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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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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안 오르는 ‘대권수업’

등록 2005-03-09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여권의 대권주자 3인방 선호도 여전히 부진… 정동영은 색깔 없고 김근태는 대중적 매력 없고</font>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노무현 대통령의 각별한 배려 속에 내각에 참여해 이른바 ‘대권수업’을 지속해온 정동영 통일부 장관·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해찬 국무총리 등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 3인방’의 대중 선호도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 관계 해결사’ 구상 차질

여권에서는 노 대통령의 분권형 실험에 따라 참여정부의 핵심 포스트를 차지한 이들 3인방이 대중 노출 빈도 확대, 국가 경영자로서 잠재력 과시 등 유·무형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대통령감으로 약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한겨레21>의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 결과 입각 9개월째를 맞고 있는 이들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권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열린우리당 후보군 가운데 단연 ‘군계일학’의 위상을 굳혔다. 이번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10.8%를 기록해 2.9%인 김근태 장관, 2.5%인 이해찬 총리를 큰 격차로 따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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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줄곧 지적돼온 ‘안방 경쟁력’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당적의 고건 전 총리와는 3배 가까운 격차로 크게 뒤졌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에게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 장관은 지난해 9월14일 <한겨레21>의 ‘차세대 리더 여론조사’에서 고 전 총리와 박 대표에게는 뒤졌지만 이명박 시장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참여정부의 통일·안보 분야를 총괄하는 실세 장관으로 대권수업에 전념했지만, 5개월여 만에 이명박 시장에게도 뒤지는 부진함을 보인 것이다.

정 장관은 정치권 안팎에서 비교적 원만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핵심들도 그의 능력과 자질을 높이 평가했고, 정치적 위상도 어느 때보다 강화됐다.

그럼에도 정 장관이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자기 색깔과 능력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정 장관쪽은 지난해 9월 <한겨레21> 조사에서 부진한 성적이 나타난 것과 관련해 ‘노인 폄하 발언’, ‘장애인 목욕 봉사 사건’ 등 대중에게 부정적 인상을 심어준 악재를 극복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통일·안보 분야를 총괄하면서 국가 경영자로서의 잠재력을 증명하면서 자연스레 한계가 극복될 것이라며 개성공단 사업 등에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물자 반입 금지 조치, 전력 공급의 한계 등으로 개성공단 사업에 큰 진전이 없었고, 북핵 문제 등 남북간 핵심 과제들도 장기 표류하면서 ‘남북 관계의 해결사’로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정 장관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와 관련해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명박 시장의 경우 유권자들 사이에 호불호가 분명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강한 추진력을 과시하면서 독특한 대중적 이미지를 형성해 상승세를 잡았다”면서 “정 장관은 여전히 과거부터 지속돼온 일반적인 정치인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을 뿐 왜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하고 긍정적인 자기 논리나 이미지를 개발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방송사 앵커 출신이라는 이점, 높은 인지도와 현란한 말솜씨, 수려한 외모 등으로 이미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누려온 정 장관이 통일부 장관으로 뚜렷한 업적이나 성과물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확고한 대안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인지도 올라도 지지도 여전

물론, 현실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나쁜 성적은 아니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용휴 폴앤폴 대표는 “지금은 17대 국회를 통해 당선된 정치인들이 과거와 똑같은 행태를 답습하는 데 대한 실망감으로 기성 정치권, 특히 특정 정파 지도자의 이미지가 강한 사람들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박근혜 대표, 김근태 장관까지 고전하는 현 구도를 볼 때 정 장관의 성적표가 특별히 안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실 정치판에 몸을 담았던 유력한 정치인들 대부분이 평가 절하되는 반면, 정파적 색채가 불분명하면서도 화려한 경력을 소유한 인사들이 호평받는 분위기 속에서 고건 전 총리나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뒤진 것은 이례적인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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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부진의 원인이 어디에 있건 정 장관이 ‘여권의 잠재적 대권후보 1순위’라는 위상에 걸맞은 대중적 지지를 회복하지 못한 채 계속 고전할 경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겨레21>의 선호도 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자들 가운데 29.5%가 고건 전 총리를 지지했다. 24.3%를 기록한 정동영 장관보다 5.2%포인트나 앞선 것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의 일부 당원협의회장들 사이에 ‘고건 영입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런 결과는 정 장관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근태 장관은 이미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입각 이전 김 장관쪽은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르지 못하는 이유로 이른바 ‘기회박탈론’을 제기했다. 낮은 인지도와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일반에 드러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뜨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입각한 지 9개월이 된 김 장관은 <한겨레21>의 이번 조사에서 겨우 2.9%를 얻는 데 그쳤다. 더욱이 열린우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는 4.4%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이명박 서울시장(7.6%),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6.8%) 등 야당 후보들보다도 낮게 평가받았다.

일단 지난해 7월1일 장관직 취임 이후 △한반도 재단 등 외곽 조직 확대 △하버드 대학 총장의 한국 비하 발언 공개 비판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항의 서한 전달 △국민연금 운용에 관한 소신 발언 △복지부 서열 파괴 인사 △자신을 고문했던 이근안 전 경감과의 화해 △헤어스타일 변화 등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한겨레21> 여론조사에서 73.7% 수준에 머물렀던 김 장관의 인지도가 이번 조사에서는 85.0%로 상승했음에도 이런 부진한 결과가 나온 것은 복지부 장관으로 대중적 노출 기회를 늘렸지만, 지지도 상승으로 질적 비약을 이뤄내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오고 있다. 김 장관 계보로 분류된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자신을 고문한 이근안씨를 면회하고, ‘아톰 머리’로 헤어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등 대중적 이미지 확보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대중지지율 조사에서 3%대로 굳어지는 추세여서 정말 답답할 뿐”이라며 “수없이 대책을 논의해봤지만,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교수·기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의 조사에서는 1등으로 나오고, 다른 어떤 주자들보다 자질과 내용을 갖췄지만 일반 대중 여론조사에서는 변화가 없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줬던 이른바 ‘깡’과 ‘끼’로 표현되는 대중적 설득 능력과 매력이 태생적으로 부족한 탓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가 입각의 최대 수혜자?

잠재적 대선주자 3인방에 속하는 이해찬 총리도 선호도에서 2.5%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일단 스스로 “총리가 대선에 기웃거리면 정부를 이끌 수 없고,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라며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총리직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상황에서 대통령 선호도에서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인이 대권에 뜻이 없다고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김근태 장관과 근접한 선호도를 보이고, 여권 안에서 당당히 대권주자군으로 거론되는 점을 볼 때 이 총리가 이른바 ‘입각 프리미엄’의 최대 수혜자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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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경제를 아는 최고경영자(CEO)형 지도자’로 평가받으며 한동안 여권 내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듯했던 김혁규 의원은 0.7%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사실상 잠재적 대권주자 후보군에서 탈락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의원이 이렇게 침몰한 것은 노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거명됐으나 열린우리당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로 총리직 기용이 좌절되고, 최근에는 열린우리당의 당권 경쟁에 도전장도 내밀지 못하는 급격한 정치적 위상 실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겨레21>이 무당적의 고건 전 총리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을 제외한 가운데 여야 유력 주자간 1대1 가상 대결을 붙여본 결과 정동영 장관이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정 장관은 박 대표와의 대결에서 40.3% 대 46.2%로 5.9%포인트 뒤졌고, 이명박 시장과의 대결에서는 40.1% 대 43.5%로 3.4%포인트 뒤졌다. 손학규 경기지사와의 1대1 대결에서는 54.2% 대 23.5%로 정 장관이 압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김근태 장관은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과의 1대1 가상 대결에서 각각 34.6%, 26.9%포인트의 큰 격차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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