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7일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사실상 장악한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한 정부군 시설 주변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해 시꺼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UPI 연합뉴스
청와대가 뜬금없이 ‘이란 전쟁 파병’이란 군불을 지폈다. ‘아직 결정된 건 없다’는 말 속에 의도가 숨어 있다. 2026년 9월8일 국방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중동 상황 점검을 위한 현지 조사단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 아랍에미리트는 걸프 연안국가 중 이란과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조사단의 판단은 아랍에미리트 쪽 주장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파병 준비는 착착 진행하고 있는데, ‘최종 결정’을 내린 건 아니란다. 간보기라도 하는 건가? 고약한 일이다.
2026년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했다. ‘임박한 이란의 핵위협을 뿌리 뽑겠다’는 게 그나마 내세울 만한 명분이었다. 정작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은 “이란은 2003년 이후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중단했다”는 평가를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국제법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은 ‘불법 침략’에 해당한다. 확실히 따져보자.
유엔 헌장 제2조 4항은 “모든 회원국은 자국의 국제관계에서 어떠한 국가의 영역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하거나 국제연합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그 밖의 어떠한 방식의 무력 위협이나 행사도 삼간다”고 규정한다. 예외는 두 가지다. 첫째, 헌장 제51조가 규정한 자국을 겨냥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 제한된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권’이다. 둘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통해서다. 안보리는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또는 침략행위의 존재를 결정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거나 이를 회복하기 위하여 권고하거나 조처를 할지 결정”(헌장 제39조)할 수 있다. 권고와 잠정조치(헌장 제40조), 제재와 외교관계 단절(헌장 제41조) 등이 불충분할 때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보의 유지 또는 회복에 필요한 공군, 해군 또는 육군에 의한 조치”(헌장 제42조)를 취할 수 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무력공격을 벌이지 않았다. 되레 미국과 이스라엘이 2025년 6월 이란 핵시설을 중심으로 12일간 이란을 공습한 바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은 ‘자위권 행사’로 볼 수 없다. 유엔 안보리는 2006~2010년 모두 여섯 차례 이란의 우라늄 농축 등 ‘과거 핵’을 문제 삼는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와 독일(P5+1), 유럽연합(EU)이 이란 핵 동결·제한 방안을 담은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란 핵합의)을 타결하면서, 안보리는 결의 제2231호를 통해 대이란 제재를 해제했다. 조건이 있었다. 이란이 합의를 위반하면 안보리 표결 없이 기존 제재를 자동 부활시키는 ‘스냅백’ 조항이다.

2026년 9월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열린 9·11 동시테러 희생자 추모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 탈퇴를 선언했다. 이란 쪽은 강력 반발했다. 이란과 유럽연합 쪽은 합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했다. 결국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 뒤인 2025년 9월 안보리는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대이란 제재를 부활시켰다. 그럼에도 안보리는 헌장 제42조에 따른 대이란 군사력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회복’을 위해 징치할 대상은 이란이 아니라 침략전쟁을 벌인 미국과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이렇게 적고 있다.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은 우리 대외정책 기조를 담은 헌법 정신이다. 헌법 제5조 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은 헌법에 따라 부정돼야 한다.
헌법 제69조는 대통령 취임선서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고 시작한다. 헌법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을 ‘부정’해야 한다.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건 위헌이다. 또 헌법 제60조 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명시하고 있다. 청와대가 파병을 밀어붙이면 국회는 위헌 상황을 막아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군불때기’가 불러온 상황은 이 정도로 엄중하다.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왔습니다. (…)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9월7일 오후 소셜미디어 엑스(X)에 한국어로 된 게시물을 올려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며 이렇게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은 2026년 6월14일 14개항의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에 합의하고, 사흘 뒤 양국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시켰다. 이에 따라 양국은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타결해야 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8월16일 양해각서 유효기간은 만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전 초기 “4~6주면 족할 것”이라고 했던 전쟁은 어느새 반년을 넘겼다.

2026년 9월7일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해변에서 한 소년이 자전거를 탄 채 호르무즈해협을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은 여전히 교전 중이다. 호르무즈해협도 꽉 막힌 상태다. 그뿐 아니다. 호르무즈해협만큼 중요한 바닷길인 수에즈운하를 통해 북으로 지중해, 남으로 인도양으로 연결되는 바브엘만데브해협 통항을 두고 예멘의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면전이라도 벌일 조짐이다. 그러니 ‘비전투병’ 파병은 허상이다. 전임 정부 핵심 당국자 출신인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재명 정부 대외정책이 친미 성향 외교 관료에 휘둘리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렇게 진단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외교 관료는 한 축을 형성했을 뿐 대외정책을 주도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에선 외교 관료 출신이 대외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기본적인 속성은 미국 국무부의 누군가가 어떤 얘기를 하면 ‘예, 알겠습니다’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귀해선 미국 쪽 발언을 부풀린다. 쿠팡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이란 파병도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닐 것이다.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시기가 미뤄지고, 조건이 바뀌는 게 대통령에게 정확히 보고되지 않는 것 같다. 파병 문제도, 전작권 환수 문제도 모두 여러 부처가 엮여 있다. 그런데 외교·안보 부처 간 정책 협의가 전혀 안 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라도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파병은 한국이 국제적 갈등을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기를 포기한다고 국제무대에 선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렇게 짚었다.
“말은 안 하지만 ‘파병하면 북-미 관계를 촉진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 것 같다. 다자협상의 입구는 북-미 정상회담일 수밖에 없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먼저 던졌으니 파병은 그것을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여기는 모양새다. 그런데 파병하면 남북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될까? 북-미 관계는 북과 미가 알아서 할 문제다. 우리가 끼어들 틈은 없다. 파병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예 없다.
현 정세에서 남북이 만나는 건 다자대화를 통해 ‘두 개의 국가’로 만나는 것뿐이다. 중국이 변수다. 한국만큼 중국도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급 의존도가 크다. 과거 4자, 6자회담에서 보듯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관건은 미·중 협력이다. 파병으로 한-중 관계가 나빠지면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다자협상에 임할까? 중국은 한국을 규탄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너희들이 얘기하는 포용적 평화공존은 대체 뭐냐’고.”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016년 9월8일 파리의 엘리제궁에 도착해 영접 나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월4일 브리핑에서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은 우리 국익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격화하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 속에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상황이 악화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출렁이고 있다. 9월10일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약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배럴당 101.21달러까지 치솟았다. 우리 군이 파병되면 상황이 달라질까? 이혜정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는 “호르무즈는 국제수역으로 전면 개방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과 이란 양쪽이 봉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도, 이란도 지금 해선 안 될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이 가서 도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미국이 군사적 힘으로 호르무즈를 개방할 수 있었다면 이미 그렇게 했을 것이다. 군사적 선택지가 없는 탓에 저러고 있는 거다. 미국은 ‘호르무즈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기뢰도 다 제거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쪽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면, 우리 군이 갈 이유도 사라진다.
한-미 동맹 차원에서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해가 안 된다. 미국이 원하면 우리가 반드시 따라야 하나?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내걸었다. 파병의 실익은 뭔가? ‘통상 압박이 상상 이상으로 세다’고 말하는 쪽이 있다. 이미 대미투자와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파병하면 미국의 통상 압박이 사라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묻게 된다. 파병을 통해 미국과 ‘일대일’로 등가교환이 가능한 건 뭔가? 핵추진잠수함인가? 그건 약속어음에 불과하다.
불법 침략에 가담하는 건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 상황으로 스스로를 내모는 행위다. 영국도, 프랑스도, 일본도 파병하지 않았다. 파병 결정은 윤석열 정권보다 더한 진영 편승 외교다. 선택은 하나로 모인다. 동맹인가, 국민인가? 동맹에 국익을 덧대 미국에 숙명적으로 의존하는 ‘덧대기 외교’를 버려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우리가 아니다. 동맹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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