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민주화 심의’를 보는 정치권의 눈길… ‘신중’ 주문 속 계산 엇갈려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김재규 민주화 심의’는 정치권에도 민감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3당은 이 건에 대한 의 물음에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역사의 평가를 좀더 기다려야”(한나라당)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재규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바꾸는 일을 여야 가릴 것 없이 내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재규를 현상 유지’하려는 이유는 정파별로 달랐다.
“유신 미화세력에 구실 줄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장영달 의원은 “김재규의 당시 행동을 한편으로 납득한다”며 “그러나 그의 행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그 이유로 “김재규 문제를 놓고 사회적으로 상당한 이견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어떤 규정을 시도하면 본질이 호도될 수 있다”며 “박정희와 유신 체제를 미화하려는 세력에게 오히려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고위당직자도 “이 시점에서 김재규를 민주화 관련자로 판정하면 박근혜 죽이기용이라는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며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김재규가 유신 체제를 종식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민주화운동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천영세 의원은 “정치적인 의도가 담긴 졸속 심의라는 오해와 분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흔쾌히 수용할 수 있는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역사 바로세우기로서의 의미도 살 것”이라고 밝혔다. 천 의원은 “유신과 5·6공화국의 암울했던 역사는 짚어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는 일단 지난 다음에 국회 차원에서 이런 역사 문제를 다룰 특위를 구성해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현재의 개인적 판단으로는 “김재규가 민주화 진전에 전기를 마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동시에 중앙정보부장으로서 유신 군사독재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민주화를 위해 거사를 했다는 본인의 주장만을 갖고 민주화 측면을 인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유신 체제의 어두운 그늘을 재조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동감하는 편이다. 그러나 ‘김재규 심의’가 이를 위한 좋은 소재가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김재규의 공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물론이고 민주화운동 계승 세력 내부의 시각도 엇갈리는 형편을 반영한 것이다. 또 두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파동으로 빚어진 역풍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한나라당, 제2의 정체성 논쟁 가능?
한편 임태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김재규의 행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기에는 과연 그런 방법 외에 다른 수단이 없었겠느냐라는 점에서 동기와 순수성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이 문제는 시간을 갖고 역사의 평가에 맡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김재규가 유신 체제를 무너뜨렸다고는 하지만 그 뒤 한국 현대사의 왜곡이 얼마나 많았느냐”라며 “박 대통령을 살해한 행위만을 갖고 민주화운동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는 ‘대통령 살해범’이라는 김재규의 지위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견해가 분명하게 녹아 있다. 또 ‘김재규 민주화 심의’ 결과 여하에 따라, 제2의 정체성 논쟁을 제기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할 기세도 엿보인다. 임 대변인은 “중요한 사건이므로 당 차원에서 논의해 공식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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