 그러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자신의 정치·사회 관심도를 점수(10점 만점)로 매겨달라는 질문에, 각 대학 한국 학생들의 평균치는 5점 안팎으로 나타났다. 서울여대 3.71, 경북대 4.48, 서울대 4.81, 제주대 4.96, 안양대 5.31, 중앙대 5.39, 성공회대 5.6, 연세대 5.84, 조선대 5.92, 숙명여대 6.06 등이다.
반면 외국인 유학생들의 정치·사회 관심도는 한국 대학생보다 높았다. 같은 질문에 대한 각 대학 외국인 학생들의 응답을 보면, 연세대 5.46, 경북대 5.8, 중앙대 5.96, 조선대 6.06, 제주대 6.26점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 대학생들보다 평균 1~2점씩 높다. 한국 대학생은 스스로를 진보적이라 여기지만, 정작 세상사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남은 문제가 있다. 한국 대학생은 스스로 평가하는 만큼 진보적일까? P&C정책개발원이 제공하는 ‘정치 성향 자가진단’ 모델로 학생들의 ‘이념 분포도’를 산출한 결과, 스웨덴 대학생의 좌푯값은 사민주의(진보·개혁주의) 쪽에 균질하게 집중돼 있다. 스웨덴 학생들 가운데 절반(5명)은 스스로를 ‘중도’로 평가했다. 나머지는 ‘진보 성향’이라고 답했다.
반면 같은 조사에 응한 한국 대학생의 정치 성향은 훨씬 넓게 산재한다. 스웨덴 대학생의 ‘중도’는 한국 대학생의 ‘진보’와 겹친다. 이는 스웨덴 학생의 진보-중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얘기면서, 유럽의 중도가 한국의 좌파에 가깝다는 오랜 인식과도 맞닿는다. 이런 좌푯값이 웅변하는 게 있다. 스스로를 진보라 생각하는 한국 대학생들조차 실제로는 사민주의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대학생들은 좌우의 경계도, 이념적 자각과 정치·사회적 관심의 연결고리도 흐릿하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정 평가는 인색했다. 유효응답자 987명 가운데 60.4%가 ‘매우 못한다’나 ‘못하는 편’을 꼽았고, 11.4%만 ‘매우 잘한다’나 ‘잘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대선 당시 지지했다가 국정 2년 만에 지지를 철회했다는 이들이 13.4%로 나왔다.
20대만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반값 등록금, 청년실업 극복 등 20대 관련 정책에 대한 실망이 27.2%로 최다를 이뤘다. 유효응답자 298명 가운데 81명이었다. 방송 장악 등 언론정책·여론통제(26.2%), 측근인사·독선적 국정운영(19.8%) 등이 뒤를 이었다.
유시민 다음은 박근혜-노회찬-오세훈
2010년 한국 대학생이 가장 지지하는 차기 대선주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효응답자 973명 가운데 209명이 꼽은 결과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159명),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61명), 오세훈 서울시장(60),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44명), 정동영 민주당 의원(44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모른다’ 등을 포함한 ‘기타’가 279명으로 사실상 최다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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