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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거꾸로 가는 기차를 탔다”

등록 2004-09-16 00:00 수정 2020-05-03 04:23

[인터뷰 |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

결국은 국가보안법 폐지하겠지만 시기의 문제… 전향적인 수준의 개정 주문할 것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지난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와 네티즌 투표에 힘입어 ‘넘버2’가 된 원희룡 최고위원은 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거꾸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 위원은 박근혜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9월10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확정된 국가보안법 개정안과 관련해 “남북관계발전기본법이나 남북 경제협력 등과 충돌되지 않도록 2조의 반국가단체 중 정부 참칭 조항을 삭제해야 하는데 이런 견해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최종 당론 확정 과정에서 수정되지 않을 경우 독자적인 개정안을 제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소장개혁파들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은.

=수요모임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적극적인 개정에 가깝다. 틀은 유지하되 남북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정부 참칭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폐지에 가까운 이들도 있다. 2001년 미래연대 차원에서 준비한 개정안도 정부 참칭 조항을 없애는 것이 핵심이었다. 북한과의 평화공존, 안보를 병행 추진하는 것이다.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확정된 당 개정안과는 차이가 크다.

=대폭적인 개정은 오히려 폐지 후 대체입법에 가깝다. 보안법의 순기능을 인정해 남겨두느냐, 아니면 역기능을 강조해 없애느냐는 정도의 차이로 오십보백보다. 그래도 유지하자는 이유는 북한의 변화, 즉 노동당 규약과 형법 개정을 같이 요구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결국은 폐지해야겠지만 시기의 문제다. 의원총회 등 의견수렴 과정에서 전향적인 수준의 개정을 주문하겠지만, (현재의 개정안이) 확정되더라도 소신을 접을 수는 없다. 최악의 경우엔 독자적인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대체입법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잠입탈출과 회합통신을 처벌할 조항을 반영한다면 내 소신과 거의 같아 (표결이 이뤄진다면) 고민스러울 것 같다.

-당내에서 과거 회귀적 흐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한나라당을 천명했는데 국가 정체성 논쟁,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와중에 벌어놓은 것을 다 까먹고 있다. 뒤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는 것 같다. 외연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 계속 안으로만 파고든다. 스스로 축소지향, 강성지향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흐름이 박근혜 대표와 소장개혁파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박 대표가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강조하길래 민간통일기구인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과의 면담을 여러 차례 제안했다. 두달이 지나도록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을 보면 마음이 없는 것 같다. 패션은 따라가는데 마인드는 못 미치는 거 아닌가 걱정스럽다. 아직 확정짓기에는 미련이 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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