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날치기 과정에서 이뤄진 재투표·대리투표 논란이 뜨겁다. 방송법 투표 과정에서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가 의결정족수 미달을 확인한 뒤 다시 투표를 진행해 가결을 선포했고, 투표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이 전광판에는 재석으로 표시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윤성 부의장의 무식 혹은 부주의?’ 이 부의장이 방송법 투표 종료를 선언했을 때는 재석인원이 145명으로, 의결정족수(재적 과반수)에 3명이 모자란 상태였다. 사진 한겨레 김봉규 기자
사실상 부결 선언 vs 투표 불성립
우선 재투표를 둘러싸고는 양쪽의 해석과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야당 쪽은 “사실상 부결된 것이므로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리상 투표 종결 선언을 하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다”라는 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전북대 교수)의 지적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부결이 아닌) 투표 불성립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으므로 가결 또는 부결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가 아니고 재투표도 문제가 없다.
이같은 여야의 대립은 “투표를 종료합니다”라는 이윤성 부의장 발언에 대한 해석 차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부의장은 투표가 마무리될 즈음 투표 종료 선언을 했으나 투표 참여자가 의결정족수 148명에서 3명 모자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재석의원이 부족해 표결이 불성립됐으니 다시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재투표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법적 효력이 없는 발언’으로 해석하고, 민주당은 ‘가결이건 부결이건 투표 결과를 포함하는 선언’으로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유례가 없는 사안인 만큼 해석의 여지는 많지만, ‘투표 불성립’ 주장에 대해서는 또 다른 법적 허점이 지적된다. 1차 투표 결과 145명밖에 투표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이 부의장이 새롭게 투표를 시작하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갑배 변호사는 “여당 주장을 십분 수용해 투표 불성립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표결이 불성립한 만큼 다시 안건을 상정하고 투표를 진행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종료 발언이 실수였다고 번복한 뒤 추가로 투표를 했다면 모를까, 재투표를 한 이상 법안 상정 절차부터 다시 밟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리투표 논란은 더 큰 법적·윤리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국회의원의 대리투표는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의장석을 떠나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나온다. 다른 의원이 대신 표결 버튼을 눌러준 사례를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본회의장에 없었는데 신문법 표결 당시 재석으로 나왔고, 박상은 의원도 강봉균 민주당 의원 자리에서 찬성 버튼을 눌렀다가 항의를 받고 취소 버튼을 누른 사실을 인정했다.
장광근 사무총장 절차 흠결 자인한 셈
이에 대해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석을 차지하고 반대표를 눌렀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 발언은 그 자체로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 심각한 절차적 흠결이 있었음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찌됐건 전례 없는 재투표·대리투표 논란에 대한 심판은 헌법재판소 몫으로 넘어갔다.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상식선에서 보자면 투표 참여자가 재적 과반수에 못 미쳤다면 부결된 셈이고, 국회 내 대리투표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선 ‘대리투표가 인정되지만 확인된 사례가 적어 결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등의 논리도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다. 행정수도나 시각장애인 안마사 문제 등에서 보다시피, 헌재가 종종 ‘듣보잡’ 수준의 논리를 제시한 전례가 있는 만큼 결론을 예측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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