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4일 강원 양양군 강현초등학교 3·4학년 교사와 20명의 아이들은 4교시 수업을 운동장에서 했다.
“아이들이랑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러 나왔어요. 온 세상이 다 하얗네요.”
4학년 담임 최지선 교사의 말이다.
“추운 사람은 들어가서 난로불 쫴.”
“우리 이번엔 이글루 만들까?”
“네!”
3·4학년 대항 눈싸움으로 4교시 수업은 마무리됐다. 완성된 눈사람에는 덕지덕지 ‘꿰맨’ 자국이 없다. 몇 바퀴만 굴리면 눈사람이 완성됐다. 학교 옆 눈 덮인 언덕은 어느새 눈썰매장으로 변해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저마다 종이상자에 몸을 싣고 언덕을 시원하게 내려온다.
지난 12월21일 밤부터 22일 오전까지 내린 30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강원도 주민들은 눈과의 전쟁을 치렀다. 미처 눈을 치우지 못한 길바닥이 온통 울퉁불퉁한 빙판이고 행인들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지만 너나없이 미끄러지고 넘어지기 일쑤다. 상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함박눈을 치우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하얗게 변한 세상에 기분만은 즐겁다. 아이들은 예년에 비해 이른 폭설이 반가울 따름이다. 아파트 단지마다 꼬마 아이들이 난생처음 맛보는 경관인 듯 즐겁게 뛰어다닌다. 어른 무릎까지 눈이 쌓인 학교 운동장에서 장난꾸러기들이 눈 위를 떼굴떼굴 구르기도 하고, 두 손 가득 눈을 뭉쳐 신나는 눈싸움도 벌인다. 그들이 있어 풍경은 온전히 제 모습을 찾게 되고, 더불어 어른들까지 눈놀이에 빠져든다. 새해가 하얗게 다가온다.
양양·속초=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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