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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제전에서 아시아를 보라”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록 2010-09-14 15:59 수정 2020-05-03 04:26
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취임 두 달여를 넘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2010 세계대백제전’(이하 백제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올해는 충남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에 있는 백제역사재현단지가 12년 만에 완공되는 해여서 예년에 비해 백제전 행사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안 지사는 9월7일 충남도청에서 한 인터뷰에서 “백제전은 1955년 주민들의 자발적인 축제로 시작했는데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던 그때 할아버지·할머니들은 무슨 생각으로 백마강 백사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모여 1400년 전 역사를 추념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행사를 준비했다”며 “내 나라, 내 땅, 내 핏줄에 대한 추념 아니겠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애정 아니겠나. 백제전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역사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대로 만나려면 시야 넓혀야 - 백제전의 주제가 ‘1400년 전 대백제의 부활’이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 않나. 지금 왜 백제에 주목하는가.

= 우리 역사는 일제 35년 동안 거의 말살됐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일제 35년 식민지 시대의 역사의식, 검은 색안경에 갇혀 있다. 그것을 벗겨내고 우리 역사를 온전하게 만나야 한다. 20세기 낡은 프레임으로 역사를 보고 있다. 이데올로기, 동서 냉전, 국가 간 대항의 역사, 국가사가 역사의 전부가 아니다. 20세기 이데올로기와 제국주의 역사가 쳐놓은 국가적 칸막이를 벗어나 아시아적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야 백제를 제대로 만날 수 있다.

- ‘역사문화축제’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문화를 매개로 아시아가 만난다, 그런 의미인가.

= 사실 우리는 보릿고개, 전쟁, 산업화를 거치면서 스스로도 돌보지 못했다. 충남과 자매결연을 한 일본 구마모토현에는 백제의 문화가 잘 재현돼 있다. 경주의 문화재에도 터키나 중동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과거 아시아는 그렇게 소통하고 교류했다. 역사와 문화의 힘은 세다. 타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버마) 여행을 많이 가는데, 그 나라 역사책 한 권만 읽어도 우리가 그 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전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면 현재의 대한민국을 더 온전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백제를 통해 한국을 이해할 수 있어 -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축제가 활발해졌다. 그런데 특색 없는 행사가 난무하면서 예산 낭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백제전은 다른가.

= 다들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는데 백제전은 격이 다르다. 56년 전통이 있다. 내실과 내용이 있어 꾸준히 발전해온 행사다. 1955년 흑백사진을 보면서, 전쟁의 상처도 아물지 않았던 그때 왜 이분들은 백마강 강가에 모여서 1400년 전 역사를 추념하기 시작했을까, 무엇이 그들을 불러모았을까 고민했다. 그것이 이번 백제전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부여와 공주가 격년제로 번갈아 주최했는데, 올해는 백제역사재현단지 완공을 기념해 대규모로 연다. 충남도의 축제이면서 국가의 축제다.

공주와 부여의 수상공연 ‘강추’ - 외국인 20만 명을 포함해 모두 260만 명의 관람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행사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기준은 뭔가.

= 많은 분들이 방문해 관람하고 참여하면 좋지만 숫자에 연연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현재까지 백제전 관람 예약 티켓이 100만 장 팔렸다. 충남도청과 각 기관에서 열심히 홍보하고 판매했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도민들이 지역 역사에 자부심을 갖기를, 참가자들이 역사와 문화를 즐기기 바란다. 참여자들의 품격이 높아지고 그게 국가의 품격이 된다고 본다.

- 행사 안내 자료를 보면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관람객이 놓치지 말아야 할 행사 세 가지를 꼽는다면.

= 공주와 부여에서 열리는 수상공연은 정말 볼 만하다. 가을밤, 역사의 강에서 백제의 역사를 소재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행복감을 안겨줄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식 스펙터클이 보고 나면 휘발유처럼 증발하는 식이라면, 백제전 수상 뮤지컬은 집에 돌아가더라도 장작불처럼 꺼지지 않는 감흥을 줄 것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대한민국의 국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두 공연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수상공연이라면 오페라나 뮤지컬 형식인가.

= 부여 낙화암 아래 백마강 수상무대에서는 를 공연한다. 나당 연합군에 패해 패륜 군주이자 죄인으로 폄하된 의장왕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와 삼천궁녀가 소재다. 공주 금강변 고마나루에서는 를 공연한다. 고마나루 전설 속 곰과 나무꾼, 백제와 일본을 넘나들던 백제의 영웅 무령왕이 주인공이다. 강물 위에 대형 수상무대를 설치했고 출연진만 400명이 넘는다. 레이저 조명과 워터스크린쇼 같은 첨단 공연 기법도 등장한다. 정말 볼 만하다.

한 상 잘 차렸으니 취향대로 드시길 - 리허설을 미리 봤는가. 어떤 느낌인가.

=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를 볼 때 역사적 평가를 달리해 몰입하기에는 벽이 느껴졌지만 마지막 독백 아리아에서는 눈물이 났다. 패망한 왕의 격정적인 노래를 강가에서 보면서 감동했다. 충남도지사여서 더 감동했을 수도 있다. (웃음)

- 기마군단 행렬이나 황산벌 전투 재현은 어떤가.

= 대백제기마군단 행렬은 2008년 백제문화제부터 관람객에게 인기 있던 프로그램이다. 말 123마리, 병사 100명이 계백 장군을 필두로 부여 왕흥사지부터 백제역사재현단지까지 출정식을 한다. 논산시 논산천 둔치에서 열릴 황산벌 전투는 박진감이 넘치고, 백제와 교역했던 나라의 사신단이 백제왕을 알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퍼레이드 ‘교류왕국 대백제’는 볼거리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관람객이 백제탈 퍼레이드에 꼭 참여하기를 바란다. 금강변 공주 고마나루와 부여 수상무대 주변에서 열리는데, 주민과 관람객 모두 횃불을 들고 백제의 탈을 쓴 채 행진을 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그 밖에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 충남도와 대백제전조직위원회가 최선을 다해 한 상 차려놨으니 안내책자를 꼼꼼히 보시고 취향대로 골라 맛있게 드셨으면 한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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