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자녀 꾸준히 늘어나며 일선 학교들의 다문화교육 절실… 한-일간 이슈에 심난한 아이들, 역사의 진실 이야기하면 마음 열려
▣ 조은경 전주 근영중학교 교사·국제이해교육 교사모임 ‘너나울’ 회원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체 학생 대비 0.1%에 불과한 국제결혼 가정 자녀가 앞으로 7년 뒤에는 전체 초등학생의 10%, 농어촌 지역에서는 초등학생의 30~40%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여성과의 국제결혼 추세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초등학생들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국에서 중·고등학교에 진학한다면 국제결혼 자녀의 중·고등생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언어와 차별의 이중장벽
국제결혼 가정 자녀의 급증은 정규학교 교육현장에서 낯선 문화의 혼재가 일상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외국의 문화를 통칭해 ‘다문화’라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낯선 문화’가 현실을 정확하게 표착한 표현이다.
별도의 조치가 없는 한 앞으로도 ‘낯선 문화’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학생들, 그리고 낯선 문화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에게 다문화를 이해시키는 것은 큰 과제다.
국제결혼 가정 자녀들이 학교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한국어를 동급생에 비해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점이다. 언어발달 지체에 따라 독해·어휘력·쓰기·작문 능력이 취약하고 전체적인 학습 능력이 높지 않다. 언어의 문제는 외국인인 어머니의 미숙한 한국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제결혼 가정 자녀 중 어머니가 외국인인 경우는 전체의 83.7%에 달한다. 언어 습득이 가족,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발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예견된 결과다.
다른 하나는 우리 사회의 순혈주의가 학교 현장에도 그대로 투영돼 국제결혼 가정 자녀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상존하는 구조다.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은 편견과 차별은 외국인을 부모로 둔 학생들의 어려움뿐 아니라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학생들에 대한 세계 시민으로서 보편적 교육 실패로도 해석된다. 이 두 가지는 국제결혼 가정 자녀들의 학교 부적응과 상급 학교 진학의 어려움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는 국제결혼 다문화가정 자녀교육지원정책을 계획·실행하고 있다. 지원정책의 목적과 기대효과는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인권 보호와 사회 통합, 사회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학생의 교육 소외 방지, 다문화가정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사회환경 조성, 다문화 가정 학부모와 자녀를 다문화 전파자와 글로벌 인적 자원으로서의 육성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유관부처·기관 간 협조를 통한 패키지 정책 수립과 추진, 지역사회의 다문화 가정 지원협력 체계 구축, 학교의 다문화 가정 자녀 지원 기능 강화,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을 위한 교사 역량 강화, 교육 과정 및 교과서에 다문화 교육 요소 반영 등을 내놓았다.
방과 후 프로그램, 전담교사 지정, 동급생 1대1 결연, 교원 연수시 다문화이해 교육 포함 권장, 상담자료 제작과 배포, 교사 대상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 연수 강화 등의 사업이 학교에 언제 뿌리내릴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런 사업이 추진된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특히 교과서와 교육 과정에서 민족·문화적 배타성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는 평가받을 만하다. 차별의 근저에 자리한 순혈주의의 부작용을 정규 교과과정을 통해 제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한일관계에 긍정적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국제결혼 가정의 학생은 없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다른 문화를 어떻게 이해시킬지에 대한 교육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나는 사회(역사) 교과와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에 국제이해 교육을 담당하고 있어 시간 나는 대로 다문화에 대해 학생들과 대화를 한다. 대화와 교육의 전제는 무엇보다 인권의 소중함을 자각하는 일이다.
그런데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피부색, 언어, 역사, 문화가 다르다고 인권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가 감정의 영역에선 썩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기성세대에 비해 ‘다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유연하기는 하지만, ‘다름’을 전혀 불편하지 않게 수용하지는 못한다. 더욱이 ‘다름’의 수용 여부가 외국·외국인의 경제력과 언어에 따라 차별적인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학생들과 문화적 상대주의와 역사적 진실에 대해 더 자주 이야기한다.
전주에 살고 있는 호나미씨는 10년 전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해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일본인이다. 호나미씨는 초등학생 딸이 학교에서 별다른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느끼는 편이지만 독도 등 영토 문제나 신사참배 같은 사안이 이슈화될 때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들려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한-일 관계를 ‘서로 돕는 관계’라고 응답한 학생이 78%, ‘상관하지 않는 관계’라고 응답한 학생은 22%라고 일러줬다. 현재 일본에 대한 느낌은 ‘그저 그렇다’가 53%, ‘나쁘다’가 34%, ‘좋다’가 13%라는 사실도 알려줬다. 호나미씨가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학생들이 미래의 한-일 관계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와 올해 3월에는 일본 요코하마의 중학교 교사 스즈키씨와 공동수업을 진행했다. ‘한국을 사랑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를 주제로 수업을 했다. 한창 독도 문제로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참 진지했고 몇몇 학생들의 생각은 변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단지 아사카와 다쿠미가 한국을 사랑한 사실을 알았다고 일본인에 대한 생각이 변화한 것일까? 아니다. 아사카와 다쿠미가 한국뿐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애정을 지녔다는 사실이 학생들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역사의 진실을 이야기하면 학생들의 마음이 열린다. 다문화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바로 이런 것이다.
교육받은 학생은 확실히 다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는 ‘국제이해교육’ 교사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사 연수를 통해 만들어진 모임이 ‘너나울-너, 나 그리고 우리’다. ‘너나울’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다문화의 이해와 관련한 수업 사례, 연구 내용을 주고받는다. 이 모임에서 모든 교사들이 공감하는 점은 타인과 다른 문화에 대해 한 번이라도 교육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낯선’이 ‘다른’으로, 그리고 ‘상생’으로 이해되고 느껴지는 날을 위해 교육계의 노력이 사회의 다른 영역보다 한 걸음 앞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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