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미리 쓰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 넓히는 유언사이트 잇따라 등장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그대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날 용서하구료. 아니 용서하지 말구료. 날 미워하구료. 우리가 죽어 다음 생애도 같이 하자던 말도, 당신을 너무 사랑했다는 말도 거짓이라오. 당신 혼자 두고 가는 날 용서하지 말구료. 내가 죽거든 나를 태워 우리 **와 **가 태어나던 날, 그 기념으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착하고 아름답게 크기를 바라며 둘이 함께 심었던 은행나무에 뿌려주오. 내가 죽거든 내가 썼던 물건들 중 깨끗하고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은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주구료.
내가 죽거든 내가 가졌던 재산을 처분해 1/2은 당신에게(나의 재산은 당신과 함께 모았기에) 나머지 1/2 중 1/4은 당신과 사랑하는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집을 구입하는데, 1/4은 불우한 이웃들에게 나머지는 내가 못 이룬 꿈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장학사업에 써주길 부탁하오. 끝으로 **와 **에게는 사랑했다고 전해주오.wha_mong@hanimail.net)
“유서쓰기로 새해 계획을 시작하세요”
새벽 1시35분! 내가 지금 유서를 적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빠 왜 제가 그렇게 미우신지… 직장 안 다녀서요? 아님 말을 고분고분하게 안 해서요. 새언니, 부족한 저를 위해 애써주신 거 너무 감사해요… 형부. 돈은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래요. 쓰라고 버는 거래요…. 아빠, 엄마, 새언니, 형부, 모두 정말 많이 사랑해요.racisess@hitel.net)
얼마나 많은 순간 우리는 삶에 찌들어 있는가. 이런 우리를 보며 죽음은 분명 조소를 보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나의 23년, 나는 과연 타인에게 ‘삶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가. 죽음을 앞두고 내가 내 자신에게 묻고 싶은 것은 그것뿐이다. 삶이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가.greenbelt-kk@hanmail.net)
요즘 한 인터넷사이트에는 이처럼 평범한 직장인들의 때아닌 유언장으로 넘친다. 직장인사이트인 샐러리맨(www.sman.co.kr)이 바로 문제의 유언장쓰기 사이트. 이 사이트에는 짧은 단상에서 장문의 참회록이라 할 수 있는 글에 이르기까지 갖은 유언장이 줄줄이 실려 있다.
이 사이트에 이렇게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들어와 유언장을 쓰는 것은 지난해 12월27일부터 1월15일까지 열린 ‘새해 계획은 유서쓰기 부터’란 제목의 유언장쓰기 행사 때문. (주)샐러리맨의 박형진 대표는 “유언장을 미리 써본다는 것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마음을 다짐하는 데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12일 현재 1천여명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그러나 대체로 단상에 그치고 그나마 유언장을 닮은 것을 골라보면 150여건 정도에 그친다. 더욱이 이 사이트 이용자가 주로 20∼40대까지 직장인임을 감안하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유언장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는 게 이 사이트 대표 박씨의 분석.
“11만8천명 회원 중 적어도 5천명은 참가하리라 예상했는데, 아직은 1천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인터넷이란 공간을 타고 급속히 유서쓰기 붐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서양인들에 비해 미리 유언하는 풍습이 없는 한국인들에게 인터넷 유언장쓰기 사이트 등을 통해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유언장을 미리 써봄으로써 자신의 생을 반성하는 새로운 풍속도를 창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직장인사이트같이 일회성 행사가 아닌 유언전문 사이트도 이미 생겨 운용중에 있다. 대표적인 곳이 위시뱅크(www.wishbank.co.kr). 이 사이트는 유언을 남기는 전문 사이트를 자처하며 △유언남기기 △유언공증하기 △이산가족특별란 등의 코너를 만들어놓고 있다.
이 사이트는 홈페이지에서, “젊은 사람들도 한번쯤 자신이 남길 유언을 미리 정해놓고 살아보기를 권한다”고 적고 있다. 회원에 한해 유언을 남기고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유언메시지 전송사이트로 엔젤레터(www.angelletter.co.kr)도 있다. 이 사이트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몇 가지 절차를 거치면 사후에 우편으로 유언장이 발송된다. 이용료는 1만원이다.
화장문화 보급… 추모·장례 사이트도 등장
주식회사 효손흥손이 운영하는 하늘나라(hanulnara.okcashbag.com) 사이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이트는 특히 온라인 화장유언 서약과 장기기증서약 코너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화장유언서약서를 남기면 사단법인 한국장묘문화범국민협의회 중앙등록소에 등록됨과 동시에 등록서가 지급된다. 우리나라 매장문화를 개선할 최선의 대안인 화장보급을 위해 이런 코너를 마련했다고 이 사이트는 밝히고 있다.
이 밖에도 사이버 묘비를 세워 헌화와 분향을 하고 추모글로 망자의 혼을 달래는 추모 및 장례전문 사이트도 인터넷의 새로운 풍속도로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도 대체로 유언장쓰기 코너를 마련해 두고 있다. 추모(www.chumo.co.kr), 부음(www.booum.co.kr), 실버캡슐(www.silvercapsule.com), 사이버묘지(www.ecemetry.co.kr)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추모 사이트에는 ‘별난가족 아빠, 엄마의 공개유언장’이 눈길을 끈다. 전은실, 손용규 부부는 유언장에서 ‘△시신에 관하여-온전한 시신이 있다면 필요한 이들에게 기증할 것이며 그외 시신은 의학용으로 기증하여라. △재산에 관하여-모든 재산은 사회에 환원할 것이며 특히 세상 사느라 고생하신 어르신(노인)들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기증해라. △너희 엄마에 관하여-너희 엄마는 아빠와 같은 방법으로 사후 정리하라. △마지막 당부-이땅에 사랑의 씨앗 외에 아무것도 너희를 위해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는 네 항목을 공개유언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유언도 인터넷으로” 하는 시대가 다가와 미국 등 서구처럼 수시로 유언을 쓰고 고치는 시대가 열릴지 모를 일이다.
이창곤 기자goni@hani.co.kr
민법에 규정한 5가지 방식 따라야 법적 효력 인정받아 법적 의미의 유언은 ‘가족 문제, 특히 재산상속관계에 대한 어떤 법률관계를 정하는 생전의 최종적 의사표시’를 말한다. 쉽게 말해 자신의 재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한 의사표시인데, 민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실제로 대부분의 재산분배는 법정상속, 즉 상속법에 의해 이뤄진다. 유언이란 방법을 통해 상속을 하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미국 등과 달리 유언장 작성에 관한 전문변호사가 따로 없다. 백승헌 변호사는 “특별히 전문가가 있어야 할 만큼 수요가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문이란 게 생길 가능성이 없고, 또 상속인과 피상속인, 또 재산목록만 정확히 결정될 경우, 공증만 해두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법(제1060조)은 유언의 방법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유언은 유언자가 죽은 뒤에 문제가 되므로 본인의 진의(眞意)를 확인할 기회가 없고, 주어진 효력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따라서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엄격히 정하여, 그에 따르지 않은 유언은 무효로 하고 있다. 민법조항으로 규정된 유언방식은 크게 5가지이다. 1.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성명을 스스로 쓰고 날인하여야 한다. 글자를 삽입·변경·삭제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自書)하고 날인해야 한다. 2.녹음에 의한 유언: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및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여야 한다. 미성년자·금치산자·한정치산자·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자 및 그 배우자와 직계혈족 등은 유언에 참여하는 증인이 될 수 없다. 3.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口授)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뒤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4.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유언자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날인하고, 이를 2인 이상의 증인 면전에 제출하여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한 뒤, 그 봉서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이 유언봉서는 그 표면에 기재된 날로부터 5일 내에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에게 제출하여, 그 봉인 위에 확정일자 인장을 받아야 한다. 이 유언의 방법에 흠결이 있는 경우에, 그 증서가 자필증서의 방식에 적합한 때에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본다. 5.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위의 4가지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유언자가 2인 이상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뒤,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이 유언은 증인 또는 이해관계인이 급박한 사유의 종료일로부터 7일 내에 법원에 그 검인(檢認)을 신청하여야 한다. 김창석 기자kimc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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