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파업 때 건설노동자들 요구에 귀기울이는 모습 찾아보기 힘들어… 민영화 이후 하도급 업체의 도급액 줄여 저임금 초래하는 게 책임경영일까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포스코는 최근 미국 다우존스와 스위스 샘(SAM)사가 전세계 25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철강부문 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JSI)기업’에 올랐다. 포스코 쪽은 “2년 연속 지속가능성 지수기업으로 선정됨으로써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더 높은 신뢰와 지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2004년 ‘경제정의기업대상’(경실련),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철강부문 1위’()에 선정됐고, 2005년 청와대에서 ‘중소기업 협력대상’을 받았다. 포스코는 ‘2005 (포스코)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강한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가자”고 선언했다. 포스코가 글로벌 경쟁력과 높은 수익성을 갖춘 ‘강한 기업’임이 틀림없다. 또 사회공헌 활동비로 2004년 1086억원, 2005년 808억원 등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그런데 포스코의 ‘사회적 책임 경영’이란 맥락에서 이번 포항 건설노동자 파업 사태를 한번 바라보자.
전국 평균 임금보다 한참 떨어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광표 부소장은 “몇십억, 몇백억의 사회공헌 기부금이나 수백, 수천 쪽짜리 지속가능 경영보고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노동자, 지역주민,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의사소통이다.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주장하는지 차분히 들어보고 대화하는 데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출발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규모와 산업 특성상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포스코는 일찍부터 공급사와 외주 파트너사 지원제도를 도입해 이들과 동반 성장해왔다”며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만 국한할 경우 포스코에 수십 년간 기여해온 건설노동자들의 요구에 귀기울이고 대화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포스코의 인건비를 보자. 한국노동연구원이 2004년 펴낸 ‘효율적인 노사관계 정립 방안’이라는 포스코 노사관계 관련 문건을 보면, 포스코는 최근 몇 년간 인건비 비중이 감소하는 가운데 경상이익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또 안정적인 수익 구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외주화를 추구하고, 반면 원·하청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을 겪고 있다. 노동연구원은 “(이런 점이) 포스코의 원·하청사와 소속 근로자들이 포스코의 수익을 향유하려는 요구가 증대될 수 있는 배경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플랜트기계 설치공 임금은 2003년 9월에 전국이 8만7천원인데 포항은 7만8천원에 그쳤다. 이런 저임금 때문에 포항 지역 건설노동자들은 2004년에도 한 달 넘게 격렬한 파업을 벌였다. 건설산업노조연맹 최명선 정책실장은 “2000년 포스코 민영화 이후 포항 지역 임금이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2004년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니까 전문 건설업체 사장들마다 ‘포스코에서 내려오는 단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임금 인상 요구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고 전했다.
왜 사업장 역학조사를 기피했나
공사비 측면에서 보면 2004년 당시 포스코는 원청인 포스코건설에 도급을 줄 때 설계가의 78%를 일률적으로 적용했다. 포스코가 민영화되기 전인 1998년 이전에는 설계가의 95%선에서 발주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일반기계류 0.5t 이하 공사의 발주금액은 1995년 93만1천원에서 2003년 67만8천원으로 떨어졌다. 이런 저가 하도급은 포스코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의 저임금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도급을 받은 포스코건설의 실행예산은 도급액의 76% 수준에서 편성되는데, “이는 공사의 난이도, 자재비 등 현실적인 공사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공사현장에서 하도급 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노동연구원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사실 건설공사 현장의 노사관계는 단순히 노사관계만이 아니라 원·하청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하청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도 원청이 나서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렵다. 원청의 법리적 사용자성 문제로 들어가면 복잡해지기만 할 뿐이다. 이와 관련해 이 보고서는 △포스코 내 설비투자계획실이 주도적으로 (협력업체의) 노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구택 회장은 ‘2005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작업장 및 인근 지역의 안전과 보건활동은 기업의 기본적 책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서울대학 보건대 백도명 교수팀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포스코 광양제철소 작업현장에서 직접 측정한 코크스로의 집진기 주변 작업장 유해물질 방출물 농도가 0.8㎎/㎡ 수준으로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의 허용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양제철소에서는 협력업체 일용직으로 일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들의 사례가 올해 5월까지 몇 차례 보고된 바 있다. 백도명 교수팀 쪽은 “백 교수가 광양제철소 역학조사에 나설 당시 포스코 쪽이 역학조사를 위한 사업장 출입을 기피했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때처럼 미리 포스코 쪽에 공문을 보내거나 전화 통보를 하지 않고 불시에 광양제철소에 내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고용 인력도 줄어
민주노총 쪽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광양제철소의 직업성 질환 역학조사 실시를 요구했지만, 포스코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노동부 등 관계기관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가 올해 들어 결국 역학조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번 역학조사 수행기관으로 지정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김규상 소장은 “광양제철소의 경우 정규직은 정기적으로 작업환경 영향평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협력업체 비정규직과 일용직 등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안전과 보건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으로서 이는 모든 포스코 직원은 물론 작업장 내의 외주 파트너사 직원에게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광양제철소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안전과 보건에서 배제돼왔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안에는 ㅅ산업, ㄱ기업, ㅅ산업 등 3개의 전남도 지정 포스코 협력업체가 있다. 광양제철소 건설 당시 포스코가 이 지역 노동자를 많이 고용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도록 도가 지정한 업체들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포스코가 공장 합리화를 하면서, 특히 2000년에 민영화된 뒤로 주주 이윤 창출에 신경을 쓰면서 불필요한 요인들을 줄였는데, 이에 따라 3개 업체마다 포스코 고용 인력이 90년대 후반에 비해 5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조 광양지역지회 정용식 지회장은 “광양제철소의 공장은 계속 늘고 제철소의 수익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민영화 이후 도 지정업체는 일감이 줄고 고용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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