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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난 척해, 대신 야한 걸 입어”

등록 2007-09-07 00:00 수정 2020-05-03 04:25

‘위험한 캐릭터’ 킹콩걸 4명의 생존전략… “우리가 왜 미친년·독한년·저출산 주범이 된 거지?”

▣ 정리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여성성의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느끼고 고민하는 20대, 30대 여자들이 만났다.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알리고 분석하고 연기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시나리오 작가 고윤희(34· 등), 출판기획자 구모니카(34·M&K 대표), 기자 최지은(28), 개그우먼 강유미(25)가 주인공이다. 자기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받으며 ‘잘나가는’ 싱글 여성들이건만 “하루하루 주판알 튕긴다” “어떻게 남자에게 ‘팔릴까’ 머리 쥐어뜯는다” “생존을 위한 필살기를 연마한다” “그러다 꼭 ‘삑사리’ 낸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이 까놓고 말하는 솔직해서 위험하고 처절해서 친근한 ‘요즘 여자론’. 전문은 (www.hani.co.kr)에서 볼 수 있다.

30대가 되면 아줌마하고도 싸워야

구모니카(이하 구): 30대가 되니 아줌마들의 시선이 달라져요. 오늘 아침에도 사우나에서 나와 냉탕에 들어가는데 한 50대 아줌마가 “땀에 젖은 채 그냥 들어간다”고 시비를 거는 거야. 나는 분명 헹궜는데 무턱대고 화부터 내더라고. 골프장 가도 그래요. 수건을 쓰면 ‘내가 쓰던 거예요’라고 탁 낚아채. 한마디로 ‘내 남편 빼앗아갈지 모를 년’ 취급을 하는 거죠.

고윤희(이하 고): 음악회에 갔어요. 옆에 아줌마들이 좍 앉아 있었어요. 시작 직전에 친구랑 문자를 주고받았어요. 갑자기 진짜 뚱뚱한 아줌마가 “야, 너 나가. 어디서 배워먹은 예절이야. 쌍것이”라며 소리소리 지르는 거야. 내가 혼자고 돈까지 있어 보여서 대놓고 미워해. 20대는 제 짝 찾을 애들이니까 경계 대상이 아니야. 애 가진 30대 여자들도 그런 시비 안 당할걸?

구: 난 남편 돈 말고 내 돈 내고 골프 치는 사람이잖아. 거기서까지 미움받아야 하냐고. 암튼 아침에 그 아줌마가 계속 얼쩡대면서 째려보기에 ‘저, 몸 헹궜거든요’라고 크게 말했어요. 그런데 다 한편이야. 나 씻는 거 분명히 본 아줌마도 모른 척하는 거예요. 20대 때는 남자하고만 싸우는데, 30대 때는 남자에다 아줌마들하고도 싸워야 해.

고: 20대는 실수해도 용서가 돼. 배짱도 있어. 하지만 30대 중반이 되면 실수라는 게 용납이 안 돼.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온통 경쟁자밖에 없어. 무섭고 불안해.

구: 옹들의 대화를 봐. 바람을 피워도 30대랑은 안 피운대. 땅에 뭐라도 묻어놔야 덜 불안해. 그러니 수중의 돈은 20대보다 더 없어요. 겉으로는 사장이고 작가고 하지만 그걸 유지하려고 등골 빠지게 뛰는데, 일도 안 풀리고 아줌마들한테 째려봄 당하고 남자들에게 아웃당하고.

고: 남자들은 돈도 안 써. 우리가 써야 해.

구: 요새는 누가 밥값 내주면 자줘야 되나 싶다니까.

고: 심지어 돈 달라는 남자들도 있어. 내 통장에 얼마 들었는지 궁금해하고.

강유미(이하 강): (구씨와 고씨가 초반부터 ‘거품 무는 꼴’을 지켜보다가) 다 그렇지는 않지 않나요? 나이 있으면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던데.

고: 결혼 대상자로 진지하게 보느냐, 놀기 좋은 상대로 보느냐는 아주 다른 얘기죠.

구: 강유미씨는 얼마 전 엠넷 시상식에서 환상적인 무대 매너를 보였잖아요. 자기, 전략적으로 그런 거야?

강: 앉아 있는데 럼콕을 주더라고. 약간 취하기도 했고, 취해서 막 걸어가는데 거기 남자들이 호위하더라고요. 그래서 막 만지면서 걸어갔죠. 근데 시상대에 (슈퍼주니어의) 강인이 있더라고요. 확 당기더라고요. 그래서 뽀뽀하려고 했던 건데.

구: 당신,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고 싶다면 지금 굉장히 위험한 캐릭터를 보이고 있는 거야.

강: 동영상이 캡처당했어요. 그걸 보니, 아니다 싶긴 했어요. (절규하는 괴물 동작 지어보이며) 딱 이렇게 나온 거예요.

고윤희: 이젠 남성성을 연구해야 해. 남자들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빨리 나가서 사냥해야지, 농사라도 지어야지, 그런 책임감이 있었어. 근데 지금은 너도 같이 하라고 징징대잖아. 같이 하면, 이번엔 그래서 더 힘들대.

여자는 웃기면 안된다?

최지은(이하 최): ‘귀여워’에 세상 다 산 아저씨같이 구는 여자애를 연기하는 개그우먼 있잖아요. 김현정이라고. 인터뷰 때 “여성으로서 망가지는 역에 대한 갈등은 없냐”고 물었더니, “내가 망가졌었나요?”라고 반문하더라고요. 개그우먼이니까 사람들이 웃지 않으면 망가진 거지, 웃으면 망가진 게 아니다, 라고 생각한대요.

강: 저도 망가진다는 생각 안 해요. 최근에 클럽 갔는데 남자들이 전화번호 알려달라, 밥 한번 같이 먹자, 그러던걸요? 어, 나 같은 게 슬슬 먹히나, 그런 생각했죠.

고: 정신 차려. 유명인인데다 아직 젊어서 그런 거야. 얘(구모니카를 가리키며. 둘은 친구 사이다)가 술자리에서 개그맨처럼 웃겨요. 다들 배꼽 잡고 즐거워해. 그런 다음 남자들의 공통적인 충고가 있어. 여자는 웃기면 안 돼.

구: 내가 목청도 크잖아. 야, 멋있다, 너랑 있으면 인생이 즐겁다, 이래. 하지만 결정적일 때는 여자로 안 봐. 제 짝으로는 안 여겨.

고: 나도 나름 유머 있거든? 근데 남자들 앞에서는 쌩하게 있어. 절대 안 웃겨요. 그러면 먹히더라고. 물론 그러다 끝에 가선 ‘삑사리’지.

구: 현대판 칠거지악 중 하나가 유머야. 웃기는 건, 모임을 주도한다는 거거든.

최: 미팅 나가서 목젖 보이게 웃고 떠들면 애프터 절대 못 받아요. 대신 남자들 얘기에 잘 웃어주면 틀림없이 애프터가 오죠.

구: 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 안 어딘가에 잘못 교육받은 페미니즘이 둥지를 틀고 있는 거야. 당당하게 살자, 남자 없이도 혼자 잘 산다, 그랬는데 살아보면 균형감각도 있어야 하고 남자도 필요하더라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왜 센 척하고 살아온 거지? 어리둥절해. 누군가 네가 진정 여자가 되고 싶다면 금기할 단어가 있다며 몇 개 써주더라. 자지 이런 거. (좌중 폭소)

고: 얘가 요새 ‘자지론’도 쓰거든.

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성성, 하나도 안 바뀌었어요. 조선 여성이 아직도 주류 여성성이야. 이런 여성성을 갖지 못한 여자들이 늘어난 거지. 선택지는 두 개야. 주선 여성으로 살 거냐, 남자로 살 거냐

고: 모니카는 남자처럼 사는 방법을 택했는데 난 좀 달라. 비열하고 쩨쩨하지만 이쁘게 꾸미는 거야. 여성으로 어필해서 꼬여. 권력이 센 남자를 꼬여서 무너뜨리면 돼.

구: 난 그게 안 되는 사람이라니깐. 지금은 격변기야.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어.

고: 시나리오 쓰느라 페미니스트들을 만나고 다녔어. 오늘처럼 파인 옷 입으면 시선이 싸아 해. 반발심이 들더라. 다른 노선을 펴는 사람들을 배척한다는 느낌이 들었어. ‘자기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거 같아. 고윤희라는 나 자체도 페미니즘이야. 나를 지배하는 건 나야. 여성성으로 승부하고 얻어낼래, 이거거든. 우리나라는 제인 캠피언의 같은 영화를 못 만들어. 왜? 여자 감독들이 대부분 여성성 거부하고 창피해해. 그러면서 체제 의존적이야. 그러니 내로라하는 영화들도 남성의 세계관에 치우쳐 있어. 여자는 야하면 안 돼, 섹스 좋아하는 여자는 없어, 이거지. 심지어 창녀도 청순해.

구: 꼴리는 대로 사는 여자는, 존재 자체가 공공의 적이니깐.

구모니카: 난 남자 같은 걸 고수해. 내가 잘난 척 좋아하는 걸 어떡해. 대신 나의 생존은 최대한 몸이라도 여자처럼 보이게 하는 거지. 내가 떠들면 받아버리거나 죽여버리고 싶은 남자들도 있을 텐데, 짧은 치마가 보이거든.

매스컴의 이분법이 더 큰 문제

고: 이젠 남성성을 연구해야 해. 남자들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빨리 나가서 사냥해야지, 농사라도 지어야지, 그런 책임감이 있었어. 근데 지금은 너도 같이 하라고 징징대잖아. 같이 하면, 이번엔 그래서 더 힘들대. 기대고 누나라고 엉기고. 남성성 강한 드라마가 히트 치는 게 여자들이 대리만족을 하기 때문인 것 같아. 잃어버린 마초가 들어가 있다고 할까? 요새 마초들 이상하잖아. 쿨한 척하면서 책임은 안 져. 한마디로 재수가 없잖아.

구: 이게 다 엄마들이 저지른 일이야. 우리 또래 남자들을 그렇게 키웠잖아.

강: 여중 여고 다녔는데, 남자 역할 다 했어요. 여자 후배들이 꽃도 주고 그랬어요. 에 나오는 린다 해밀턴, 의 시거니 위버를 동경했죠. 새로운 여성상을 사회에 전파시킬 거야, 그러면서 날아다녔죠. 사회에 나오니까 이 캐릭터가 안 먹혀요. 팍팍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무대 밖에서는 다소곳하게 굴었어요. 좀 편해지려고. (좌중 웃음) 재미있는 건 그 순간부터 호감이 되는 거예요. 평소 개그맨실 같은 데서도 그래요. 남자 후배들이 웃기면 (과장된 표정으로) 하하하 웃어주기만 하면 돼요.

고: 어릴 땐 항상 숏커트에 화장 안 하고 다니고 말투도 거칠었어요. 방송작가 할 때도 그랬어요. 혼자 밤에 남아서 죽어라 일하고 싸우고 그랬지. 개편 때가 됐어요. 모든 PD들이 다 나랑 일하기 싫어하는 거야. 모델처럼 생기고 옷도 야시시하게 입고 대신 글은 졸라 못 쓰는 작가랑 일하려 하는 거야. 내가 야근하면 걔는 마사지 받고, 나는 피 터지게 원고 쓰는데 걔는 엎드려 자고 PD가 대신 써주고 그랬거든. 충격이었지. 그래서 영화계 와서는 화를 절대 안 내, 치마 입고.

구: 난 남자 같은 걸 고수해. 내가 잘난 척 좋아하는 걸 어떡해. 대신 나의 생존은 최대한 몸이라도 여자처럼 보이게 하는 거지. 내가 떠들면 받아버리거나 죽여버리고 싶은 남자들도 있을 텐데, 짧은 치마가 보이거든. 팬티가 보일랑 말랑. 그러니까 지들도 헷갈리는 거야. 나도 살려고 이러는 거야. 청바지 입고 팔뚝질하면서 똑같은 소리 하면 진짜 맞아죽을지 몰라.

강: 신인 때 남자 선배들이 딴 여자 개그맨들에게는 ‘오늘 이쁜데’ 그러고 저한테는 ‘넌 고개 돌리고 앉아 있어’ 해서, 열받아 개겼는데 더 심해지더라고요. 어느 날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며) 이렇게 했어요. 그랬더니 바뀌는 거야. 해마다 저 같은 후배들이 꼭 한 명씩 들어와요. 살짝 충고하죠. 눈물을 한 방울 찔끔 흘리면서 상처받은 척하라.

최: 케이블 방송에 나오는‘괴로운 미려씨’와 ‘막돼먹은 영애씨’는 안 예뻐서 무시당하는 걸로 쇼가 시작했잖아요. 미려씨는 자기를 고치고 영애씨는 맘대로 살아요.

고: 성형한 여자와 성형 안 한 여자를 비교할 게 아니라 성형한 여자와 성형한 남자를 비교해야 한다고 봐요. 사실 무슨 녀니, 무슨 걸이니 여자에게만 딱지를 붙이는데, 남자들이 더 항목이 많아. 남자들이 가부장적인 게 아니라 매스컴의 시선이 가부장적이야.

구: 남자는 외모지상주의, 여자는 황금만능주의로 이분화해. 하지만 여자도 외모지상주의 있거든? 난 남자 얼굴 따지는데? 현실에서는 경계가 없어지는데 할아버지, 아저씨들이 높은 자리에 있어서 그런지 매스컴은 이분법을 고수해. 질서에 맞추려면 내가 바뀌어야 하는데, 어쨌든 나는 그게 안 되니까, 어린 남자애들 바꿀 궁리에 몰두해.

고: (구모니카를 향해) 너는 네가 사장이잖아. 나는 고용되는 사람이고. 비겁해도 할 수 없어.

최지은: 30대 언니들이 일 잘하면서도, 백마 탄 왕자님 기다리는 걸 드러내요. 짜증나요. 한 가지만 하지, 왜 저러나. 저렇게 안되려면 대충 일찍 결혼해야겠다, 그런 생각도 해요.

혼자야, 그래서 무서워, 무서워서 용감해져

최: 대학 졸업 전부터 일을 했는데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이 뭐고, 그게 나한테는 안 맞다는 걸 알게 됐어요. PD-작가, 의사-간호사, 임원-비서같이 남녀로 상하관계인 일이 있잖아요. 한창 일할 땐 얌전한 아가씨로 지내는 게 나쁘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웬 아저씨가 담배를 피울 때마다 옆자리 두더니 급기야 손목을 잡는 거예요. 와, 그만해야겠다 깨달았죠. 성폭력이 기본적으로는 생기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다. 그래서 전직했어요.

구: 여자들 많으면 편하겠다. 성질 내고 욕하고 무뚝뚝하게 굴어도 누가 뭐라 안 하고.

최: 일반 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회사에서는 성질 죽이고 얌전한 옷 입은 아가씨 콘셉트로 살아야 한다고 하고, 결혼한 친구는 결혼은 보험 같은 거라고 해요. 한 30년 시간과 노력을 바치면 이후에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거죠. 저는 둘 다 안 맞는 사람 같아요.

고: 20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이야. 겨우 지났어. 짠, 이번에는 망망대해에 뗏목 하나 떠 있는 거야. 숨 막히거나 질식하진 않는데, 혼자 노 저어야 하는 거지.

구: 30대는 모 아니면 도야. 가끔 괴로우면, 우씨, 이러다 혼자 죽어버리면 되지, 그래.

고: 어차피 남편도 없고 애도 없고 부모도 더 이상 신경 안 써. 나 혼자야. 그래서 무서워. 무서워서 용감해져.

최: 결의 있는 언니들이 멋있어요.

고: 그 결의 데리고 살려고 생각해봐라.

최: 30대 언니들이 일 잘하면서도, 백마 탄 왕자님 기다리는 걸 드러내요. 짜증나요. 한 가지만 하지, 왜 저러나. 저렇게 안 되려면 대충 일찍 결혼해야겠다, 그런 생각도 해요.

구: 지난해까지 남자 없이 못 살 것 같았어요. 주변의 검은 물들을 싹 수용했어. 물은 물이니까 뭐라도 마시고 생존하자. 가끔 흙탕물 지우면 썩 괜찮은 놈들도 보여. 급해져. 막 닦달해. 같이 살 거야, 말 거야. 그러면 다들 뒷걸음질치거나 도망쳐. 아무 물이나 마시니까 배탈이 나더라고. 노선을 바꿨어. 혼자 지내자. 딱 신념이 생겨. 아, 난 여자가 아니구나.

고: 나는 아예 포기하고, 아파트 경비 아저씨한테까지 유부녀 행세해. 그게 편해. 예전엔 조바심 나니까 불안과 우울이 많았어요. 지금은 일에 집중도 잘되고 귀찮은 일도 없어서 좋아.

구: 우리가 누구야.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구호 듣고 자랐잖아. 그런데 정작 나이 드니까 그 잘 키운 딸을 열 아들 중 아무 놈에게 시집보내려고 안달이야.

고: 선진 사회의 귀염둥이였던 우리가, 왜 저런 독한 년들, 미친 년들, 저출산의 주범인 년들이 된 거지?

최: 남자들은 20대 초반 귀엽고 예쁘고 맹한 애들만 좋아해요. 근데 사실 저도 까다롭고 똑똑한 남자보다 예쁘고 맹한 남자애들이 좋아. 남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나 자신이 싫어요.

강유미: 여중 여고 다녔는데, 남자 역할 다 했어요. 여자 후배들이 꽃도 주고 그랬어요. 새로운 여성상을 사회에 전파할 거야, 그러면서 날아다녔죠. 사회에 나오니까 이 캐릭터가 안 먹혀요. 그래서 무대 밖에서는 다소곳하게 굴었어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랑의 정의해야

구: 두 살 많은 어떤 남자가 올해 운세에 돈이 많이 들어온대. 그래서 “우아, 나랑 결혼하자” 했거든? 그랬더니 “20대랑 하지 왜 너랑 하냐”는 거야. 그 말 들으면서 내가 “그러게” 맞장구치고 앉아 있는 거야. 우리 세대가 연애는 되는데 사랑이 잘 안 돼. 사랑하면 희생해야 해. 그걸 못하잖아요. 마음보다 조건을 먼저 따지잖아. 하지만 이런 사랑도 사랑이야.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랑을 정의해야 해. 내 길을 선택해서 맞는 남자 없으면 혼자 살고 입양하고, 정자은행 통해 애 낳고.

고: 과거의 낭만적 사랑을 강요하지 말아야 해. 싸가지 없는 남자 때문에 동동거리고 사는 여자들 얼마나 많아?

최: 남자를 그렇게 만든 것도 여자 아닐까? 드라마 에서 배종옥이 김상중한테 했던 게 그거잖아요. 밥 안 차려줬더니 애까지 굶겨서 그 뒤로 밥 차려주느라 외출 안 했잖아요. 내버려뒀어야지. 몇 끼 굶는다고 사람이 죽나?

고: 예전에는 그런 캐릭터 싫어했어요. 지금은 이해돼요. 그녀의 정체성이 희생, 봉사인 거야.

구: 그녀의 ‘잡’인 거야. 나는 자기연민이 가장 큰 적인 것 같아. 나도 가끔 나를 보고 깜짝 놀라. 욕 잘하고 아저씨가 더러운 농담하면 더 센 농담하고. 뭐 어쩌겠어. 그게 지금의 난걸. 이 모든 게 뭔가 음모라는 생각도 들지만 각자 자기 살길 잘 찾을 거란 믿음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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