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3월29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언론인들과 대화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왼쪽 사진) REUTERS 연합뉴스. 오른쪽은 필즈상 메달. 국제수학연맹 제공
국제수학자대회(ICM·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는 4년마다 개최되는 전세계 수학자들의 최대 학술대회다. ‘수학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여하는 대회로, 2022년 대회에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계 최초로 이 상을 받아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바 있다. 2026년 대회는 오는 7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현재 전세계 수학자들 사이에서 최근 미국의 상황을 지적하며 ‘이번 대회를 거부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은 2026년 3월26일(현지시각) “수학자들 사이에 행사를 미국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청원이 돌고 있으며, 1500명이 넘는 수학자들이 여기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3월30일 오전 기준으로 공개된 청원서를 확인해보면 1745명이 서명했으며, 여기엔 역대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초청받아 연설했던 연사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수학자연맹(IMU·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에 “오는 7월 미국에서 개최하기로 한 2026년 국제수학자대회 개최 결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2022년 7월5일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 교수(오른쪽)이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국제수학연맹(IMU)이 수여하는 필즈상을 수상하고 있다. 애초 러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 대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개최지를 옮겼다. 연합뉴스

2026년 3월28일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주민들이 ‘노 킹스’ 시위에 참여해 대로를 따라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청원서는 “수학자들 간의 국제적 연대감을 고취하는 것이 국제수학자대회의 목표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본적인 인간성을 저버리는 조처들을 하고 있어서 이것이 불가능하다”며 현재 미국은 개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가장 먼저, 이민세관집행국(ICE)의 무차별 단속과 시민 살해, 미국 대법원의 검문 허용 등 “현재 미국 정부는 이민자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감을 명백히 드러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전세계 수학자들은 “이민세관집행국 요원에게 무차별적인 괴롭힘과 신체적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 프랑스수학회는 이런 이유로 이번 대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며 “40개국 이상이 자국민에게 미국 출입국시 여행 경고를 발령한 상황에서 국제수학자연맹이 (미국을 방문하는) 위험한 행동을 조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프랑스는 미국 다음으로 필즈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수학 강국’이다.
청원서는 또 “미국이 광범위한 공격을 통해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들을 하나하나 제시했다. “가짜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지도자를 불법적으로 납치한 사건, 이란에 대한 파렴치하고 무모한 전쟁, 팔레스타인에서 진행 중인 대량 학살을 방조하고 조장하는 행위, 쿠바에 대한 강압적이고 징벌적인 봉쇄, 거주민 의사에 반해 그린란드를 식민지화하려는 시도” 등이다. 이들은 “개최국 최고위급 정부 관료 중 한 명(피트 헤그세스)이 이란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상황에서, 이란 수학자가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연대감을 느끼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청원서는 “국제수학자대회가 미국에서 개최된다면 불참할 것이며, 국제수학자연맹은 수학자들 간의 결속과 연대를 증진한다는 본연의 사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훨씬 더 우호적인 장소로 학회를 옮겨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2025년 3월 미국 메릴랜드주 국립해양대기청(NOAA) 본부 앞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우리는 해양·대기 과학자가 필요하다”는 손팻말을 들고 국립해양대기청의 인력 감축에 항의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최고의 기후과학 연구·측정 기관인 국립해양대기청에서 800여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AFP 연합뉴스
특히 이들은 개최지를 옮긴 전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2년 국제수학자대회는 애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많은 수학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이를 반대했고, 실제로 국제수학자연맹의 결정에 따라 대부분의 대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핀란드 헬싱키에서 소규모 시상식만 개최된 바 있다. 당시 허준이 교수도 헬싱키 알토대에서 필즈상을 받았다. 청원서는 “이런 과거의 결정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2022년 러시아에서 개최될 때보다 더 안전할 것이라 주장할 만한 타당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청원에 대해, 국제수학자연맹과 학회의 자금 대부분을 지원하는 사이먼스재단 쪽은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았다고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은 밝혔다. 2022년 국제수학자대회 연사였고 올해 대회에선 패널리스트인 수학자 마이클 해리스(미국 컬럼비아대)는 “두 차례 불법 전쟁을 일으킨 미국에서 국제수학자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중 잣대다. 러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가 취소된 것과는 대조적이기 때문”이라고 사이언티픽아메리칸에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트럼프, 호르무즈 막힌 채 발빼나…“당신들 기름 알아서 챙겨라”

통일교 관계자 ‘한학자가 권성동에 100만원 세뱃돈’ 법정 증언

“풍비박산 국힘”…법원은 공천 배제 제동, 이정현은 직 던져

“으 냄새~” 트럼프 ‘황금 변기’ 등장…미국 어린이들 표정 좀 보세요

한동훈 연대 묻자…오세훈 “합치자” 윤희숙 “사과 먼저” 박수민 “감당 안 돼”

이진숙 ‘김부겸, 국힘 후보들 압도 조사’ 공유…“평생 경험치 못한 일”

미 언론 “트럼프, 호르무즈 안 풀고 전쟁 끝낼 용의 있다고 밝혀”

국민 70%에 고유가 지원금…수도권 10만원, 비수도권 15만원
![아 몰랑…광주 갈랭 [그림판] 아 몰랑…광주 갈랭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331/20260331503989.jpg)
아 몰랑…광주 갈랭 [그림판]

세월호 2.3㎞ 옮겨 격납고에 실내 보존…2030년 목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