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이 9월 정기국회에서 발의할 ‘성전환자 특례법’은 무엇인가… 논란이 된 ‘외부 성기 성형’ 전제 안해… ‘혼인관계 우선 해소’ 등 쟁점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노회찬 의원이 9월 정기국회에서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 및 개명에 관한 특례법’(성전환자 특례법)을 발의한다. 성전환자 특례법 제정은 대법원의 요청을 수용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 6월22일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을 허가하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호적 정정과 함께 바뀐 성에 맞도록 개명도 허가했다.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연예인인 하리수씨가 2002년 호적 정정 허가를 인천지법에서 받아 주민번호 앞자리는 ‘1’에서 ‘2’로 바뀌었고, 이름도 이경엽에서 이경은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 정정은 법원과 판사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또 호적 적정 허가를 받으려면 상당한 소송 비용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대법원은 판결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허가를 찬성한 대법관은 7명, 반대는 2명이었는데 찬반 모두 “성전환자에 대한 구제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법”이라며 입법을 촉구했다. 앞서 2002년 김홍신 전 의원이 ‘성전환자 성별 변경 등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생식능력 없다” 판정되면 변경 가능
대법원의 호적 정정 판결은 성소수자 단체의 환영을 받았지만, 비판도 면치 못했다.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성전환 수술을 받아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추고”라고 호적 정정의 요건을 명시했다. 민주노동당 성수소자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성전환자 성별 변경 관련 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공동연대)는 “외부 성기의 성형까지 요구하는 것은 성기 수술에 드는 막대한 비용 부담과 수술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성전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판단”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노회찬 의원의 ‘성전환자 특례법’은 공동연대의 비판을 수용했다. 특례법은 성별 정정을 신청하는 조건으로 ‘외부 성기 성형’을 전제하지 않는다. 특례법의 2조는 성전환자를 “상대 성징을 얻기 위해 의학적 조치를 받고 있거나 받은 자”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3조에서는 성별 정정을 할 자격 요건으로 “정신과 의사 1인을 포함한 의사 2인 이상이 성전환자임을 인정할 것”과 더불어 “생식이 없을 것”이라고 규정했다. ‘의학적 조치’를 받고 있으면서 ‘생식능력이 없는 사람’이면 성별 정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꼭 상대 성으로 ‘성기 성형’을 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도 호적 정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석된다.
트랜스젠더가 성전환을 하는 과정은 거칠게 성 동일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 판정을 받는 단계, 호르몬을 투여하는 단계, 외부 성형을 하는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외부 성형은 다시 가슴 성형, 성기 제거, 성기 재건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특례법은 “생식능력이 없을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성기 성형을 하지 않더라도 의사 2인이 “생식능력이 없다”고 판정하면 성별 변경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호르몬 투여만 했을 때, 생식 기능을 잃느냐 아니냐는 의학계에서도 정리된 의견이 없어 논쟁의 여지가 남는다. 만약 대법원 판결처럼 ‘성기 성형’까지 성별 변경의 조건으로 삼는다면,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자(FTM·Female to Male Transgender)들은 특례법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FTM 트랜스젠더의 성기 성형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자(MTF·Male to Female Transgender)에 견줘 의료적으로 아직 완벽하지 못하고 수술이 위험할 뿐 아니라 수천만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성별 변경의 법적 보장에 찬성하는 의원 중에서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성별 변경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최현숙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공동연대 운영위원장)은 “주민번호 때문에 취업이 어려운 트랜스젠더가 수술비를 벌기란 어렵다”며 “외부 성기 성형까지 마친 트랜스젠더에게만 성별 변경을 허용하는 것은 계급차별”이라고 말했다. ‘성기 성형’까지 전제할 경우, 유전 변경 무전 무변경의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성전환을 할 경우…
8월21일 국회에서 열린 특례법 공청회에서는 혼인관계도 쟁점이었다. 특례법 3조4항은 “혼인관계에 있지 않을 것”을 성별 변경의 요건으로 명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특례법을 해설한 윤현식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법제실 활동가는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행 법체계로 인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혼인 중인 사람의 성별 변경을 허용하면 동성혼이 성립돼버려서 법률상 충돌이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혼자가 성별 정정을 하려면 혼인관계를 해소하고 성별 정정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이 조항이 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현아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는 공청회 토론문에서 “트랜스젠더 중에는 혼인관계 때문에 호르몬 시술, 성기 제거 같은 절차를 밟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혼인 해소를 전제로 하기보다는 사후적으로 혼인이 해소되게 하는 유연한 규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의 통념 때문에 혼인으로 내몰리고, 혼인 때문에 성별 정정을 받지 못하는 이중의 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별 변경을 허용하는 상당수 나라가 미혼의 조건을 두고 있으나 이탈리아, 터키 등은 성별 정정 판결로 혼인이 해소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만약 자녀가 있는 트랜스젠더가 성별 변경을 했을 때, 바뀐 성별에 따른 호적상 신분 정리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 특례법은 5조를 통해 ‘장래효’를 규정하고 있다. 성별 변경이 이뤄진 이후부터 바뀐 성으로 권리와 의무를 지는 것이다. 예컨대 자녀를 두고 있는 트랜스젠더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 변경을 했을 경우, 당초 자녀의 호적에 ‘아버지’로 기재된 내용은 바뀌지 않고, 아버지의 성을 따른 자녀의 성도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이전의 호적에는 성별 변경의 흔적이 남아 불이익을 당할 소지가 있었지만, 새로 바뀌는 신분제하에서는 성별 변경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사생활이 보호된다. 최현숙 위원장은 “다만 학적부처럼 사기관에서 발행하는 서류의 성별 정정을 강제할 근거는 없어 우려가 남는다”고 설명했다.
“시술 원하는 트랜스젠더들을 위한 법안”
특례법 공청회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영률 국가발전 기독연구원장은 공청회 토론문에서 “예를 들어 이성인 줄 알고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동성이었다는 황당한 사건(처럼)… 성전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겪게 될 또 다른 인권과 법적 보호의 문제”를 우려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성전환자의 행복추구권에 기반한 호적 정정이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는다고 해설했다. 급진적인 관점에서 특례법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변혜정 이화연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공청회 토론문에서 “법안이 정의하는 성전환자는 수많은 전환자 중에서 ‘일부분’만을 지시한다”고 지적했다. 특례법의 성전환자 정의가 의료적 시술을 원하지 않는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젠더 이원론의 잉여적 현상을 가시화하는 정치적 개념”인 트랜스젠더를 의료의 기준에 가둬버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현숙 위원장은 “굳이 구분하자면 트랜스젠더 중에서 의료적 시술을 통해 성전환을 원하는 트랜스섹슈얼을 위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률 원장은 ‘시기상조론’도 제기했다. 하지만 스웨덴은 1972년, 독일은 80년, 네덜란드는 85년, 일본은 2002년에 이미 성별 변경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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