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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없는 ‘중국에 관한’ G7 회의… 한국엔 득일까

G7 정상회의 선언문에 20차례 등장하는 중국… 외교부 성명,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 제재 등 반발
등록 2023-05-26 20:17 수정 2023-05-27 10:56
2023년 5월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3년 5월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3년 5월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중국 쪽 분위기가 심상찮다.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선언문 내용을 외교부 대변인이 나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주최국인 일본의 중국 주재 대사를 불러 강력 항의했다. 폐막에 맞춰선 자국에 진출한 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제재 조처도 발표했다. 예년에 견줘 이례적인 모양샌데, 한국을 겨냥한 ‘경고’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경제안보와 관련한 별도 성명 채택

G7 정상회의가 5월20일 내놓은 공동선언문(코뮈니케)은 40쪽 분량으로, 전문을 포함해 20개 분야에 걸쳐 66개 세부 항목으로 이뤄졌다. 2022년 6월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에서 열린 정상회의 때 나온 공동선언문이 △경제적 안정과 전환 △무역과 공급망 △외교·안보 정책 등 6개 분야, 11개 세부 항목(28쪽 분량)이었다는 점에 비춰 구성과 내용을 대폭 강화했음을 알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자.

공동선언문에 ‘중국’은 모두 20차례 등장한다. 특히 19번째 분야(지역 현안)의 세부 항목 2개(51번·52번)를 할애해, 대중국 관계와 관련한 10가지 문제에 대해 G7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정상회의는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며, 중국 쪽에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등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또 “중국의 경제적 진보와 발전을 가로막기 위해 중국에 위해를 가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하며, “중국과 탈동조화(디커플링)를 하려는 게 아니라, 회복력 있는 경제를 위해 탈위기화(디리스킹)와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활적인 공급망에서 과도한 의존도는 줄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상회의는 이렇게 밝혀 적었다.

“중국과 지속가능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국제무역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노동자와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국제경제를 왜곡하고 있는 중국의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도출할 것이다. 불법적인 기술 이전과 데이터 노출 등 중국의 악의적인 관행에 맞설 것이다.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겠다. 무역과 투자에 과도한 제약을 주지 않는 선에서 국가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특정 첨단 기술을 보호할 필요가 있음도 인식하고 있다.”

실제 정상회의는 ‘경제적 회복력과 경제안보’에 대한 공동성명을 따로 채택했다. G7에서 경제안보와 관련한 별도 성명이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선언문에도 “전략적 의존성과 체계적 취약성을 악화시키고, 노동자와 기업에 손해를 끼치며, 국제적인 규칙과 규범을 손상하는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 (…) 경제적 강압에 대한 평가·준비·억지 및 대응을 위해 ‘경제적 강압 조정 플랫폼’(CPEC)을 창설하고, G7을 넘어서는 차원의 협력을 촉진할 것”이란 내용(28번째 세부 항목)이 등장한다. ‘중국’이란 단어만 빠졌을 뿐, 중국을 정조준한 것이다.

“중국 음해 공격에 결연한 반대”

이어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내용이 차례로 등장한다. 정상회의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힘이나 강압을 통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필수적이란 점”을 확인하고, “대만해협 양안(중국-대만) 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강제동원을 포함한 티베트·신장 문제와 기본권·자치권 제한 등 홍콩 문제도 빼놓지 않고 열거했다.

“입으로는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을 강조하면서도, 국제 평화를 저해하고 지역 안정을 해치며 다른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짓만 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국제사회에서 어떤 신뢰도 얻을 수 없다. 중국의 엄중한 우려에도 G7은 중국 관련 의제를 조작하고, 중국을 음해·공격하고,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 중국은 이것에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시한다.”

정상회의의 공동선언문이 나온 직후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낸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중국은 ‘주권·영토의 완전성’과 ‘발전 이익’이란 표현으로 자국에 대한 외부의 비판에 반발한다. 대만·티베트·신장·홍콩 문제가 전자라면, ‘경제적 강압’과 ‘디리스킹’ 등은 후자에 해당한다. G7 정상회의가 폐막한 5월21일 밤 중국 외교부는 쑨웨이둥 부부장이 다루미 히데오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엄정한 교섭을 제기”(강력 항의)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중국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2023년 3월 말부터 실시한 ‘안전심사’ 결과,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의 제품에서 “국가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안전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국내 중요 정보 설비 운영자는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안보 위협’을 내세워 중국에 첨단 반도체 및 장비 수출을 금지한 미국에 보복 대응한 성격이 짙어 보인다.

국내에선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삼성·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미국 쪽에선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한국 업체가 메우게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정작 중국에선 자국산 반도체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 속에 메모리반도체 업체 주가가 큰 폭으로 치솟았다.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핵심 관심사’에 엄정한 입장

이런 가운데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국 국장)이 5월22일 서울을 방문해 “핵심 관심사에 엄정한 입장”을 전했다. ‘핵심 관심사’는 ‘주권·영토의 완전성’과 ‘발전 이익’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월23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며, “한국 쪽이 현재 중-한 관계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고 말했다. “외교 슈퍼위크라고 부를 만큼, 정말 쉴 틈 없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보람도 아주 컸다. (…) 글로벌 어젠다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종합적이고도 입체적인 외교를 펴야 한다”(5월23일 국무회의 머리발언)는 윤석열 대통령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아 보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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