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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2세들이 나서야”

등록 2007-03-09 00:00 수정 2020-05-03 04:24

조선인 전범 유족 모임 ‘동진회’ 한국지부 대표 강도원씨…“한국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일본을 압박하는 활동 펼치겠다”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일본의 조선인 B·C급 전범들은 출소 이후 ‘동진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일본 사회를 상대로 치열한 투쟁을 벌여왔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의 상황은 달랐다. 자신들을 ‘친일파’로 낙인찍는 주변의 시선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강도원(69)씨는 “그렇지만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모임 결성을 주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영국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1946년 11월22일 교수된 조선인 포로감시원 강태협의 아들이다. 한국인 B·C급 전범 유족 18명은 2월25일 서울역 신청사의 레스토랑 ‘트레인스’에서 동진회 한국지부 창립 총회를 열고 B·C급 전범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보상을 요구하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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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단단한 ‘친일파’의 굴레

동진회 한국지부가 결성된 것은 일본 동진회가 만들어진 지 5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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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을 안다. 지난해 5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아버지들을 ‘일제의 강제동원 정책에 의한 피해자’라고 인정한 것이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됐다. 일본에 남은 B·C급 전범과 달리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친일파’라는 비난이 두려워 대외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진상규명위원회에 피해를 접수한 88명의 B·C급 전범 출신 가운데 18명이 유족회 창설에 동의했다. 하나도 좋고 둘도 좋고 일단 시작하자는 생각이었다. (가입률이 낮은 것은 B·C급 전범이란 굴레가 여전히 살아 있는 1세대들과 유족들을 옥죄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 한국에 살아 있는 B·C급 전범 1세대들과의 인터뷰를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있는가.

=내가 1938년생이고, 아버지가 떠난 것은 1942년이다. 중간에 한 번 다니러 온 것 같은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데 확실치 않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싱가포르에서 사형 집행이 됐다는 통보가 오긴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할아버지께서 “이제 너도 알아야 한다”며 모든 얘기를 들려주셨다.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경험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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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충남 예산이었는데, 머슴을 둘이나 둘 정도로 잘사는 편이었다. 다행히 마을 사람들 모두 아버지가 일제에 의해 반강제로 끌려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친일파로 핍박받았다고 들었다. (대부분의 전범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네덜란드 전범재판에서 14년4개월의 형을 받은 박윤상의 부인은 주위의 핍박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고, 많은 사람들이 출소 뒤 고국으로 돌아온 남편 또는 아들과 같이 살기 위해 고향을 등져야 했다.)

일본 국회가 나서야 해결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조선인 B·C급 전범 문제는 일본 국회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99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B·C급 전범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일본 국회는 8년째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데, 유족회는 한국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일본을 압박하는 활동을 펼치겠다. 우리 정부도 B·C급 전범이 받은 피해에 대해서는 국적에 관계없이 일본 정부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요청해나가겠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한-일 간에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1세들은 대부분 숨졌거나 연로해 거동이 불편하다. 지금부터라도 2세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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