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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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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실세 인사 개입 의혹 꼭 밝힐 것”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7월 초 포스코 CEO추천위·이사회 의사록 열람 가처분신청 예정
등록 2009-07-02 06:21 수정 2020-05-02 19:25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국민기업으로 사랑받아온 포스코가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정권 실세들의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이 규명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법적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입니다.”

6월24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경제개혁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서 튀어나온 이명박 대통령 측근의 인사 개입 의혹을 풀어나가는 데 강한 의지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월18일 포스코에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 및 이사회 의사록 열람·등사를 청구했다. 지난 1월 포스코 회장 인선 과정에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6월1일 의사록 열람을 거부했다.

- CEO후보추천위와 이사회의 의사록 열람·등사를 청구한 이유는.

= 포스코 회장 인선과 관련한 정권 실세의 인사 개입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다.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면 상장 민간기업의 회장 인선을 정권 실세가 좌지우지한 것이 된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기반으로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힘써온 포스코의 노력을 수포로 만든 셈이 된다. 포스코와 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반시장적인 처사이기도 하다.

- 지난 3월 열린 포스코 주총에 참석해 인사 개입 문제를 추궁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이 지난 1월 갑자기 물러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회장이 포스코 CEO로서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만들었다. 연임까지는 몰라도 임기를 못 채우는 상황까지 간 것에는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는 우제창 민주당 의원이 이후 공개한 (인사 개입 의혹) 내용들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상황이다. 지금 경제개혁연대가 확보한 정보를 주총 당시에만 갖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단순히 주총에 참여해 주식 몇 주를 갖고 질의하고 답변하는 게 아니라 표대결을 염두에 둔 주총 참여를 했을 것이다. 외국인 주주가 40% 이상 되니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했더라면 외국계 주주들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의 문제에 외국계 주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나.

= 홍콩의 기관투자자들이 외압설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쪽 투자자들이 경제개혁연대가 의사록 열람을 요청한 배경에 대해 물어왔다. 그리고 주주의 당연한 권리인데 포스코가 왜 거부했는지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계속 지켜보겠다는 말을 전해왔다.

- 의사록 열람은 법적으로 가능한가.

= 상법 391조의 3 제3항과 393조의 2 제5항에 의거한 것이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는 상법 29조 1항에 의해 설치된 위원회로, 의사록은 상법 391조 3의 제3항과 392조 2 제5항에 의해 열람·등사 청구의 대상이 된다.

- 포스코에서 보내온 답변서 내용은 무엇인가.

= 포스코는 CEO후보추천위가 비공개 비상설 자문기구로 상법상 이사회가 아니어서 의사록도 주주의 열람·등사 청구 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또 이사회 의사록의 경우 안건과 결론 외에 특별한 게 없고 녹취도 별도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포스코 관계자를 통해 들으니 상당한 얘기들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포스코는 CEO 선임 과정에서 의사록을 공개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들어 난색을 표명해왔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얘기하면, 포스코 현 경영진이 지금 거론되는 정권 실세들과 뭔가 연루돼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법원 판결을 통해 결론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 앞으로 법적 절차는 어떻게 밟게 되나.

= 7월 초쯤 포스코 본사가 있는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과거의 비슷한 소송보다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주주권을 남용한다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소송을 하면 이겨야 하는 거니까 승소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 법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인사 개입 의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앞으로 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정권의 민간기업 인사 개입에 대해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다.

-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법원이 최소한 불편부당함, 공정성만 갖고 판결을 내린다면 너무나 당연하게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

- 왜 이같은 인사 개입 문제가 불거졌다고 보는가.

= 대선 캠프에서 도와준 인사들을 위한 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10년 만의 정권 교체여서 더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인사들을 위한 보상 수단으로 공기업은 물론 민영화된 기업들이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포스코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기반으로 선진형 지배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는데.

= 사실 그랬다. 그 때문에 포스코는 지금까지 경제개혁연대의 감시 대상 기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포스코 회장 교체 과정을 계기로 포스코의 여러 가지 측면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됐다. 그러다 보니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포스코 감시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현직 경영진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좀더 파헤쳐볼 계획이다.

- 포스코가 시장에서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국민기업으로 사랑받아온 포스코가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정권 실세들의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이 먼저 규명돼야 한다. 정부가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실세들이 더 이상 인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어젠다는 공공부문 선진화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크고 작은 의혹들이 불거지면 정부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인사 개입에서 협력업체 교체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이 반복된다면 국민의 신뢰도 얻지 못하게 된다.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의 개입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이런 의혹이 터져나오는 것 자체가 현 정부의 정당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포스코 역시 스스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경영진을 세워야 한다. 또 이런 경영진을 세우고 지원하는 일이 사외이사들의 과제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 집권세력이 과거처럼 재벌기업들을 상대로 불법자금을 거둬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공기업과 민영화된 기업들은 정치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되거나 집권 뒤 자리를 보장해주는 통로로 활용될 여지가 여전히 있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민영화된 기업인 KT에도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한다. 두 기업 모두 사업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과의 불투명한 거래가 상존해왔다. 이같은 문제를 약점으로 잡아 정치권에서 외압을 넣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한 활동을 벌일 것이다.

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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