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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국가 한국 대통령의 ‘구호선 나포’ 비판… 그 상식에 반대하는 자들

이스라엘 공개 비판한 첫 한국 대통령 이재명… 참모들은 엉뚱한 소리, 야당 대표는 맹비난
등록 2026-05-22 09:19 수정 2026-05-24 08:25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5월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5월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5월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는 두고 기억할 만하다. 이날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를 향하던 다국적 구호선단을 이스라엘군이 나포한 사건에 대해 참모들에게 비판적 질문을 여럿 던졌다. 한국 대통령이 공개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비인도성’을 지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자원봉사하러 가겠다고 가는 우리 내국인을 포함한 선박들을 나포하거나 폭침시키고 있다고 그러죠?” 이 대통령의 질의에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은 이스라엘군이 해당 선박을 나포했고, 승선한 평화운동가를 체포·구금·추방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게 ‘통상의 절차’인 것처럼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구호선박을 겨냥해 사격을 가하고, 무장 특공대가 난입해 타고 있던 평화운동가들을 무력 제압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의 질의에 계속 말을 더듬었다.

 

대통령 질의에 말 더듬은 외교부 제2차관

 

5월14일 튀르키예 항구 마르마리스에서 굶주린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구호물품을 가득 실은 구호선단 ‘수무드 함대’ 소속 선박 54척이 출항했다. ‘수무드’는 아랍어로 ‘단호함’을 뜻한다. 39개국 출신 평화운동가가 선단에 합류했다. 한국인 평화운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김동현씨와 한국계 미국인 조나단 빅토르 리(승준)도 배에 올라 가자로 향했다.

“거기(나포 지점)가 이스라엘 영햅니까? 이 배들(구호선단)이 이스라엘의 영해나 주권을 침범했습니까?” 이 대통령의 질문은 ‘상식적’이다.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5월19일 저녁 이스라엘군 특공대가 구호선단 선박을 공격·나포한 지점은 가자지구에서 약 250해리(약 460㎞) 떨어진 공해상이다. 유엔 해양법협약 제101조는 “공해상에서 민간 선박이나 항공기 내의 사람이나 재산에 대해 범하는 불법적 폭력, 억류 또는 약탈 행위”를 ‘해적질’로 규정한다.

2025년 6월1일 굶주린 가자의 주민들과 나눌 구호품을 실은 소형 선박 ‘마들린호’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카타니아 항구에서 출항했다. 가자지구 첫 여성 어민 마들린 콜랍의 이름에서 따온 배다. 선박에는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 12명이 타고 있었다. 출항 아흐레째인 6월9일 새벽 마들린호와 외부의 교신이 끊겼다. 이스라엘군은 쾌속정을 동원해 가자지구에서 약 160㎞ 떨어진 해상에서 마들린호를 나포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마들린호의 항해를 ‘도발’로 규정했다. 선박과 승선 인원은 이스라엘 항구도시 아슈도드로 압송됐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뜻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5월14일 건국했다. 그다음 날인 5월15일을 팔레스타인에선 ‘나크바’(대재앙)라 부른다. 줄잡아 70만 명이 유대인의 폭력을 피해 가자지구로 몰렸다. 영국령이던 가자지구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이집트의 군사통치 아래 있었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국민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귀향’을 허락하지 않았다. 모두가 ‘난민’이 됐다. 1967년 6월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장악했다. 점령은 곧 식민화였다. 이스라엘 ‘정착민’이 대거 가자지구로 몰렸다. 땅도, 하늘도, 바다도 팔레스타인 것이 아니었다.

 

2026년 5월17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알아크사병원에서 한 주민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아들의 주검을 부여잡고 울부짖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5월17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알아크사병원에서 한 주민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아들의 주검을 부여잡고 울부짖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 활동가의 일탈로 몰아간 위성락

 

“교전하면 제3국 선박을 막 나포하고 잡아가고 그래도 됩니까?” 이 대통령은 가자지구 해상봉쇄가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으로 인한 교전 상황이란 ‘특수성’을 거론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설명에 이렇게 되물었다. 그런가? 가자의 땅과 하늘과 바다는 1967년부터 2005년까지 이스라엘이 무력 점령했다. 2005년 8월 이스라엘군이 돌연 오슬로 협정(1993년) 이행을 명분으로 가자지구에서 군과 정착민을 일방적으로 철수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06년 1월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지역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선거가 일제히 치러졌다. 1996년 이후 처음이었다. ‘변화와 개혁’을 내건 하마스가 전체 132석 가운데 74석을 얻었다. 1979년 이란 혁명을 제외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이슬람주의 진영이 집권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였다. 미국도, 유럽연합도, 이스라엘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필두로 한 파타당 등 내부 기득권층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6월 파타당의 사보타주를 뚫고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했다. 미국도, 유럽연합도, 이스라엘도 제재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육해공 전면 봉쇄에 나선 것도 이때다. 2023년 10월 침공 이후엔 아예 가자지구 수역에서 “어로, 수영 행위 금지”까지 명했다. 가자의 바다에선 물고기를 잡고, 헤엄쳐도 이스라엘군의 ‘합법적’ 군사공격 목표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교전 상황으로 인한) 출입 통제 차원이라고 (이스라엘은) 말합니다.” 구호 활동가를 체포·구금하는 게 “타당한 거냐”는 이 대통령의 질문에 위 실장은 거듭 사실과 다른 설명을 했다. 이어 “그 사람들(평화운동가)은 지난번에도 가자지구는 입국 금지 지역이라고 말했는데 입국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불법을 한국인 활동가의 ‘일탈’로 가릴 셈인가? 이 대통령은 “제가 보기엔 너무 심해요. 너무 비인도적이고”라고 말했다.

2026년 5월18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냄비를 머리에 쓴 소년이 구호단체의 무료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2026년 5월18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냄비를 머리에 쓴 소년이 구호단체의 무료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24년 11월21일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을) 우리도 검토해보자”고 했다. ‘상식적’이다. ‘홀로코스트의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독일과 스페인을 필두로 한 유럽 각국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이후 이 대통령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 각국도 이 대통령과 비슷한 목소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5월20일 이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판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상대국에 분노를 퍼붓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5월21일 “이스라엘 쪽이 특별히 한국 국민 2명은 구금시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인권운동가 출신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민 대다수의 의사에 따라 외교정책을 정하는, 우리나라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국민주권국가’란 사실을 대통령이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957일째를 맞은 2026년 5월20일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7만2773명이 숨지고 17만27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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