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개인’이기에 가능한 불매운동

시민단체를 대신하는 필부의 ‘상식’ 저항,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의 김성균 대표에게 듣다
등록 2009-06-19 11:12 수정 2020-05-03 04:25

‘조직적 저항’의 반대말이 ‘원자 저항’이라면, 그 정점은 언론 영역이다.
지난해 조·중·동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쳤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은 “불매운동은 합법이지만, (대상 회사를 상대로) 위력을 행사한 점에서 업무방해”란 판결을 받았다. 일부 유죄다. 주저앉질 않는다. 노선을 틀었다. 지난 6월8일 한 제약회사를 ‘조·중·동에 편파적인 광고기업’으로 꼽고 불매운동을 예고했다. 조·중·동에만 광고를 싣고 등에는 광고를 내지 않는 기업이란 이유였다. 3시간여 뒤, 기업은 연락해왔다. 이튿날 새벽까지 ‘협상’을 했다. 6월9일 업체는 “편중 광고를 않겠다”고, 언소주는 불매운동 대상에서 철회한다고 밝힌다. 와 에는 6월11일 해당 기업의 광고가 실렸다.

돌아온 ‘언소주’는 더 강해졌다. 도덕논란까지도 무릅쓰며 저마다의 상식으로 저항한다. 김성균 대표의 “조·중·동의 기업 광고는 왜곡 보도를 후원하는 것”이라는 말은 논리를 넘는 신념이 됐다. 사진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돌아온 ‘언소주’는 더 강해졌다. 도덕논란까지도 무릅쓰며 저마다의 상식으로 저항한다. 김성균 대표의 “조·중·동의 기업 광고는 왜곡 보도를 후원하는 것”이라는 말은 논리를 넘는 신념이 됐다. 사진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논란이 폭발했다. 보수 신문은 물론, 언소주 지지세력 가운데서도 그 제약회사와의 협상을 비판하며 “(불매운동이) 의 광고영업이냐”고 등을 돌렸다. 언소주는 곧 조·중·동 광고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에만 치중하겠다며 이튿날 삼성을 두 번째 기업으로 선정했다.

“불매운동이 특정 신문 광고영업이냐”는 비판

이 현상은 ‘개인화된 저항’의 몇 가지 특징을 앞질러 관통한다. 법리 공방은 차라리 후순위다. 도덕 논란까지도 무릅쓰며 저마다의 ‘상식’으로 저항하는 모습이다. 일부 회원은 이에 반발하며 탈퇴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금씩 궤도를 수정·수렴해가며 더 크게 운집하고 있다.

김성균 언소주 대표를 인터뷰하기 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김유진 사무처장에게 왜 전통 시민단체가 불매운동을 하지 못하는지 물었다. “시민단체는 힘이 없으니까요. 하자 한대서 누가 했겠어요. 지금은 자발적으로 하는 거니까 가능한 겁니다.” 폭발하기 전까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시민 불복종의 힘이다.

<font color="#006699"> -결국 조·중·동을 겨냥하면서도, 기업 불매운동이 기업에만 피해를 줄 수도 있는데.</font>

“맞다. 고민이 많이 된다. 하지만 기업이 소비자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조·중·동에 대한 직접 불매운동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경품 제공 등) 불법을 자행해가면서까지 새 독자를 유치하는데,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적다. (지난해의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해) 올 초 1심 선고에서 유죄판결이 났을 때 단식농성을 했다. 이때부터 합법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치밀하게 준비했다.”

김 대표는 지난 6월8일 첫 번째 불매 기업을 선정하며 “기업 광고는 왜곡 보도를 후원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지난해부터 ‘왜 조·중·동이 아닌 광고주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냐’는 집요한 공격을 받으며 벼려온 이 답변은 이제 논리를 넘어, 그들의 신념·상식이 됐다. 언론권력의 재정 압박이란 목표는 같다. 수단이 달라졌다. 광고하지 마라, 가 아니라, 광고해라, 다.

<font color="#006699"> -첫 번째 기업과 협상하며 에 광고한다는 조건을 단 이유가 뭔가.</font>

“불매운동이 쉽지 않을 거라고 봤다. 논의 과정에서 이견도 있었지만, 당장 조·중·동 광고를 끊기보다 정론매체도 함께 키우는 게 현실적이라고 봤다. 광고 예산은 정해져 있다. 광고의 일부를 다른 곳에 돌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조·중·동에 대한 광고가 줄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실이 될진 알 수 없다. 해당 매체의 영향력 때문이다. 매체의 시장점유율에 비례해서 광고가 이뤄지지도 않는다. 기사와 광고가 거래되는 등 광고시장에서의 ‘매체력’은 다른 공식에 따르기도 한다. 또 전체 광고집행비가 커지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대목마다 ‘아군’끼리도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font color="#006699"> -협상 다음날, 와 에 광고가 실렸다. 비판이 많았다.</font>

“나도 6월10일 하루에만 200여 통의 전화와 휴대전화 문자를 받았다. 80%는 응원이었고, 20%는 항의였다. 한쪽은 에 광고 앵벌이를 해준다는 비판이었고, 다른 한쪽은 목표가 조·중·동에 대한 광고 중단인데, 협상 자체를 한 게 맞지 않다는 항의였다.”

“합의 내용은 아고리언이 결정할 것”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 에 광고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하더라도, 해당 언론사들은 광고를 받지 않는 게 모양새가 더 좋았을 것”이라며 “언론과 기업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그리 하는 게 더 당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font color="#006699"> -결국 조·중·동 광고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에만 치중하겠다고 방향을 수정했다. 첫 전략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것인가.</font>

“비판과 문제 제기가 분명히 있었다. 오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공감대를 더 넓히기 위해 선명하게 가자고 했다. 우리(언소주 운영진)가 생각한 것보다 회원들과 아고리언들(포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누리꾼)의 의지가 더 강했다. 그 강한 힘을 믿고 목표치를 수정하는 게 옳다고 본다.”

정세 판단과 전략을 중시하는 시민단체라면 이런 실수도, 이런 즉각적인 궤도 수정도 쉽지 않다. 이는 언소주가 ‘단체’가 아니라 ‘원자 저항의 집합’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회원이 계속 늘고 있다. 6월12일 하루만 4800여 명이 가입해 전체 회원은 6만 명을 코앞에 둔다. 더 많은 지지세력이 포털을 들락거린다. 김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조·중·동이 간접살인을 했다는 인식들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font color="#006699"> -삼성을 두 번째 불매운동 대상 기업으로 선정한 배경은 무엇인가.</font>

“조·중·동에만 광고하고 자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쓴 신문에는 광고를 하나도 주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의 성원이 뜨거워 생각보다 일찍 거론하게 된 것이다. 삼성은 쉽게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삼성과 어떤 합의가 이뤄질 거라면, 그건 언소주 회원, 그리고 아고리언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초기 언론 모니터링 운동은 1998년 의 최장집 교수 왜곡 보도를 거치며 안티조선 운동으로 확산됐다. 2000년대 전후로 구독 거부, 지식인 기고 거부 등 다양하게 확산됐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민언련 김유진 사무처장은 “매 국면에서 성공했느냐는 판단이 갈리지만 언론시민운동은 꾸준히 진화하면서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른 영역에서는 요구가 관철되고 제도화되면서 시민운동이 약화된 것과 확연히 다르다.

검찰, 언소주 수사 검토

여기서도 ‘개인’이 부각된다. 현재 광고불매 운동을 지지하는 ‘개인’들은, 의 친일이나 군사정권 부역 논란도 따지지 않는다. 애오라지 왜곡 보도만을 문제 삼는다. 이 때문에 개인의 ‘상식’ 잣대에 따른 다양한 저항이 표출된다는 분석이다. 그렇게 언론과 개인의 전선이 더 명확해진다.

김성균 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불매운동은 절대적으로 합법”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그게 무섭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1차 불매운동 대상 기업 선정이 보도된 날, 즉시 언소주에 대한 수사 검토 방침을 밝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