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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돌풍… 메르켈은 심장이 찢어지는 듯했다

‘대안당’ 44% 득표, 과반 3석 모자란 1당 차지… 극우 집권 막을 ‘브란트마우어’ 구성도 위태
등록 2026-09-10 22:19수정 2026-09-13 08:19
‘독일을 위한 대안’(AfD) 공동대표인 알리스 바이델(맨 오른쪽)과 작센안할트 주정부 총리로 유력한 울리히 지그문트(가운데)가 2026년 9월7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취재진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독일을 위한 대안’(AfD) 공동대표인 알리스 바이델(맨 오른쪽)과 작센안할트 주정부 총리로 유력한 울리히 지그문트(가운데)가 2026년 9월7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취재진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충격이 너무 컸다. 기독교민주연합(CDU·이하 기민련) 당원으로서 마치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최대 도시 쾰른에서 2026년 9월8일 열린 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9월6일 중동부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파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하 대안당)이 약 44%의 압도적 득표율로 제1당을 차지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의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발언이다.

 

트럼프는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 글 올려

 

1954년 7월 서독 땅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메르켈 전 총리는 생후 석 달도 안 돼 목사였던 부친이 브란덴부르크주 지역 교회로 부임하면서 동독으로 이주했다. 동독 정권은 종교인 집안 출신자를 차별했다. 명민했던 그는 대학 진학 때 차별대우가 그나마 적은 물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1989년 11월 베를린장벽 붕괴 직후 만들어진 동독 정치단체 ‘민주적 각성’에 참여한 그는 통독 뒤 이 단체가 기민련과 통합되면서 자연스레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1990년 12월 통독 뒤 첫 총선에서 당선된 그는 여성청소년부 장관(1991~1994년)과 환경부 장관(1994~1998년)을 거쳐, 통일 독일의 첫 ‘동독 출신 총리’로 장기 집권(2005년 11월~2021년 12월)했다. 집권 시절 그의 별칭은 독일인의 ‘무티’(엄마)였다. 기민련의 보수 성향에도 집권 시절 메르켈 총리는 이주민에 대한 포용적 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관철했다. 그는 2024년 1월3일 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와 한 퇴임 뒤 첫 공식 인터뷰에서 “독일의 강점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옛 동독 출신과 이민자를 모두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결과는 이런 그의 지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는 9월8일 행사에서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결과를 두고 “독일이 역사적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표현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9월6일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대안당은 43.9%의 득표율로 39석(전체 83석)을 얻었다. 과반 의석(42석)에 3석 부족한 압승이다. 중도우파인 기민련은 17.2%로 득표율 2위를,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은 9.3%로 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진보파인 녹색당(8.9%)과 좌파당(8.6%)이 그 뒤를 이었다. 좌파당 출신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이끄는 포퓰리즘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하 동맹당)은 득표율 5.3%를 기록하며 5석을 차지했다. ‘독일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통하는 대안당 작센안할트 주총리 후보 울리히 지그문트는 “역사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를 되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세계 극우와 손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일 포퓰리스트 정당이 정말 대단한 밤을 보냈다. 그들은 상승세를 타고 있고, 더는 참지 않을 것”이란 글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MGGA)란 문구도 빼놓지 않았다.

 

2025년 총선에서 이미 원내 2당 등극

 

앞서 2025년 2월23일 치른 총선에서 대안당은 창당 이후 최고치인 20.8%의 득표율로 무려 152석을 얻으며 일약 원내 제2당으로 등극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현 총리)가 이끈 기민련은 28.5%, 올라프 숄츠 당시 총리가 이끈 사회민주당은 16.4% 득표하며 각각 208석과 120석을 얻었다. 녹색당은 11.6%, 좌파당은 8.8%, 동맹당은 4.98%를 득표했다. 제1정당인 기민련 주도의 연립정부가 구성됐지만, 대안당의 연방의회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결과가 이례적인 사건은 아니란 뜻이다.

작센안할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초의 극우파 집권을 막기 위해선 중도부터 극좌까지, 극우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결집하는 상황이다. 아돌프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나치) 패망 이후 독일 정치권은 극우파 정당과 일체의 협력을 거부하는 이른바 ‘브란트마우어'(방화벽)를 전통으로 삼아왔다. 브란트마우어는 극우의 재집권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이번에도 가능할까?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9월8일 “동맹당은 더 이상 좌파라고도, 우파라고도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짚었다. 극우와 극좌가 조우한다면, 대안당의 집권이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 앞서 동맹당 대표 바겐크네히트는 언론 인터뷰에서 “동맹당과 대안당의 유권자층이 겹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26년 9월7일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광장 부근에서 시민들이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2026년 9월7일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광장 부근에서 시민들이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사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집단이라고 본다. 우리 지지자들은 이민을 통제하기를 원하고, 무분별한 이민을 원치 않는다. 무엇보다 정치가 유권자의 이익에 부합하기를 원한다. (동맹당과 대안당 지지층은) 자신들이 정치의 초점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옛 동독 지역은 대안당의 ‘텃밭'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옛 동독 지역은 서독 지역보다 발전이 더디다. 통독 36주년에 다가서고 있지만, 옛 동독 지역에 대한 ‘은밀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 2024년 기준 인구는 약 214만 명, 독일인의 약 2.3%가 작센안할트주에 거주한다. 독일 16개 주 가운데 면적 기준 8위, 인구 기준 11위다. 도이체벨레의 보도를 보면, 2026년 7월 말 현재 작센안할트주의 평균 실업률은 8.1%, 독일 평균 실업률(6.4%)보다 1.7%포인트 높다. 삶이 팍팍하면, 외부에서 책임을 찾기 마련이다. 상대적 박탈감과 외부인에 대한 반감이 옛 동독 지역에서 남부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을 적대시하게 만들었다. 크지 않은 작센안할트주에서 대안당이 똬리를 틀 수 있었던 이유다.

 

충격받은 유권자들, 극우 반대 시위

 

9월20일 독일 수도 베를린이 속한 베를린주와 북동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 지방선거를 치른다.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 충격받은 유권자들이 독일 전역에서 극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럽 전역이 ‘독일발 극우 발호’를 주목하고 있다. 선거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까? 독일이, 유럽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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