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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노벨평화상 발표 하루 전 “오바마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상 줬다”

노벨위원회 위원장 “수상자 이미 결정”… 노르웨이 외무장관 “정부는 결정에 개입 못해”
등록 2025-10-10 11:08 수정 2025-10-10 11:12
2025년 10월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노벨연구소 앞으로 알프레드 노벨의 흉상이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5년 10월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노벨연구소 앞으로 알프레드 노벨의 흉상이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하루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전 대통령)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0월9일(현지시각) 워싱턴디시 백악관에서 열린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자리에서 노벨평화상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오바마는 (대통령)당선 직후 상을 받았다”며 “우리나라(미국)를 망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들(노벨위원회)은 상을 줬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역사상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해결한 적 없지만 나는 8개의 전쟁을 멈췄다”고 대답하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자신이 더 노벨상 자격이 있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7개의 전쟁을 멈췄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이스라엘-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하면서 8개로 늘어났다.

이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그는 2024년 10월 대선 유세 땐 “내 이름이 오바마였으면 대통령 취임 10초만에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 뒤 그해 10월에 핵확산 방지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2025년 10월8일 워싱턴디시의 백악관에서 반파시스트 운동 ‘안티파’ 관련 대책 회의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2025년 10월8일 워싱턴디시의 백악관에서 반파시스트 운동 ‘안티파’ 관련 대책 회의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 수상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아 왔다. 2025년 7월엔 노벨위원회가 있는 노르웨이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재무장관에게 전화해 관세 협상을 이야기하면서 노벨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노르웨이 현지 언론에서 나왔다. 트럼프의 아들인 에릭 트럼프는 10월9일 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리트윗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비슷한 때 백악관 공식 계정에는 “평화의 대통령”이라고 적힌 트럼프 대통령 사진이 게재됐다.

노벨평화상 시상을 앞두고 노르웨이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월9일 “노르웨이가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뒤의 여파에 대비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고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미국 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라는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썼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 가능성으로 이런 움직임이 더 강화됐다며, 언론과 전문가들은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가 트럼프를 무시할 경우 미칠 외교적,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다만 노벨위원회의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위원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10월6일에 이미 결정됐다”고 밝히는 한편 중동 평화 협정 체결 가능성은 내년 수상에 반영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정부는 노벨상 수상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르웨이는 현재 미국과 관세를 둘러싸고 무역 협상 중이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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