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과학 분야 미래 예측… 정보기술에 기반한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공생적 인간’…우주탐사 일정대로라면 달나라에 위성도시 들어서, 나노기술은 소재혁명을 이끈다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1950년대 중반 일단의 사람들은 몇 년 안에 새로운 물체가 하늘에 나타날 것을 예측했다. 이 물체는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잘 관찰하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희미한 우주공간의 새를 보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보았다. 하늘을 도는 작은 물체는 바로 사람이 금속으로 만든 ‘인공위성’이었다. 미국은 1956년을 맞아 국제지구물리관측년(1957~58)에 쏘아올릴 위성의 밑그림을 종잇조각에 그리고 있었지만 러시아는 1957년 10월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시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우주는 위성 찌꺼기에 몸살을 앓으면서도 지구촌의 정보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여전히 우주만큼 정복자의 야망을 채워주기에 맞춤한 대상은 없다. 미국은 우주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며 2010년까지 차세대 우주탐사선을 개발해 2020년 무렵 달에 다시 인간을 보내 우주인이 머물 수 있는 영구기지를 건설하려고 한다. 우주 식민지를 세우려는 것이다. 이 기지가 실현된다면 2050년 무렵에 일정 규모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위성도시를 떠올릴 수도 있다. 달나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지구촌의 우주 여행객을 초대해 집들이를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우주 여행객은 셔틀을 타고 우주 호텔에 들러 무중력의 상태를 체험한다. 이런 경험은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모험가들의 몫이 될 것이다.
‘만물의 이론’ 마침내 규명되나
그곳에 우주가 있어도 발을 내딛기까지 풀어야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여러 행성에서 다양한 광물질이나 가스를 추출하는 로봇을 개발해 장기간의 우주 여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예컨대 달에서는 산소를 채취해 로켓의 연료로 활용하고, 고주파 레이저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되면서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되는 컴퓨터는 필수적이다. 우주 정복의 야망이 커지면서 우주 공간의 소유와 혼잡을 조정하는 게 국제적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어쩌면 1950년대 후반부터 끊임없이 우주로 날아가 쓰레기가 되어버린 물체들이 우주공간을 오염시키면서 우주 경제개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20세기 과학은 플라스틱과 트랜지스터, 레이저 등을 통해 놀라운 성취를 보여주었다. 불과 50여 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이 현실화된 것은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생각의 혁명을 주도한 때문이었다. 이로부터 원자와 쿼크, 뉴트리노 등 극미세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면서 각종 소재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중력을 기술하는 상대성 이론과 미시세계의 법칙인 양자역학을 통일하는 ‘만물의 이론’이 규명될 것이다. 예컨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공동원자핵연구소에서 초대칭 이론을 규명해 우주의 모든 힘과 상호 작용을 단일한 법칙으로 설명하게 되는 식이다.
이런 근본 법칙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인간의 의식을 확장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우주로 향하는 발걸음에 생기를 더할 것이고 비선형적 카오스 이론을 통해 혼돈마저 응용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다. 20세기 후반부터 가전제품 개발은 퍼지에서 뉴로퍼지, 카오스 단계로 넘어서기 시작했다. 카오스의 응용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면서 각각의 사물에 특성을 살리는 제품들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자연현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장기 기후예측이 가능해져 대규모 재앙을 피할 수 있다. 대규모 전염병의 발병 경로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 의료 분야에까지 적용하게 된다.
생물학적 진화에서 벗어나다0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분자생물학은 대표적인 복잡계인 우리 몸을 더 이상 신비의 영역에 가두지 않는다. 그동안 생물학적 진화는 제멋대로 걷기식으로 이뤄졌다. 일정한 경로가 없다 보니 마구잡이식으로 느리게 진화 경로를 밟아온 셈이다.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 박사는 “지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첫 20억 년 동안 100년에 한 자릿수 속도로 정보가 축적돼오다가 지난 몇백만 년 동안에는 1년에 1비트 정도로 DNA 복잡계에 정보가 쌓였다”고 밝혔다. 그랬던 인간이 DNA 지도에 이은 기능 유전체 연구 성과에 힙입어 단일한 진화 경로에 들어서 비약적인 진화의 여정을 밟게 된다.
인간의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져 느린 생물학적 진화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출산의 순간부터 인공물이 되기 시작한 인간은 원하는 성을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고 유전자적 결함을 제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심지어 파괴된 환경을 회복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는 인간 자체가 환경에 적합한 상태로 모드를 조절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인간론을 둘러싸고 다양한 윤리적 견해가 나오게 된다. 생식세포 조작이나 배아 변조 등의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때문이다. 결국 사람을 하나의 사물이나 괴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사회적 격리를 당하는 사태를 맞는다.
그렇다고 인류의 미래가 생물학적 완결성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오랫동안 인류의 진화를 가로막았던 자연재앙과 환경파괴(세계), 질병과 노화 등 신체적 한계(육체), 내면의 충동과 무한한 탐욕(악마) 등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기계와 공생을 이뤄나간다.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가 밝힌 대로 인간 신체의 부품이 생명체 안에서 진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류의 진화 경로가 신경계만 전기적으로 구동되는 방식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신체의 일부를 대체하는 인공 보형물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을 미루어 짐작건대 ‘사이보그’의 출현은 예정된 수순이다. 다만 인공 장기와 신경칩 등 인공물이나 줄기세포와 이종장기 등 생물학적 원재료를 선택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동안 아주 작은 단위로 조금씩 발전한 로봇이 머지않아 질적 전환을 이루게 된다. 조잡한 부속의 집합체에서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과 활동성을 지닌 로봇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사람의 마음을 기계에 옮기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로봇 수술 집도의에 의해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에 옮기는 시술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컴퓨터의 처리 성능이 획기적으로 빨라져 사람이 마음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처리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수도 있다. 만일 컴퓨터 프로그램을 복사해두면 육체와 분리된 마음을 통해 영생을 할 수도 있으리라.
사람의 본성을 바꾸는 두뇌칩 딜레마
이런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복잡한 시스템의 자기 조직화와 물리적 진화가 결합되면서 ‘공생적 인간’이라는 존재도 출현할 수 있다. 이는 여전히 생물학적 산물로 태어나지만 공생적 네트워크와 상호 작용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이런 세상이 실현된다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러더가 등장하는 것도 예견할 수 있다. 인체 내부의 개별 세포와 기관들이 새로운 기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효율적인 통제를 명목으로 거대 유기체가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스스로 창조해낸 기계에 의해 지배당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보기술의 휘황찬란한 베일 뒤를 주목해야 한다.
오래전에 한스 모라벡이 예견했듯 2040년 무렵에는 컴퓨터의 처리 능력이 향상되어 로봇도 자기 인식과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은 각 시대별로 최고치 기계들이 보여주는 ‘브레인 파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40여 년 전 박테리아 수준에서 진화 경로를 밟은 생각하는 기계들은 지금 송사릿과의 민물고기 수준의 두뇌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30년대 생쥐 수준으로 진화한 뒤 40년대 중반쯤 영장류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지금도 엄지와 집게 손가락 사이로 겨우 집을 수 있는 1g의 흙 속에 있는 100억 마리의 박테리아의 생태현상마저 규명하지 못하는 처지에서 지능의 발달을 마냥 기대할 수만은 없다.
아무리 공생적 인간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할지라도 현실화되는 데는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이미 1970년대에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적 기능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정신문명 사회가 열릴 것으로 예견됐다. 당시 예일대 생리학자 호세 델가도가 주도하는 두뇌 칩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가 제안한 ‘두뇌 칩’은 <터미널 맨>이나 <매트릭스> 같은 공상과학 영화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으로 뉴런에서 신호를 주고받아 정신을 조작할 수 있는 전자기기다. 뇌 이식 장치는 돌격하는 황소를 멈추게 할 정도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인간의 본성을 바꾸는 연구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넘지 못했다.
개별과학의 융합으로 미래 연다
앞으로 과학기술에 관련된 사회적 저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금 호세 델가도의 제안은 청신경에 외장 마이크로 신호를 보내는 ‘인공 달팽이관’이나 간질환자들이 목의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장치 등으로 실현되고 있다.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로봇 팔을 제어하는 장치도 텔레파시가 아니라 신경 신호를 검출하는 전극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 밖에도 두뇌 칩의 원리를 이용한 장치는 최소형 전자 기술이나 뇌 스캐닝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정신질환 치료에 응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본성을 바꾸는 두뇌 칩이 피실험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기계는 기계이고 사람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바꾸기 어려운 탓이다.
미래 사회의 핵심으로 예측되는 나노기술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양자혁명과 반도체 제조 기술의 결합을 통해 ‘나노기계’의 놀라운 가능성이 예견됐다. 예컨대 백혈구를 모방한 의학용 나노기계가 세포에 분자 수준의 외과 수술을 감행하거나 나노 항암제가 혈관을 통해 특정 종양 부위에 도착해 선택적으로 종양을 제거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나노 입자가 뇌 속으로 파고들어가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너무나 미세해 목 부위의 동맥에 있는 필터를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뇌 신경세포에 손상을 입히는 등 예기치 않은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나노기술을 이용한 소재혁명을 기대해볼 만하다. 요즘 초미세 섬유나 은나노 가전기기 등으로 회자되고 있는 나노의 영역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 인류가 우주를 향하거나 인간형 로봇을 만들 때 나노 소재가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우주선의 핵심 소재로 쓰이면서 구조물의 경량화를 이끌어 여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자통신 분야에서는 낮은 전력으로 수백만 배의 성능을 지닌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만일 나노 페인트를 실내 벽면에 칠하면 별도의 조명기구 없이 인공지능 형광 물질로 실내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이같은 상상을 근간으로 하는 2050년 과학기술은 놀라운 성취를 보여줄 것이다. 우리가 50년 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첨단기술이 일상에 적용되고 있듯이 지금은 생각할 수 없는 기술이 2050년대를 주도할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0세기의 개별과학이 서로 융합하면서 미래를 열어간다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중수소핵의 안정적인 융합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에너지 문제는 2050년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이 현실화될 터이기 때문이다. 이미 50여 년 전부터 학계에서 핵융합을 예고했지만 여전히 가능성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과연 화석연료는 2050년에도 주요 에너지원 구실을 할 것인가.
도움말 주신 분: 서울대 국양 교수(물리학), 고효율수소에너지사업단 김종원 단장
참고자료: <오디세이 3000>(게로 폰 뵘 지음), <새로운 천년의 과학>(이인식 엮음), <21세기 사전>(자크 아탈리 지음), <사이언스 올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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