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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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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식해결, 작업 가능!

등록 2005-07-07 00:00 수정 2020-05-03 04:24

남녀노소 무람없이 어우러지는 한·중·일 뱃길 삼국지
바다를 가르는 훼리호 갑판에서 일상이 좋아지다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그 아저씨는 떡볶이와 자장면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안주 삼아 홀로 소주를 깠다. 출항 직전 정박 중인 훼리호 갑판에서다. 그는 바다를 향해 짓까부는 이들을 개의치 않고 고즈넉이 잔을 기울였다. 처음 타본 ‘특급 호텔형 대형 여객선’(광고 문구)이 신기했던 나는 오르락내리락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바빴는데, 어느 틈엔가 배가 움직이고 있었다. 부산 갈매기가 먼 발치에서 보이지… 않았다. 대신 대형 컨테이너들과 산비탈을 빼곡히 타고 오른 부산 시내가 정겹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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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로 나갈수록 바람은 세찼고 햇볕은 불탔다. 문득 그 아저씨가 사라졌다. 알고 보니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반대편으로 옮겨가 같은 포즈로 마시고 있었다. 주도의 경지가 저런 건가 싶었다.

갑판 벤치에서 소설을 읽으며 잠들다

6월21일 오후 4시 부산에서 일본 오사카행 배를 탔다. 숙박과 왕복 배편이 포함된 4박5일(오가는 배에서 1박씩과 오사카 콘도형 민박 2인1실 2박) 여행 상품이 한겨레투어에서 초특가 17만대에 나와 저렴하기도 했지만 배에서 쾌적하게 먹고 잔다는 데 대한 설렘이 앞섰다. 체류 일정은 연장이 가능했다. 훼리호 이용자에게 적용되는 KTX 30% 할인으로 서울∼부산간 왕복 7만원, 오사카·교토·나라·고베·히메지 등 간사이 지역의 기차·전철·버스 등 JR(국철)를 뺀 교통편을 맘껏 이용할 수 있는 3일치 스롯패스 5만원을 더해 1인당 30만원에서 1천원 빠지는 비용이 기본으로 들었다. 스롯패스는 한국에서 미리 살 수 있고 배 안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배 여행은 비행기 여행과는 사뭇 다르다. 뻔하지 않고 펀(fun)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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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갑판을 오르내리는 것에 대한 통제가 없었다. MT 가는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소리지르며 몰려다녔다. 네댓살짜리 꼬마가 포함된 가족 여행객들, 계모임 온 할아버지 할머니들, 시간대로 옷 바꿔입고 갑판에 올라와 맵시를 뽐내는 아가씨들, 그들을 훔쳐보는 총각들까지 남녀노소 무람없이 어우러진 풍경이다. 좋은 방은 한명당 편도 70만원을 호가하는 배였는데 볼썽사나운 ‘왜 여행왔대니족’(부티 줄줄 흩뿌리는 여행객들)은 없었다. 뱃길 여행에 오른 서민들은 바다가 보이는 사우나에서 때를 밀고 ‘호텔식 서비스’(광고 문구)를 자랑하는 레스토랑에서 끼니당 700엔(대략 7천원)의 잘 차려진 정찬을 배불리 먹었다. 자판기에는 250엔짜리 일본 맥주와 100엔∼300엔짜리 즉석 안주들이 그득 차 있었다. 배 안에서는 엔화만 통용된다(일본은 대도시라도 신용카드를 받는 식당이나 가게가 많지 않다). 목청 힘도 뻗치는 20대와 이방 저방 돌아다니는 아저씨 아줌마들 탓에 자정 전에는 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그럴 땐 갑판 벤치에서 별자리를 헤거나 푹신한 로비 소파에 앉아 통속 소설을 읽으면 안성맞춤이다.

밤 9시가 좀 넘었을까. 이층 침대 두개가 놓인 4인1실 우리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같이 방을 쓰는 20대 초반 남남 커플은 놀러나가고 없었고 나와 파트너만 있었다. 부산 말씨의 앳된 20대 초반의 언니 둘이었다. 원래 남자들만 배치된 방이었는데 짝지어 방을 바꾼 덕에 내가 들어가 있었다. 아마 명단을 보고 남자들만 쓰는 방인 줄 알았을 테고 마침 나는 침대 이층에서 커튼을 쳐놓고 있어 눈에 띄지 않았다. “저기에, ○○여행사에서 오셨어에, 여행 일정은 짜셨습니꺼.” 내용인즉 일정을 짰으면 자기들이 얹혀다닐 테니 같이 다니자는 제안이었다. 이성애자 남남 여행객이었다면 얼씨구나 할 정도의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작업녀들’은 일정을 아직 안 짰다는 답변 때문인지 내 파트너의 ‘상태’ 때문인지 순순히 물러났다. 나중에 오사카 시내에서 그들이 20대 청년 두명과 같이 다니는 걸 본 듯하다. 머리 아프게 일정 짤 필요도 없고 적당히 짐도 들어줄 테고 운 좋으면 식사+α 대접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이지 싶었다. 배가 좀 아팠다.

‘숙식 해결 작업 가능’ 훼리호 여행은 중국행도 예외가 아니다. 한·중·일 삼국 뱃길이 잘 뚫려 여행사들이 왕복 배편과 현지 숙박시설을 엮은 배낭여행 상품도 내놓고 있는데, 중국행 훼리호에서는 더러 자체 상품도 내놓는다. 3개월짜리 중국 비자를 ‘시중’보다 싼 20달러와 간소한 절차로 선상에서 발급받을 수도 있다. 중국은 일본과는 달리 공공 화장실에 휴지가 비치돼 있지 않고 석회 성분이 많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면 배탈이 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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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편과 숙박시설 엮은 배낭여행 상품

간사이 지역을 돌아다니던 것보다 정작 배 안에서 돌아다닌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당찬 작업녀들과 갑판에서 화투 치던 어르신들과 사우나에서 죽 때리던 아주머니들과 오락기에 매달려 있던 아이들과 승무원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고추 찍어 먹을 된장을 달라던 상용 승객들. 귀여운 남녀노소들. 누군가는 기차가 덜컹하는 순간 일상에서 해방되는 느낌이라던데, 나는 바다를 가르는 훼리호 갑판에서 일상이 좋아졌다.

1. 여행지 부산∼오사카(문의 02-756-4500)

2. 한국 출발 시간 부산 출발 화·목·일 16:00(승선 14:00)

3. 일본(혹은 중국) 출발 시간 오사카 출발 수·금·월 16:00(승선 14:00)

4. 뱃길 시간 18시간

5. 배 이름과 여객 정원 팬스타페리 550명

6. 운임(성인 편도 기준) 11만∼70만원

7. 할인 및 기타 10명 이상 30%, 장애인·학생 50∼2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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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지 부산∼시모노세키(문의 051-463-3165∼6)

2. 한국 출발 시간 부산 출발 매일 20:00(승선 18:00)

3. 일본(혹은 중국) 출발 시간 시모노세키 출발 매일 19:00(승선 18:00)

4. 뱃길 시간 8시간30분

5. 배 이름과 여객 정원 성희호 562명, 하마유 438명

6. 운임(성인 편도 기준) 8만5천∼31만2천원

7. 할인 및 기타 20명 이상 30%, 원폭피해자·장애인·학생 2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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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지 부산∼히로시마(문의 051-463-3165∼6)

2. 한국 출발 시간 부산 출발 7월 홀수날짜 8월 짝수날짜 16:30(승선 15:30)

3. 일본(혹은 중국) 출발 시간 히로시마 출발 7월 짝수날짜 8월 홀수날짜 16:30(승선 15:30)

4. 뱃길 시간 16시간

5. 배 이름과 여객 정원 은하호 500명

6. 운임(성인 편도 기준) 9만5천∼18만원

7. 할인 및 기타 위와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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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지 부산∼후쿠오카(문의 051-466-7799)

2. 한국 출발 시간 부산 출발 토요일 빼고 매일 22:30(승선 19:00)

3. 일본(혹은 중국) 출발 시간 후쿠오카 출발 일요일 빼고 매일 12:30(승선 11:00)

4. 뱃길 시간 6시간

5. 배 이름과 여객 정원 뉴카멜리아 522명

6. 운임(성인 편도 기준) 8만∼18만원

7. 할인 및 기타 3시간 걸리는 쾌속선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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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지 인천∼톈진(문의 032-777-8260∼6)

2. 한국 출발 시간 인천 출발 화 13:00(승선 11:00) 금 19:00(승선 17:00)

3. 일본(혹은 중국) 출발 시간 톈진 출발 일·목 11:00(승선 09:00)

4. 뱃길 시간 24시간

5. 배 이름과 여객 정원 천인호 604명

6. 운임(성인 편도 기준) 11만5천∼25만원

7. 할인 및 기타 2인 이상이면 톈진·베이징·시안 6박7일∼ 자유배낭여행 상품(27만9천원∼) 이용 가능, 7월15일∼8월20일 좌석 여유 없음, 15명 이상 3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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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지 천∼웨이하이(문의 032-777-0490∼4)

2. 한국 출발 시간 인천 출발 월·수·토 19:00(승선 17:00)

3. 일본(혹은 중국) 출발 시간 웨이하이 출발 화·목·일 18:00(승선 16:00)

4. 뱃길 시간14시간

5. 배 이름과 여객 정원 뉴골든브릿지Ⅱ 650명

6. 운임(성인 편도 기준)11만∼16만원

7. 할인 및 기타 15명 이상 10%, 50명 이상 15%, 장애인·청소년·대학생(30살 미만) 2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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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지 천∼칭다오(문의 032-777-0490∼4)

2. 한국 출발 시간 인천 출발 화·목·토 17:00(승선 15:30)

3. 일본(혹은 중국) 출발 시간 칭다오 출발 월·수·금 16:00(승선 14:30)

4. 뱃길 시간 17시간

5. 배 이름과 여객 정원 뉴골든브릿지Ⅴ 550명

6. 운임(성인 편도 기준) 11만∼16만원

7. 할인 및 기타 위와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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