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주의자는 어떻게 채식을 하게 되었나…비폭력적 삶을 고민하면 가야할 길… 생명을 죽이지 않으면 숨 쉴 수 없는 인간이 가능한 무해하게 사는 현실적 방법
▣ 최정민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내가 채식가가 된 것은 2003년 5월이다. 대부분의 채식가들과 같이 나 또한 채식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유혹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본래 미식가이거나 식탐이 많지 않았던 관계로 그냥저냥 지금까지 그 끈을 유지하고 있다.
병역거부운동을 통해 채식을 배우다
나는 채식가가 되기 이전부터 육식을 지양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나 지구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주위에 이미 이러한 생활방식을 실천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고 생태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빈곤, 차별, 전쟁 등과 육식문화의 관련성을 들은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 고기와 생선을 먹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선뜻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3년 5월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 행사에 참가하여 2주 동안 반강제(?)로 채식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고기와 생선에 영영 이별을 고하게 됐다. 그 곳에선 고기와 생선은커녕 계란이나 유제품조차 먹지 못했지만 외국의 낯선 음식들을 맛보는데 정신이 팔려서 힘들다는 생각은 못해봤다. 오히려 유제품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도 예술적인 맛을 선사했던 완전채식용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의 맛에 매료돼 채식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이들의 갖가지 노력과 상상력에 많은 호기심을 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채식을 실천하게 된 시점은 병역거부운동을 하면서 그전까지 어렴풋하게 인식하고 있던 평화주의와 비폭력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접한 시기와도 겹친다. 전쟁과 전쟁을 야기하는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평화주의 신념은 국가적·사회구조적 측면의 변화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전쟁과 기타 폭력적 상황에 가담하지 않고 비폭력적인 실천을 할 것을 강조한다. 또 평화는 부정의와 압제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과정과 경향이라 보기 때문에 인간의 선한 본성과 삶 자체를 믿으며 이에 호소한다. 그래서 평화주의자들은 전쟁을 가능케 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저항함과 동시에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떠한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고민하고 성찰한다.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는 이러한 평화주의자들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평화주의를 신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나 또한 혹시 내가 알게 모르게 이런 행위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게 됐고 이를 인식한 뒤에는 그런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려 노력했다. 2004년 봄엔 자전거도 한 대 마련해 굴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주위에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있어 그리 괴롭지 않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목적만큼이나 과정과 수단에 주목
흔히 평화주의자들을 대책 없는 이상주의자들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비폭력적 방법을 선호하는 이들의 투쟁에 대해서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면 ‘식물을 먹는 것은 괜찮냐’고 채식가들에게 되묻는 경우도 비슷한 사례다. 우리는 어떠한 생명도 죽이지 않고 1분 1초도 숨을 쉴 수 없다. 완전무결한 근본적 채식주의는 죽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이 지구에서 가능하면 무해하게 살다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평화주의자들, 채식가들이야말로 누구보다 현실주의자들이라 할 수 있다. 목적이나 결과만큼이나 그에 이르는 과정과 수단에 주목하는 평화주의자들이 육식을 멀리하는 삶을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고 평화가 바로 길”(A. J. Muste)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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